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고대및고려가요

정읍사

고양도깨비 2007. 3. 8. 23:15
 

어느 행상의 아내      

          달하 노피곰 도다샤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으시어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멀리멀리 비춰 주소서.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장터에 가 계십니까.
           어긔야 즌 데를 드데욜셰라     
진 데를 밟을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느 곳에나 놓으십시오.
           어긔야 내 가논 데 졈그랄셰라   우리 임 가시는데
저물까 두렵습니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옛글자가 지원되지 않아 아래아는 ㅏ 로, 반치음은 ㅈ 으로 표기함 *

● <정읍사> 배경 설화
정읍은 전주에 속해 있는 한 현이다. 정읍현에 사는 어떤 행상인이 집을 나간 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 아내는 산 위에 올라가서 남편을 기다리며, 혹시 남편이 밤에 다니다가 남에게 해를 입지 않았는가, 혹은 흙탕물에 더럽히지나(泥水之汚-창녀들과 사귀어 몸을 더럽히는 것) 않았는가 하여 노래를 불렀다. 세상 사람들은 이 여인이 올라가서 기다리던 돌을 망부석이라고 부르고 있다.     - 고려사  

● <정읍사> 이해하기
  내용은 먼저 제 1연에서 행상을 나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남편의 무사함을 달에게 기원하는 간절한 발원으로부터 시작된다. 곧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기에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는지 몰라 초조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달에 의탁하여 노래하되, 단순한 서정의 표출이 아니라 달에게 남편의 안녕까지 도모해 주기를 바라는 고대인의 소박한 발원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제2연에서는 현실적으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의 소식을 몰라 애태우며, 불안에 사로잡히려는 자신의 마음을 붙들고자 '저자에나 가 계시는지요'라는 가정의 의문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희구하는 가냘픈 여심의 발로로써 시작된다. 이와 같이 자위적인 마음의 안정을 애써 도모해 보기도 하나 남편에 대한 불안과 초조는 더욱 걷잡을 수 없어 이윽고는 '어긔야 즌데랄 드데욜셰라'하고 마음 속 깊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갈등을 실토하고 만다. 이러한 심리적 갈등이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불안과 의구심일 수밖에 없다.
  '즌데'는 '진데', '진곳' 즉 '수렁물이 고인 곳'으로 해석되어 이 말의 상징적인 뜻은 주색(酒色) 또는 화류항(花柳巷)을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드데욜셰라'는 '디디올세라' 곧 '디디면 어쩔까나'하는 근심 걱정이 쌓인 의구형으로 이루어져 표면상으로는 진데 곧 위험한 곳에 빠지면 어쩌나 하는 표현이지만, 사실은 '(수렁과 같은) 주색에 빠지면 어쩌나(빠질까 두렵습니다)' 하는 속뜻을 내포하고 있다.
  제 3연에서는 남편의 신변에 관한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의구심이 절정에 이르고 보니 행상을 해서 버는 돈도 재물도 아랑곳없이 한시바삐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어느 것이나(무엇이나) 다 놓아두고 한시바삐 집으로 돌아와 주소서'하고 절박한 하소연을 부르짖고는, 제 2구에서 다시 한숨을 돌이켜 '내 사랑하는 당신의 마음 어두워질까(변할까) 두렵습니다(변하면 어쩔거나)' 하는 걱정과 애원의 말로써 끝을 맺고 있다.
  '내 가논데'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는데 어디까지나 내가 가는 곳(또는 나의 가는 곳)이어야 하나 그것이 오가는 길이 아닌 상징적인 표현이라고 본다면 '내 사랑 가는 곳' 즉 '사랑하는 님, 남편의 마음'으로 풀이된다.
당시에는 널리 유행한 노래여서 <고려사>와 <악학궤범>에 실리게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열 여섯 명의 악사가 반주하고 여덟 명의 기생이 춤을 추면서 이 노래를 합창했다고 한다.

● 왜 달에다 기원할까
달은 찼다가 기울고 다시 차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분리와 합일, 충만함과 이지러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속성 또한 지니고 있어서 소망과 기원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이 노래에 나오는 달은 남편의 귀가길과 아내의 마중길의 어둠을 물리치는
광명의 상징으로, '즌데'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안녕의 수호격인 달은 우리의 소원 성취를 기원하던 전통적인 달이기도 하지만, 이 노래에서는 아내의 애정이 서려있는 달이기도 하다. 이러한 달이기에 그것은 남편의 귀가길과 아내의 마중길, 나아가 그들 행로의 어둠을 물리치는 광명의 상징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달의 광명은 남편이 무사하기만을 비는 간곡한 여인의 심정을 순박하게 형상화하여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  <정읍사> 정리
* 출전 : 악학궤범
* 연대 : 백제
* 주제 :
행상 나간 남편의 무사함을 기원
* 의의 : 1) 현전하는 유일한 백제의 가요
            2) 한글로 표기된 최고의 노래
* 참고 : 망부석설화, 치술령곡(박제상의 아내)
* 장르 : 고대가요 : 백제의 가요란 점을 강조할 때
            고려속요 : 후렴구가 있는 형식을 중시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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