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을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삼일포 남쪽 절벽에 영랑의 무리가 남석(南石)으로 갔다는 붉은 글씨는 뚜렷하게 남아 있는데, 이곳을 유람한 사선(영랑, 남랑, 술랑, 안상)은 어디로 갔는가? 여기서 사흘을 머무른 후에 어디 가서 머물렀는가? 선유담, 영랑호 거기에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등 몇 군데에 앉아서 놀았던가?" - <관동별곡>의 현대어 풀이 중에서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시대 유명한 화랑이었던 영랑은 금강산에서 수련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호수에 들러 그 경치를 즐겼다 한다. 호수에 붉게 물든 저녁 노을과 웅크리고 앉은 범의 형상을 한 바위가 물속에 잠겨 있는 속초의 아름다운 호수, 그곳이 바로 영랑호다.
맨 처음에 인용한 것은 조선 시대 유명한 가사 작품인 정철의 <관동별곡> 중 일부인데, 이 가사의 작가 정철은 강원도 관리로 왔다가 이곳 저곳을 여행하면서 금강산과 동해의 절경을 묘사하는 노래를 부른다. <관동별곡>에 묘사된 장소들은 현존하는 곳들이 많아 현대인들이 한번쯤 방문할 만하다.
그 중 일부인 위에 인용된 내용은 정철이 기행을 하다가 영랑이 이 호수에 매료되어 며칠을 묵었다던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쓴 내용이다. 강원도 7번 국도를 따라 여행하면서 이곳을 찾게 된 이유도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신라 화랑인 영랑과 조선 가객인 정철이 노래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였다.
서울에서 찾아가는 길은 영동고속도로 끝에서 빠져 나와 강릉 시내로 진입한 후, 양양, 속초 방향 7번 국도를 타고 북으로 향해 가다가 속초 시내에서 영랑호 표지판을 따라 가면 된다. 속초는 항구를 중심으로 발달한 자그마한 소도시기 때문에 모든 관광지들이 근접해 있어 찾기에 어렵지 않다.
영랑호에 가면 놓치지 말고 꼭 봐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범바위'라는 큰 바위산이다. 범의 형상을 한 바위가 호수에 몸을 담그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의 이 바위산은 오르는 데 10여분 밖에 안 걸린다. 올라가면 신기하게도 온통 커다랗고 둥그런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어 진기한 형상을 하고 있다.
마치 힘센 골리앗이 커다란 돌덩이를 갖다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봉우리의 모습은 인간이 얼마나 자그마한 존재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바람에 풍화되어 마모된 둥근 모습의 돌덩이들 사이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우습기만 하다. 신라 시대에도 이 바위산이 그대로 존재했다고 하니 그 기나긴 세월 속에도 조금의 변화 없이 그대로 머무르는 자연이 신기하기만 하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 큰 돌덩이들이 데구르르 굴러내려올 것만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설악산의 흔들바위처럼 사람들은 궁금한 마음에 바위에 손을 얹고 움직이려 애를 써 본다. 바위는 끄떡도 없다. 거기에 매달려 바둥거리는 인간의 모습이 너무나 미약한 존재로만 느껴진다.
범바위의 진짜 범 형상을 보려면 바위를 내려와서 뚫려 있는 영랑호 주변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돌면 된다. 안타깝게도 주변에 골프장과 숙박 시설이 들어서 있어 옛 멋을 느낄 수 있는 여유는 없는 편이다. 도대체 이곳이 그 '빼어나다는 영랑호 맞아?'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호수의 물은 탁하고 주변은 모두 개발되어 있다.
개발과 함께 잘 닦인 산책로가 조성되어 범바위와 영랑호의 풍경을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며 본 범바위의 모습은 진짜 날카로운 눈매와 귀, 웅크린 발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느 게 범의 모습인가 하고 의아했지만 자세히 보니 완연한 범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을 발견한 옛사람들의 관찰력도 뛰어나고 과거에는 참 아름다운 바위산과 호수의 조화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여기저기 들어서 있는 숙박 시설과 유흥 시설이 영랑이 그토록 반하여 오래 즐기고 싶어 했다는 영랑호의 노을을 감상할 수 없게 만든다.
영랑이 머물고 간 후에 이곳은 오랫동안 신라 화랑의 순례도장으로 쓰였다고 하는데 이제는 놀기 좋아하는 관광객들의 놀이터가 되고 말았다. 옛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잘 다듬어진 이 현대판 놀이터에서 한 마리의 외로운 범은 웅크리고 앉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왠지 그 모습이 서글퍼 보이기만 하여 영랑호를 떠나는 내내 아쉬움이 남아 뒤돌아보게 된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시대 유명한 화랑이었던 영랑은 금강산에서 수련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호수에 들러 그 경치를 즐겼다 한다. 호수에 붉게 물든 저녁 노을과 웅크리고 앉은 범의 형상을 한 바위가 물속에 잠겨 있는 속초의 아름다운 호수, 그곳이 바로 영랑호다.
맨 처음에 인용한 것은 조선 시대 유명한 가사 작품인 정철의 <관동별곡> 중 일부인데, 이 가사의 작가 정철은 강원도 관리로 왔다가 이곳 저곳을 여행하면서 금강산과 동해의 절경을 묘사하는 노래를 부른다. <관동별곡>에 묘사된 장소들은 현존하는 곳들이 많아 현대인들이 한번쯤 방문할 만하다.
그 중 일부인 위에 인용된 내용은 정철이 기행을 하다가 영랑이 이 호수에 매료되어 며칠을 묵었다던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쓴 내용이다. 강원도 7번 국도를 따라 여행하면서 이곳을 찾게 된 이유도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신라 화랑인 영랑과 조선 가객인 정철이 노래했을까' 하는 호기심에서였다.
서울에서 찾아가는 길은 영동고속도로 끝에서 빠져 나와 강릉 시내로 진입한 후, 양양, 속초 방향 7번 국도를 타고 북으로 향해 가다가 속초 시내에서 영랑호 표지판을 따라 가면 된다. 속초는 항구를 중심으로 발달한 자그마한 소도시기 때문에 모든 관광지들이 근접해 있어 찾기에 어렵지 않다.
영랑호에 가면 놓치지 말고 꼭 봐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범바위'라는 큰 바위산이다. 범의 형상을 한 바위가 호수에 몸을 담그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의 이 바위산은 오르는 데 10여분 밖에 안 걸린다. 올라가면 신기하게도 온통 커다랗고 둥그런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어 진기한 형상을 하고 있다.
▲ 범바위에 올라가면 만나는 큰 바위들 |
▲ 마치 누가 갖다 올려 놓은 듯한 돌덩이들이 줄지어 있다 |
▲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
▲ 범바위 위에서 바라 본 호수 풍경 |
바람이 거세게 불면 큰 돌덩이들이 데구르르 굴러내려올 것만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설악산의 흔들바위처럼 사람들은 궁금한 마음에 바위에 손을 얹고 움직이려 애를 써 본다. 바위는 끄떡도 없다. 거기에 매달려 바둥거리는 인간의 모습이 너무나 미약한 존재로만 느껴진다.
▲ 오랜 동안 풍화된 바위를 오르는 사람들 |
개발과 함께 잘 닦인 산책로가 조성되어 범바위와 영랑호의 풍경을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다. 산책로를 따라가며 본 범바위의 모습은 진짜 날카로운 눈매와 귀, 웅크린 발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느 게 범의 모습인가 하고 의아했지만 자세히 보니 완연한 범의 형상을 하고 있다.
▲ 범바위 위에서 바라 본 주변의 골프장 |
▲ 범의 형상을 하고 엎드려 있는 바위 - 눈매와 쫑긋한 귀가 선명히 보인다 |
▲ 호숫가 옆 산책로 |
▲ 맞은 편에서 바라 본 범바위와 개발된 건물들 |
▲ 호수와 바위는 오랜 세월을 보냈고 주변 환경은 완전히 개발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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