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조 가
翩翩黃鳥(편편황조) 펄펄 나는 꾀꼬리는 雌雄相依(자웅상의) 암수 서로 놀건마는 念我之獨 (염아지독) 외로운 이 내 몸은 誰其與歸 (수귀여귀) 뉘와 함께 돌아갈꼬 |
▶작자 - 고구려 제2대 유리왕 ▶ 형식 - 4언 4구의 한역시
▶주제 - 사랑을 잃은 슬픔 ▶ 표현 - 자연물을 빌려 우의적으로 표현. 대조, 의태법
▶의의
-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서정시
- 집단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단계의 가요
자연과 인간 사이의 대비 관계가 주는 시적 효과 - 꾀꼬리라는 자연물을 통해서 작자의 감정을 우의적으로 표현하여, 세련미를 더해 주고 있다
▶꾀꼬리의 상징성
- 정답게 서로 사랑하는 자연물
- 실연의 아픔을 깨닫게 하는 존재
- 과거를 회상하게 해 주는 매개체
- 님에 대한 그리움을 환기시키는 존재
▶서정적 자아의 외로운 심정이 집약된 구절 - 뉘와 함께 돌아갈꼬
▶구지가와 황조가의 비교
구지가는 주술적 성격을 띤 집단적 의식요인데 대해서 황조가는 개인의 서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집단의 운명과 관계되는 노래들은 서사적인 성격이 강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노래한 작품들은 서정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구지가는 집단가요(민요)이면서 오랜 세월 동안 민간에 전승되었고 황조가는 중국의 詩經 작품 중 하나에서 운을 빌려 그대로 지은 복사제품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또한 구지가가 질박한 형식을 띠고 있고 황조가는 세련되게 정제된 형식을 지닌 것을 볼 때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배경설화
고구려 제 2대 유리왕이 즉위 3년에 왕비 송씨가 세상을 떠나자, 화희와 치희의 두 여자를 계비로 맞이하게 되었다. 어느 날 왕이 사냥을 나가 이레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이때 두 여인 사이에 큰 싸움이 일어났는데, 화희가 치희에게 "너는 한나라에서 온 천한 계집의 몸으로 어찌 이렇게 무례하게 구느냐"고 꾸짖었다. 이에 치희는 부끄럽고 분해서 제 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뒤늦게 왕이 말을 달려 치희를 찾아 나섰으나 만나지 못했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쌍쌍이 노니는 꾀꼬리를 보고 이 노래로써 외로움을 읊었다.
▶감상
이 노래의 소재는 '꾀꼬리'라는 자연물이고 주제는 사랑하던 짝을 잃은 외로움과 슬픔이다. 즉, 주체할 수 없는 실연의 아픔을 꾀꼬리라는 자연물에 의탁하여 우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찍이 유리왕은 아버지를 이별하고 어머니 밑에서 자라다가 어머니곁을 떠나 남방으로 방랑하게 되었고, 끝내는 왕비까지 잃게 되어 화희와 치희 두 계비를 맞이하는 등, 애초부터 정에 굶주리고 있었다. 이러한 그가 두 계비 간의 사랑 싸움으로 치희를 잃게 되자 인생의 무상감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 때마침 정다운 모습으로 펄펄 나는 한 쌍의 꾀꼬리는 두 계비의 시샘과 자신의 갈등이 상징적으로 어우러지면서 그 비애감을 한층 더하게 하였으니, 이 시의 모티프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허탈에 빠진 왕은 나무 그늘에 무심히 앉아 있었다. 때 마침 나뭇가지에는 황금빛 꾀꼬리 한 쌍이 서로 부리를 맞대고 정답게 놀고 있었다. 무슨 사랑의 이야기나 나누는 듯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왕은 그 순간 과거의 그 즐거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더욱 뼈저리는 고독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짤막한 한 편의 노래에서 우리는 왕으로서의 유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유리왕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 그에게서 따뜻한 정감이 흐르는 훈훈함을 맛보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