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고대및고려가요

정 과 정

고양도깨비 2007. 3. 8. 23:27


 

내 님믈 그리자와 우니다니  
山 졉동새 난 이슷하요이다
아니시며 거츠르신 달 아으
殘月曉星이 아라시리이다
넉시라도 님은 한데 녀져라 아으
벼기더시니 뉘러시니잇가
過도 허믈도 千萬 업소이다
말힛마러신뎌   
살읏븐뎌 아으
니미 나랄 하마 니자시니잇가
아소 님하 도람 드르샤 괴오쇼셔

내 임(의종)을 그리워하여 울며 지내더니
산 접동새(소쩍새)와 나는 비슷합니다
아니시며 거짓인 줄
잔월효성이 아실 것입니다
넋이라도 임을 함께 지내고 싶어라
우시시던 이 뉘십니까
잘못도 허물도 천만 없습니다
뭇사람들의 참언이시도다
슬프구나
임이 나를 벌써 잊으셨습니까
아소, 임이시여 되돌려 들으시어 사랑하소서

                   * 옛글자가 지원되지 않아, 아래아는 ㅏ 로, 반치음은 ㅈ 로 표기함 *

● <정과정> 이해 하기
 
이 노래의 제작 동기와 이제현의 한역가가 <고려사 악지>에 수록되어 있고, <악학궤범>에는 우리말 노래가 실려 있다. 또, <대악후보>에는 노래와 함께 곡조도 아울러 표시되어 있어, 한글로 전하는
고려 가요 가운데 작가나 내용이 가장 분명한 유일한 작품이 <정과정>이다.
작가인 정서는 인종과 동서지간으로 오랫동안 왕의 총애를 받았지만 의종이 왕위에 오른 후 권신들의 세력 다툼에서 비난을 받고 고향인 동래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러자 의종은 정서를 불러 머지 않아 다시 부르겠노라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유배지인 동래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왕은 다시 부르지 않고, 이에 정서는 자신의 무고함을 알리기 위해 이 노래를 지었다.
'내님을 그리자와 우니다니 / 산 졉동새 난 이슷하요이다'는 임을 그리워하며 울고 지내는 자신의 모습을 접동새에 비유한 표현이다. 여기서 '접동새'는 한(恨)과 고독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시어이다.
'잔월효성이 아라시리이다'는 저기 보이는 저 달과 새벽별은 나의 결백함을 알 것입니다라는 뜻으로, 자신의 무고함과 결백을 호소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때 '잔월효성'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가장 정당하고 공정한 심판자를 의미한다.
'넉시라도님은 한 데 녀져라 아으'는 몸은 떨어져 있지만 영혼만이라도 임과 함께 가고 싶다는 의미로, 작가의 충정이 잘 드러나 있는 표현이다.
'벼기더시니 뉘러시니잇가'에는 작가를 헐뜯는 사람에 대한 원망이 드러나 있다.
'말힛마리신뎌'는 '뭇사람들보고 참소하지 말아 달라'는 청으로 볼 수도 있고, '말씀이 마르다, 즉 할 말이 없다'는 평서문의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아소 님하'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금지어로서, 원망과 기원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구절이다.
'도람 드르샤 괴오쇼셔'는 임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기원하는 구절로 임금이 마음을 돌려 다시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결국 이 노래는 임금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젖어 있는 심정을 노래하고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임금과 함께하며 임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임금께서 다시 자신을 사랑해 주기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향찰로 표기되어 전하는 향가는 아니지만, 형식면에서 3단 구성을 한 점(11행으로 되어 있으나 8행과 9행을 묶어서 10행으로 봄)이나, '아소 님하'와 같은 여음구가 사용되고 잇는 것으로 보아, 10구체 향가의 전통을 잇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자유로움과 표현의 진솔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고려 가요의 특징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향가에서 고려가요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향가계 고려가요라고 부른다.
작자가 귀양에서 풀려난 것은 무신란이 일어나 명종이 즉위한 해였다.

●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의 원류
 이 노래는 유배지에서 신하가 임금을 그리워하는 정을 절실하고 애달프게 노래하였다 하여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로 널리 알려졌으며 그 때문에 궁중의 속악 악장으로 채택되어 기녀(妓女)는 물론 사대부간에도 학습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후대에 정철의
<사미인곡>, <속미인곡> 같은 연주지사의 원류가 되었다.

 ● 삼진작은 어떤 곡조일까
  세종실록 세종 1년(1419) 정월조에 의하면 진작(眞勺)에는 만조(慢調), 평조(平調), 삭조(數調)가 있다고 했다. 진작은 진작(進酌), 즉 잔치인 주연과 관계가 있는 듯하며, 대동운부군옥에 의하면
"진작에는 일(一), 이(二), 삼(三), 사(四)가 있는데 , 일진작이 가장 느리고, 이.삼.사는 이에 버금한다."
라고 되어 있어 일잔작은 가장 느리고 이진작. 삼진작. 사진작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빨라지는 형식임을 알 수 있다.
진작 일, 이, 삼에는 가사를 얹어 노래를 부르지마는, 사는 장단과 가락이 반으로 축소된 까닭에 가사를 붙일 수 없고, 따라서 음악만 연주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삼진작은 가장 빠른 곡조임을 알 수 있다.

● <정과정> 정리
* 작자 : 정서
* 연대 : 고려 의종 때
* 형식 : 향가의 잔영(10구체, 비연시)
* 주제 :
연군의 정 (충신연군지사 )
* 의의 1) 10구체 향가의 전통을 잇고 있는 고려 가요
           2) 충신연주지사의 원류
           3) 유배 문학의 원류
* 기타 1) 삼진작 - 악조명
          2) 한역가 - 이제현의 <익제난고> 소악부에 4구까지가 한시로 번역
          3) <만전춘 별사>의 3연과 내용이 비슷함
* 시상 전개
   1 ~ 4행 : 자연물(접동새)에 빗댄 자신의 결백
   5 ~ 10행 : 결백함의 직접적 서술
  11행 : 임에 대한 간절한 소망
 * 출전 : 악학궤범


 

'노래 > 고대및고려가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 화 점  (0) 2007.03.08
유구곡  (0) 2007.03.08
정석가  (0) 2007.03.08
청산별곡  (0) 2007.03.08
죽계별곡  (0) 2007.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