노래/고대및고려가요

정석가

고양도깨비 2007. 3. 8. 23:25

미상

 

 

                                          정         석         가

 

딩아 돌하 當今에 계샹이다
딩아 돌하 當今에 계샹이다
先王聖代예 노니아와지이다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난  
삭삭기 셰몰애 별헤 나난
구은 밤 닷 되를 심고이다
그 바미 우미 도다 삭나거시아
그 바미 우미 도다 삭나거시아
有德하신 님믈 여해아와지이다

玉으로 蓮고즐 사교이다
玉으로 蓮고즐 사교이다
바회 우희 接柱하요이다
그 고지 三同이 퓌거시아
그 고지 三同이 퓌거시아
有德하신 님 여해아와지이다  

므쇠로 텰릭을 말아 나난
므쇠로 텰릭을 말아 나난
鐵絲로 주롬 바고이다
그 오시 다 헐어시아  
그 오시 다 헐어시아
有德하신 님 여해아와지이다

므쇠로 한쇼를 디여다가
므쇠로 한쇼를 디여다가
鐵樹山에 노호이다
그 쇼ㅣ 鐵草를 머거아
그 쇼ㅣ 鐵草를 머거아
有德하신 님 여해아와지이다

구스리 바회예 디신달
구스리 바회예 디신달
긴힛단 그츠리잇가
즈믄 해랄 외오곰 녀신달  
즈믄 해랄 외오곰 녀신달
信잇단 그츠리잇가

딩아 돌아, 당금(지금)에 계십니다.
딩아 돌아, 당금(지금)에 계십니다.
선왕성대(좋은 성대)에 놀고 싶습니다

바삭바삭하는 가는 모래 벼랑에
바삭바삭하는 가는 모래 벼랑에
군밤 닷 되를 심습니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그 밤이 움이 돋아 싹이 나야만
덕있는 님을 여의게 해 주십시오.

옥으로 연꽃을 새깁니다.
옥으로 연꽃을 새깁니다.
(그 꽃을) 바위 위에 꽂아 봅니다.
그 꽃이 석 동이 피어야만
그 꽃이 석 동이 피어야만
덕있는 님을 여의게 해 주십시오.

무쇠로 옷을 말라
무쇠로 옷을 말라
철사로 주름을 박습니다.
그 옷이 다 헐어야만
그 옷이 다 헐어야만
덕있는 님을 여의게 해 주십시오.

무쇠로 큰 소를 지어다가
무쇠로 큰 소를 지어다가
철수산에 놓습니다
그 소가 철초를 먹어야만
그 소가 철초를 먹어야만
덕있는 님을 여의게 해 주십시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리이까.
천 년을 외로이 사신들
천 년을 외로이 사신들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 옛글자가 지원되지 않아, 아래아는 ㅏ 로, 반치음은 ㅈ 로 표기함 *

불가능한 상황 설정

마른 모래 벼랑에

- 구운 밤 심어

- 싹이 난다면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옥으로 새긴 연꽃을

- 바위 위에 붙여서

- 꽃이 핀다면


● <정석가> 이해하기
이 노래는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해서 임과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고려 가요이다.
임과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염원을 역설적, 반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즉 모래 밭에 심은 구운 밤에서 싹이 튼다거나, 옥으로 새긴 연꽃에서 꽃이 핀다는 등의 불가능한 일을 제시해 놓고, 그런 일이 실현되었을 때 임과 이별하겠다는 것은 사실은 절대로 임과 헤어질 수 없다는 간절한 기원의 표현이다.
대부분의 고려 가요가 이별이나 애원 또는 향락의 정서를 노래하고 있는 데 반해 이 노래는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완곡한 방법으로 시상을 표현한 점 또한 특징으로 꼽힌다.

기(1연) : 태평성대를 희구
서(2 ~ 5연 ) : 소재는 다르지만(구운 밤, 옥 연꽃, 무쇠옷, 무쇠소)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각기 영원한 사랑을 노래
결(6연) : 이 노래와는 상관 없는
<서경별곡>의 제2연을 빌려왔다

 

이 노래는 태평성대의 구가로써 서사를 삼고, 둘째 연부터 다섯째 연까지 임(임금)과의 영원한 사랑을 노래했다. 즉, 둘째 연에서는 바싹 말라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모래 언덕에다 구운 밤을 심어 놓고서, 그것이 싹이 나야 임과 이별하겠다고 하였고, 셋째 연에서는 옥으로 연꽃을 새겨 바위에 접을 하고서, 그것이 활짝 피면 임과 이별하겠다고 하였다. 넷째 연에서는 무쇠로 관복을 말라 쇠실로 꿰매 놓고 그 옷이 다 떨어지면, 다섯째 연에서는 무쇠로 만든 황소가 쇠로 된 나무가 있는 산에서 쇠로 된 풀을 다 먹어야 임과 이별하겠다고 하였다. 구운밤, 옥 연꽃, 무쇠옷, 무쇠소라는 소재만 다를 뿐 모두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설정해 놓고 영원한 사랑을 구가한 점은 일치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시간을 주관적으로 처리하는 옛 사람들의 시간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여섯째 연에서는 이 노래와는 관련이 없는 <서경별곡>의 둘째 연이 첨가되어 있다. 이것은 이렇게 이별하지 않겠다고 거듭 노래하였지만, 그래도 인생사는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부득이하여 이별하게 된다면 구슬은 깨어져도 실이 끊어지지 않듯이, 나의 임에 대한 정은 바뀔 날이 없을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임'을 어떤 인물로 보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격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임'을 임금으로 보면, 선왕 성대(先王聖代)를 바라는 신하의 백성들이 '유덕하신 임금'에게 바치는 축수(祝壽)의
송축가
가 된다. 영원토록 임금의 은총을 받으며 태평성대에 살고 싶다는 임금에 대한 만수 무강의 축원이 되는 것이다.
한편, '임'을 연인으로 보면 이 노래는 유덕하신 연인과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구원의 연모가가 된다.

 ● <정석가> 정리
* 갈래 : 고려가요
* 작자 : 미상
* 형식 : 전 6연의 분절체, 3음보 (3.3.4조)
* 주제 :
임에 대한 영원한 연모의 정
* 의의 :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하여 기발한 표현
* 기타 : 정석은 '딩아 돌하'의 차자로, 악기의 이름
* 구성 : 3단 구성
    기(1연) : 서사로 태평성대를 구사
    서(2 ~ 5연) : 불가능한 상황 설정으로 영원한 사랑을 구사
    결(6연) : 서경별곡의 2연을 차용 
 * 출전 : 악장가사, 시용향악보, 악학편고

● <정석>이란 말은 무슨 말일까  
그런데 이 작품의 제목 '정석'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정석'은 이 작품의 제 1연에 보이는 '딩아 돌하'와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서, '정(鄭)'은 '딩', '석(石)'은 '돌'과 대응된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으나, 그 의미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즉,
징(鉦)과 돌(磬)은 악기의 이름으로, '정석'은 그 악기를 의인화한 것으로 보는 견해, 또는 그와 같은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 '딩·동'을 의성어로 나타낸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  우아미와 숭고미 - 불가능의 가능
이 작품에 표출된 미의식은 유덕(有德)한 임과의 현실적 사랑의 욕망을 추구하고 있어
우아미를 심층에 깔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사랑을 영구화 내지 극대화하려는 의지를 강렬하게 드러내어 있어 숭고미를 아울러 나타내고 있다.
즉, 구운 밤 닷 되가 모래 밭에서 싹이 돋아 자랄 때까지(2연), 옥(玉)으로 새긴 연꽃을 바위에 접을 붙여 그 꽃이 활짝 필 때까지(3연), 무쇠로 마른 천릭(天翼:무관의 옷)을 철사로 박아 그 옷이 해질 때까지(4연), 무쇠로 황소를 만들어 쇠나무(鐵樹)가 우거진 산에 방목하여 쇠풀(鐵草)을 다 먹을 때까지(5연) 사랑의 영구 불변성과 무한대성을 추구함으로써 현세적이고 유한한 사랑을 초극하는 숭고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숭고는 주술이나 종교와 같은 초월적인 존재의 힘에 근거하지 않고 순전히 인간적인 의지를 바탕으로 추구되고 있어 비극적인 일면을 아울러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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