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8월6일 오전 1시42분26초(괌 현지 시간)에 괌 공항으로 접근하던 대한항공 801편 보잉 747기가 니미츠 힐이란 이름을 가진 높이 약 200m의 언덕과 충돌했다. 기체는 다섯 덩어리로 쪼개졌고 승객들은 분리됨 의자와 함께 바깥으로 튕겨나오기도 했다. 불도 났다. 승객 2백54명(승무원 23명) 가운데 25명이 생존, 2백29명(외국인 16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들 가운데 3명은 구조된 뒤 병원에서 치료 중 운명한 이들이다.
괌 사고는 2백69명이 죽은 1983년의 대한항공 007편 피격사건에 이은 두 번째의 큰 항공 참사였다. A 유전자 감식방법까지 동원했으나 72명의 시신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보상문제에 합의한 것은 사망자 87명의 유가족이다. 사고 조사는 괌이 미국령이므로 미국의 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가 주관하고 우리 건교부(建交部)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실상의 공동 조사였다. 건교부 항공국의 국제협력관 함대영(함대영)씨가 정부대표로 참여했다.
지난 3월 22일 그동안의 사고조사를 결산하는 공청회가 하와이의 호놀룰루에서 열렸다. 한미 양국의 정부, 항공전문가 89명과 증인 21명을 비롯한 3백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6일동안 사고원인, 개선방향 등을 토론했다. 이 공청회에서 미국 교통횬活㎰廢릿?사고기에서 회수한 비행기록장치(FDR=Flight Data Recorder)와 조종실 음성녹음장치(CVR=Ccockpit Voice Recoder)의 해독결과를 공개했다. 사고원인을 밝혀줄 가장 중요한 정보는 언론이 블랙박스라고 부르는 이 두 개의 기록장치 안에 들어 있었다.
美 교통안전위원회는 공청회의 결과를 참고하여 오는 8월에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꼭 1년 만에 사고원인을 발표하는 것이다. 항공기 사고 조사는 이처럼 오래 걸린다. 대한항공 007편 피격사건에 대한 최종보고서는 사고가 난 지 10년이 지난 1993년에 발표되었다. 1996년에 뉴욕 상공에서 발생했던 TWA 점보기의 공중폭파 사고에 대한 조사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사고조사반이 바다에 빠진 이 점보기의 잔해를 거두어들여 사고기 동체의 약 97%를 복원하는 데 약 2천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國益 美名하의 私益 비호
속보(速報)를 신앙으로 삼고있는 언론은 사고가 알려진 그 순간부터 원인을 캐내어 특종을 알려는 경쟁에 들어간다. 10년이 걸려도 알 수 없는 원인을 하루 만에 속시원히 알고싶어 하는 언론의 속성이 슬기롭게 관리되지 않으면 과장과 억측, 그리고 편파보도가 일어난다. 괌 사고 취재 보도도 그런 한계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보통의 항공 사고보도에서는 언론이 사고를 낸 항공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깔고서 접근하게 된다.
괌 사고에서는 우리 언론은 대체로 미국측, 즉 괌 공황과 미국 사고조사반, 그리고 미국 언론을 일종의 주적(主敵)으로 삼았다. 이른바 국익(國益)을 앞세운 보도였다. 이러다가 보니까 사고회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는 거의 실리지 않았다. 오히려 동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지면(紙面)이나 방송 편성이었다. 언론은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와 공항 관제소의 공동책임, 또는 공항과 관제사에 더 많은 책임이 있는 식으로 몰고 나갔다. 신문들의 주요 제목을 소개한다.
▲「미, 『人災만은 아니다』 번복. 『조종사 과실 단정은 무리』 추락원인 기상 등 복합적」(한국일보 1997년 8월10일자)
▲ 「미, 계산된 언론플레이인가. 예상 가능한 自國 피해 차단 의혹. 보잉사-괌 관광사업 타격우려」(한국일보 8월10일자)
▲ 「(괌 공항 추락경보 장치의) 경보 울렸으면 사고 막았을 것」(조선일보 8월11일자)
이 말은 美 교통안전위원회 사고조사 책임자가 했다는 것인데 기사 본문에는 다르게 실려있다. 즉 이 책임자는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다른 보완장치가 있기 때문에 이 장치가 작동했더라면 안전운행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고 막았을 것」은 「안전운행에 도움이 되었을 것」의 과장이다.
▲「관제결함이 중대원인. 돌풍이나 측풍탓에 급강하했을 수도」(한국일보 8월11일자)
▲ 「미, 조종사에 『고도유지 최종책임』 전가」 「공정성 의심 받는 NTSB」(문화일보 8월11일자)
▲ 「저고도 하강 불구 관제사 침묵 의혹」(동아일보 8월12일자)
▲ 「공항 관제능력에 원초적 의문」(경향신문 8월12일자)
위의 예로 든 식의 「괌 공항 두들기기」가 대종(대종)을 이룬 보도를 본 사람들은 하나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괌 공항 시설과 관제사들이 그렇게 엉망이라면 왜 하필 대한항공 801편만 추락했을까. 801편과 비슷한 시간에 착륙한 다른 비행기들은 왜 떨어지지 않았을까」
이런 독자나 시청자들의 원초적인 의문에 대해서 설명해 주려면 대한항공 조종사의 과실에 대한 집중적인 추궁이 있어야 했는데 그것은 「국익에 反한다」고 판단되었는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는 「괌사고는 조종사의 잘못은 별로 없고 괌공항의 잘못이 主원인인 모양이다」라는 인상만을 갖고 이 사고를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2백29명을 죽게 한 대한항공의 책임은 한 번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넘어갔다. 당시 언론사의 사정은 『이 사고는 역시 조종사가 주된 책임자야』라고 말하면 非애국자 취급을 받을 분위기였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국익 추구는 사기
그런데 지난달 공청회 때 801편의 「블랙박스」 자료가 공개됨으로써 사고원인이 우리 언론의 보도와는 딴판임이 드러났다. 모든 사고원인이 그러하듯 괌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그러나 801편의 조종사측이 결정적인 과오를 범하였음은 명백해졌다. 괌 공항과 관제사의 과오도 있었지만 이것이 조종사의 몫보다도 많을 수는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美교통안전위원회의 사고조사는 우리측 참여자들도 놀랄 정도로 공정했음이 확인되었다.
자, 그러면 우리 언론의 국익(國益) 우선 보도는 어떤 결과를 초래 하였는가.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언론이 국익보호란 명분을 깔고 편파적으로 미국측을 비판하고 대한항공을 비호한 결과는 국익의 손상과 사익(私益)의 보호를 초래하였다. 우리 언론의 공격적인 보도가 미국측에 영향을 주어(한국에서 언론이 정부에 영향을 주듯이) 한국측에 유리한 결론을 내게 했다는 증거는 없다. 우리 언론의 억지보도가 통하는 곳은 국경선 안쪽일 뿐이다.
국경선 안쪽에 잇는 대한항공은 이런 억지보도로부터 크나큰 도움을 받았다. 정상적인 언론이 있는 정상적인 나라에서라면 안전관리의 허점에 대하여 집중적인 추궁을 받았어야 할 대한항공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책임추궁도 없는 곳에서는 개선(改善)도 없다」는 일반원칙을 참고로 한다면 언론의 대한항공 보도는 안전관리의 개선을 더디게 함으로써 대부분이 한국인인 대한항공 이용객들의 위험을 방치하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언론의 국익보도는 결과적으로 사익(私益) 또는 사익(社益)을 보호하고 국민의 이익(利益)을 배신한 反국익보도가 되어버린 셈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원칙을 무시하엿기 때문이다. 사실보다 국익을 더 중요시하는(국익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사익을 비호한 고의적인 왜곡이 더 많았다) 태도는 정치적인 윤리로서도 문제가 있는데, 사실확인을 직업논리로 삼고 있는 기자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는 국익 추구는 일부 인사의 이익을 위해서 대다수 국민들의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것이 괌사고 보도의 교훈일 것이다.
사회와 언론의 민주화가 조종실 민주화의 前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항공 여객수송 인원이 가장 빨리 늘어난 나라이다. 인원이 가장 빨리 늘어난 나라이다. 1980년에 우리나라 항공사가 수송한 여객수는 4백40만 명인데 지난해에는 4천3백12만 명으로 열배가 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강 한 해에 한 번씩은 비행기를 탄다는 통계이다. 여객기 대수도 1980년에 37대이던 것이 지금은 1백62대로 늘었다. 1980년에 국제항공노선은 32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1백16개. 국내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수도 1980년의 13개에서 32개로 늘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항공산업이 번창하면서 비행기 사고도 많이 났다. 1980년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에서 발생한 6건의 큰 사고로 7백75명이 죽었다. 1980년 대한항공 점보기의 김포공항 추락 사고, 1983년 대한항공 007편 격추사건, 1987년의 김현희(金賢姬)에 의한 대한항공 폭파사건, 1989년 대한항공 트리폴리 RDGKD 추락사고, 1993년 아시아나 항공의 목포공항 추락사고, 그리고 지난해 괌 추락사고.
우리나라의 항공사고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1억인 당 사망자수는 세계평균이 0.04명인데 우리나라는 1.5배인 0.06명이다. 항공사고의 원인은 압도적으로 조종사 과실이 많은 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더 심한 편이다. 1975년부터 작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46건의 항공사고 중 조종사가 잘못한 것은 36건으로서 78.3%나 된다. 이는 세계평균인 64.4%보다 더 높은 편이다. 흥미있는 사실은 조종사 과실이 높은 지역은 아시아라는 점이다. 1백만 비행횟수 당 조종사의 실수에 의한 사고횟수를 보면 북미(北美)에서는 1.3회 유럽은 2.7회, 중동(中東)은 2.1회 남미(南美)는 4회인데 아시아지역에서는 5.9회, 우리나라는 4.86회로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조종사들이 특히 사고를 많이 내고 있는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은 유교적인 전통에서 우러나오는 권위적 서열의식이다. 조종실에 있는 두 명 또는 세 명의 조종사들 사이의 인간관계가 너무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의 실수를 솔직하게 지적하여 실수를 줄이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장이 실수하는 것을 부기장이 보고도 죄송한 마음 때문에 지적을 하지 않아 대형 사고가 나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사례들이 더러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조종실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조종실인 청와대에서도 똑같은 일들이 빚어진다. 대한민국호의 기장인 대통령이 실수하는 것을 참모들이 뻔히 보고서도 그 권위를 존중해준다는 명분으로 경고를 하지 않고 방치하여 대한민국호의 승객인 국민들을 큰 위험에 빠뜨린 것이 바로 김영삼(金泳三) 정부하에서 일어났던 IMF 사태였다.
조종실의 민주화가 사고를 막는 중요한 요인이다. 항공기 사고가 많이 나는 지역일수록 민주화가 더딘 곳이고 적게 나는 지역일수록 민주화가 잘 된 곳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민주화의 핵심은 계급의 상하를 너무 의식하지 않고 직무에 관련된 생각을 솔직하게 개진할 수 있는 인간관계인 것이다. 조종실의 민주적 인간관계를 보장하는 사회의 민주화, 이 사회의 민주화를 매개하는 언론의 민주화가 항공사고를 줄여준다는 얘기이다. 이 경우 언론의 민주화란 사실중시(重視)의 원칙에 충실한 자세를 뜻한다.
충돌 30분 전의 조종실
괌 사고의 실상을 가장 생생하게 전해주는 기록은 역시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공개한 조종실 음성녹음장치이다. 이 녹음테이프는 추락 전 30분간 조종실에서 있었던 대화를 담고 잇다. 이 녹음기록을 통해서 대한항공 801편이 추락시점으로 다가가는 상황을 간접 체험해 보자.
이 녹음테이프는 801편이 김포공항을 이륙한 지 3시간18분이 지난 8월6일 오전 1시11분51초(괌 현지시간)부터 추락 때까지 조종실 근무자인 기장 박용철(42), 부기장 송경호(41), 기관사 남석훈(58)씨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때 점보기의 고도는 4만1천피트. 이 순항고도를 2시30분 동안 유지하였다. 중간에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흔들리는 바람에 식사제공을 중단한 적도 잇었다. 기장은 괌에 접근하기 위하여 고도를 내리기 전에 하도록 되어 있는 브리핑을 한다. 이때가 추락 30분35초 전.
<기장 : 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ILS(편집자 注-계기착륙장치) 110.3(헤르츠), 니미츠 VOR(전방위무선표지소의 주파수) 115.3(헤르츠), 코스 063(도), 시정 6(항공마일)이라니까 비주얼(visual)되면, 음,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어, VOR 넘보 투(2)는 VOR 계속 세트(Set)해주시고 VOR 플러스 3(항공마일)되는 데로 TOD(Top Of Descent:강하를 시작하는 고도)잡고 내려가겠습니다. 3(항공마일) 모어(More)하므로 한 백오십오마일 정도부터 내려갈께요. 항공기가 속도 줄면 확 떨어지니까, 스피드 좀 내겠습니다. 음, 다른 것은 큰 지장 없지요.
만일에 고 어라운드(Go Around:착륙포기 후의 재상승)하게 되면 VFR(Visual Flight Rule: 시계 비행) 이니까 그냥 비주얼 (Visual) 로 두는 상태여야지...에서 라이트 턴(Right turn)해서 들어가면서, 어, 레이더 백터 (Rader Vector: 관제 레이더의 방향지시) 요구하든지, 어, 그렇게 하고, 바로 그렇지 않으면 지금 플레이크(Flake:괌 활주로의 착륙방향)로 들어가야 하니까, 플레이크 쪽으로 들어가 가지고 턴 코스(Turn Course:회전) 062(도). 음, 아웃바운드 헤딩(Outbound Heading:활주로 이탈 방향) 242(도)로 홀딩(Holding) 하면 되겠습니다. 로컬라이저 글라이드슬롭(Locallizer Glide Slope)이 아웃(Out)되어 있기 때문에 MDA(Minimum Descent Altitude: 최저강 하고도)는 560피트이고, HAT(Height:지상과 기체 사이의 높이)는 304피트, 아휴 브리핑 양이 너무 많습니다. 이상입니다>
비행기가 순항고도에서 활주로를 향해서 내려가기 전에 기장이 부기장과 항공기관에게 해준 이 브리핑 내용은 괌 추락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첫째, 괌 공항에서는 무선표지소(VOR)가 활주로 끝에 있지 않고 활주로 끝에서 전방 3`3항공마일 되는 지점에 있다는 것을 기장이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무선표지소에서 약 3마일을 더 간 곳에 활주로가 있고, (「VOR 플러스 3」,「3 모어」) 그곳을 향하여 기체를 강하시키겠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에 나오겠지만 기장은 착륙단계에 가면 무선표지소가 활주로 끝에 붙어 있다고 착각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가질 만한 행동을 보이는데 사고 30분 전의 브리핑 때는 그런 착각을 하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착륙하는 비행기를 자동적으로 유도해주는 괌 공항의 글라이드 슬롭(GLS=Glide Slope)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기장은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브리핑은 아주 정상이었다.
『허, 허, 허, 괌 좋네』
.15시13분 ..33초 (국제표준시각, 충돌 28분 53초 전)
기장 : 자, 이제 내려가지요,
.1513:40
부기장 : 괌 관제소, 대한항공 801편은 4만 1천 피트에서 2천 6백 피트로 내려가겠다.
괌 관제소 : 알았다.
.1514:35
항공기관사: 자, 여기 있습니다, 랜딩 데이터 카드 (기관사가 착륙시의 속도, 최저고도 등 필수 정보를 카드에 적어서 건네준다).
기장 : 오케이, 생큐.
.1514:55
기장 : 고도계 기압치를 2986으로, 1백 34노트로 놓겠습니다.(기장이 괌 공항의 기압치를 통보 받아 고도계에 입력하여 정확한 고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512:01(충돌 22분 25초 전 )
기장 : 이거 뭐 왕복해가지고 아홉시간 나와야 뭐 조금이라도 있는 것 아니야. 이것 여덟 시간 나오면 말짱 헛 일 아니야. 여덟 시간 가지곤 아무 도움 안되는 것.(20초 뒤) 아이구 맥시멈으로 고생시키는 구나, 맥시멈으로. 이게 아마, 이래 되면 캐빈 승무원들 호텔비 안들어 가지요, 비행시간 맥시멈으로 태우지요, 그래서 노멀 점보 (조종사 3인이 타야하는 구식)만 잡아먹는 거야(김포-괌 왕복 시간은 여덟 시간이 안되므로 초과근무 수당에 해당되지 않는 것을 두고 하는 말).
.1521:13
기장 : 어 정말로 졸려서
부기장 : 그럼요. 괌이 안좋네요, 기장님. (고도계 기압치) 2986.
.1522:26
기장 : 야, 비가 많이 온다. 가다가 이쯤 해서 한 20마일 요청해.
부기장 : 예. 더 오는 것 같죠, 이 안에>
조종사들은 기상 레이더에 나타난 비구름 떼를 보고 한 20마일쯤 우회하여 피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기장은 괌 관제소에 항로 왼쪽으로 10마일 우회하겠다고 연락하여 허가를 받고 실행한다.
1525:03(오전 1시 25분 3초, 충돌 17분 25초 전)
기관사 : 강하 체크리스트.
부기장 : 좋습니다.(착륙을 위한 강하시에 점검해야 할 안전벨트 매기, 기압치 입력 등 사항들을 복창해가면서 확인해 갔다.)
.1526:21
기관사 : 괌 상황은 어떤데. 이게 괌이야? 이거 괌이야, 괌.
기장 : 허 허 허, 괌 좋네.
기관사 : 오늘 기상 레이더 덕 많이 본다.(기상 레이더에 괌이 나타난 것을 두고 하는 말)
.1531:17(충돌 11분 9초전).
부기장 : 괌 관제소, 대한항공 801편, 찰리 브라보(CB, 비구름)에서 나왔다. 6번 활주로 왼쪽으로 레이더 유도 부탁한다.
관제소 : 대한항공 801, 1백 20도로 비행하라.
.1531:39
기관사 : 어프로치 체크리스트?
기장 : 어프로치 체크리스트.
기관사 : 인보드 랜딩 라이츠? (Inboard Landing Lights? 착륙時 켜게 되어 있는 안쪽 날개燈).
기장 : 온(활주로에 접근하기 전의 점검사항을 복창하면서 확인해 갔다)
.1533:03(충돌 9분 23초 전)
기장 : 1번 ILS (Instrumennt Landing System: 공항의 계기착륙장치) 주파수 맞추세요.
불명 : 알았습니다.(기장은 ILS주파수를, 부기장은 VOR주파수를 맞춘다).
기장 : 어, 저기 저 왼쪽에 있는 거 CB(준積雲) 큰데?
기관사 : 이거는 그렇게 심해지지 않겠습니까?
기장 : 저고도에 내려가면 조금 약해지겠지요.
.1535:29(충돌 6분 57초 전)
기장 : 플랩스 원(Flaps one)
부기장 : 플랩스 원 (착륙하기 위한 준비 동작으로서 날개의 플랩, 즉 고 양력판을 뽑아내기 시작한다). 199(노트).
기장 : 파이프.
부기장 : 플랩스 파이프. 179(노트)>
『글라이드 슬롭이 왜 나오지』
.1538:49(충돌 3분 37초 전)
관제소 : 대한항공 801편, 090도로 좌회전하여 로컬라이저 (Localizer)를 포착하라.
부기장 : 090로 회전하여 로컬라이저를 포착하겠음(로컬라이저는 계기착륙장치에서 발사하는 무선으로서 이것을 수신하면 착륙 비행기의 항로와 활주로의 중앙선을 일직선으로 일치시킬 수 있다. 당시 괌 공항에서는 착륙시의 강하고도를 보여주는 글라이드 슬롭은 작동하지 않고 있었으나 로컬라이저는 작동하고 있었다. 사고기는 90도로 좌회전하여 로컬라이저 무선을 포착한 다음 고도 2천 6백 피트를 유지하며 비행하고 있었다)
.1539:20
불명 : 우- (놀란 어투).
불명 : 시원하겠다.(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하는 말)
.1539:30
부기장 : 글라이드 슬롭 (알 수 없는 목소리) 로컬라이저 포착 (불분명) 글라이드 슬롭 했습니다.
관제소 : 대한항?801편, 활주로 6번 왼쪽으로 계기착륙 방식의 접근을 허가한다. 글라이드 슬롭은 사용할 수 없다.
부기장 : 대한항공 801편 알았다. 활주로 6번 왼쪽으로 계기접근 하겠다.( 이때 부기장은 글라이드 슬롭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관제사의 통보내용을 복창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은 복창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미 조종사들은 글라이드 슬롭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 녹음 대화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으로 사고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1539:50 (비행기록장치에 따르면 이때 801편 점보기는 로컬라이저 무선을 이용하여 기수를 활주로의 중앙선과 일치시켰다).
.1539:55(충돌 2분 31초 전)
기관사 : 글라이드 슬롭이 되요? 글라이드 슬롭? 예?
기장 : 예, 예, 됩니다.
기관사 : 아 이, 그래서.
불명 : 글라이드 슬롭 되나 보라구?
불명 : 글라이드 슬롭 왜 나오죠?
부기장 : 낫 유저볼(Not Usable:쓸 수 없어요).
기관사 : 식스(SIX) D(DME) 체크, 기어 내려야죠(여기서 "식스 D"가 활주로로부터 6마일을 가리키는지, VOR로부터 6마일을 가리키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 착륙바퀴는 활주로로부터 약 6마일 되는 상공에서 내려졌다고 한다).
기장 : 체크.
불명 : 글라이드 슬롭 틀린다.
글라이드 슬롭 誤신호에 혼란
이날 괌 공항의 글라이드 슬롭이 고장이 나서 이를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는 이미 발표되어 있었다. 801편 조종사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막 착륙접근에 들어간 시점에서 조종실의 계기판에 글라이드 슬롭 신호가 나타나니까 혹시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생겼던 것같다. 기장은 계속해서 이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행기를 악천후 속에서 활주로에 갖다대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시간에 왜 쓸데 없이 글라이드 슬롭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생긴다. 의심이 생기면 기장은 관제소에 "글라이드 슬롭 신호가 나타났는데 작동하고 있는가"하고 물어보아야 하는데 자기들 ◀?되느니 안되느니 하고 있다. 기장이, 나타났는가 안 나타났는가 하는 부정확한 글라이드 슬롭신호를 참고하여 내려갔다가 사고를 냈다고 추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라이드 슬롭 전파송신소는 고장이 나 있는데 비행기 계기판에는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잘못된 신호가 나타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라디오 같은 전자제품에 의한 전파간섭이나 비행기 외부에서 방출된 전파가 그런 장난을 일으킬 수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건교부 조사팀은 독자적인 조사를 통해서 만약 괌 공항의 글라이드 슬롭 송신시설이 1백20헤르츠의 전파를 발사하였더라면 801편의 수신기에 허위 신호가 나타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1540:13 (충돌 2분13초전)
801편 점보기는 1분여 유지하던 2천6백피트 고도를 이탈하여 활주로를 향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때의 위치는 활주로로부터 약 9마일(이 기사에 나오는 마일은 항공마일, 즉 1,852m 이다), 니미츠 힐 언덕에 있는 VOR, 즉 전방위무선표지소로 부터는 5.7마일 이었다. 괌 공항은 글라이드 슬롭이 작동하지 않을 때 모든 항공기는 VOR로부터 7마일까지는 고도 2천6백피트를 유지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1540:33
부기장: 천사백(피트) 들어가죠?(이 때의 고도는 2천피트)
기장: 글라이드 슬롭 오늘 상태가 안 좋으니까 , 천4백40을 지켜야 되니까, 세트하시고(고도계를 1천4백40피트로 돌려놓아 기체가 그 고도까지 내려가도록 하는 조치)
.1540:42
관제소: 대한항공 801편, 아가나 타워를 118.1(헤르츠)로 접촉하라. 안녕히 가세요(한국말로), 118.1(괌 공항관제소는 801편의 관제를 레이더에서 타워로 넘긴 것이다. 이때부터는 공항 관제탑에서 주로 육안으로 비행기를 관제한다)
기관사: 한국에서 근무하던 양놈들이, 아마 여기 미군들이 근무할 거야.
기장: 예
부기장: 아가나 타원, 대한항공 801편, 6번 좌측 활주로의 로칼라이저(수편지시)를 포착했다.
.1541:01(충돌 1분25초전)
타워: 대항항공 801헤비급, 여기는 아가나 타워, 6번 좌측 활주로 풍향 090도에 7노트, 착륙을 허가한다. 오늘밤은 보잉 747이 틀림이 없는가(김포-괌 노선에 보잉 747이 뜨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관제사가 확인하는 것이다)
부기장: 대한항공 801편, 착륙을 허가한다(복창).
타워: 대항항공 801편, 알았다
고도 확인절차 생략, 규정고도 무시
이때 801편 점보기는 활주로로부터 약 6.8마일, 니미츠 VOR로부터는 3.5마일 떨어진 상공에 있었는데 고도는 1천8백피트를 지나서 1천4백피트를 향해서 내려가고 있었다. 글라이드 슬롭이 작동하지 않을 때는 VOR로부터 1.6마일까지 접근한 이후라야 2천피트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데 801편은 그 전에 이미 규정고도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착륙때 규정고도를 안 지키는 것은 충돌의 초대장이다. 현지시각 오전 1시41분13초에 801편은 이미 규정 고도보다 2백피트 밑인 1천8백피트를 지나 기다리는 지옥을 향해서 계속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801편은 이어서 아웃마커((Outmarker)상공을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통과했다. 아웃마커는 활주로에서 4.9마일, VOR로부터 1.6마일 떨어진 곳에서 수직으로 발사되는 무선이다. 조종사는 이 상공을 통과할 때 아웃마커 무선늘ㅇ 꼭 수신하고 고도를 확인하여야 한다. 조종실 녹음테이프에는 이 확인작업과정이 실려있지 않아 조종사들이 이 필수적인 점검을 하지않았음을 보여 준다.
아웃마커에서 발사되는 무선들이 수신되면 삐 삐 하는 소리가 나는데 그런 소리도 녹음되어 있지 않아 아웃마커가 고장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아웃마커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고시되어 있었으므로 조종사들은 그 전파를 확인하여 작동되지 않으면 보고를 했어야 했다. 조종사들이 그런 점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사 아웃마커가 고장나 있었다고 해도 조종사들의 책임은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아웃마커는 비행기가 착륙을 위한 마지막 접근을 시작하는 출발선이다. 이곳에서 고도를 정확히 점검하였더라면 기장은 801편 점보기가 규정고도 2천 피트보다도 4백51피트가 낮은 1천5백49피트에서 아웃마커를 통과했음을 알고 고도를 높였을 것이다.
조종사들이 아웃마커 점검을 정확히 하였더라면 사고는 예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조종사들이 반드시 하게 되어 있는 아웃마커 통과시의 복창(Call-Out)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동적으로 반복하도록 한 사소해 보이는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대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당시 괌 공항에는 관제 레이더에 최저안전고도장치(MSAW=Minimum Safe Altitude Warning)가 붙어 있었다. 이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면 801편도 고도 1천7백피트를 지날 때 레이더에서 "고도가 낮다"는 경고가 시청각적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면 관제사는 충돌 약 60초 전에 801편 조종사에게 경고를 했을 것이다. 미 연방陋澎?FAA)은 이 장치는 정상적인 착륙과 비정상적인 접근을 구별하지 못해 허위경보를 많이 발생시킨다고 해서 공항으로부터 54마일 이내에서는 작동하지 않도록 하라고 모든 미국공항에 지시했었다. 괌 공항 것도 공항 가까이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미니멈, 미니멈"
.1541:22(충돌 1분 4초전)
기장: 플랩스 30(날개의 고양력판.高揚力板을 접는 각도 지시)
부기장: 플랩스 30.
.1541:31
부기장: 착륙 점검
기장: 잘 좌요. 5백60피트 셋(활공각 유도장치, 즉 글라이드 슬롭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엔 최저 5백60피트로 하게 되어 있다. 이 고도까지 내려가서도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착륙을 포기하고 상승해야 한다. 이 고도를 최저고도로 설정했다는 것은 기장이 활공각 유도장치가 고장난 것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1541:42(충돌 44초전)
GPWS(Ground Proximity Warning System): 1천 피트!
이때 801편의 위치는 VOR로부터 2마일, 고도는 1천4백피트. 이 고도는 이 위치에서 지켜야하는 최저고도 2천피트 보다도 6백피트나 낮다. 그래서 GPWS, 즉 충돌 방지장치가 지면과 비행기 사이의 고도가 1천 피트라고 경보한 것이다. 801편은 활주로에서는 3.3마일 떨어져 있는 VOR송신소를 지향하여 일직선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1541:46(충돌 40초전)
기장: 글라이드 슬롭 안되나?(기장은 충돌 40초 전인데도 글라이드 슬롭을 단념하지 못하고 거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 기장이 오작동되고 있는 글라이드 슬롭 신호를 따라 내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와이퍼 온.
기관사: 예스, 와이퍼 온.
.1541:53(충돌 33초전)
부기장: 랜딩 체크 리스트(착륙전 점검 시작)
기관사: 이그니션 플라이트 스타트 플라이트 스타트(Ignition Flight Start Flight Start: 엔짐이 갑자기 작동을 중지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가동시킨다는 뜻)
.1541:59(충돌 27초전)
부기장: 안보이잖아?
GPWS(충돌방지장치): 5백피트!(이때 801편의 고도는 해발 약 1천1백 피트였으나 지면으로부터는 불과 1백5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충돌방지장치가 다시 경보를 한 것 이다)
기관사: 어?(놀라는 어투)
조종실: 스태빌라이즈, 스태빌라이즈(기체가 안정된 상태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뜻)
기관사: 자동 브레이크?(비행기가 착지한 뒤 자동적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도록 하는 장치)
기장: 미니멈(브레이크를 최저 단계에 놓아 활주로에서 길게 미끄러진 뒤 멈추도록 조작 지시. 활주로에 닿기 직전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1542:08(충돌 18초전)
기장: 랜딩 기어 다운 인 그린((Landing Gear Down In Green: 착륙 바퀴가 내려갔음을 표시등을 통해서 확인했다는 뜻이다. 이때가 충돌 18초전인데 기장은 착룩비행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착륙점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1542:12(충돌 14초전)
기장: 온 코스(On Cource: 정상 비행중)
.1542:13(충돌 13초전)
기관사: 플랩스?
조종실: 30 그린(플랩이 30으로 내려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뜻)
.1542:14(충돌 12초전)
GPWS: 미니멈, 미니멈!(최저 고도)
착륙 포기합시다
"미니멈!"이란 경보음이 들렸을 때는 충돌 불과 12초전. 이때 대한항공 801편의 고도는 8백40피트였다. 니미츠 힐이란 언덕 위를 날아가고 있던 801편과 지면 사이의 격차는 3백4피트, 약 90m 였다. 이 경고음이 나왔을 때 조종실에서는 활주로가 보이지 않았다. 2백54명의 목숨을 태운 점보기는 당시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소낙비와 구름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최저고도!"란 경보를 받고, 또 활주로 불빛도 안보이는데 왜 박용철 기장은 즉각적으로 기체를 상승시키지 않았을까. 조종사들은 눈앞에 있는 계기판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은 최저고도를 해발 5백60피트(격차고도 3백4피트)로 미리 고정시켜 놓고 있었는데 현재 해발고도는 그보다 2백80피트나 높은 것으로 나오니 안심했을 것이다 "5백60피트까지는 마음놓고 내려가도 안전하다"는 선입견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5백60피트라는 최저고도는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3.3마일 떨어진 VOR 상공까지 1천4백 피트 이상의 고도로 접근한 뒤 VOR을 넘어서서 활주로로 강하하는 구간의 최저고도이다.
조종사들은 머릿속에서 한 구간을 생략한 채 무조건 5백60피트까지는 내려가도 된다는 오산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미니멈!" 이란 경고는 기체가 활주로에 가까워지니까 울리는 것이라 착각했을 것이다. 사실은 기체와 니미츠 힐이 접근하고 있는데 대한 경보였다. 미니멈이란 경보음이 나왔을 때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무조건 기체를 상승시켜야 하는데 조종사들은 활주로가 보이지 않나 두리번거리고 착륙지점과 확인작업을 계속했다.
.1542:14.70(충돌 11초전)
기관사: 유압.
조종실: 음, 랜딩 라이츠(Landing Lights: 착륙하면 켜게 돼 있는 기수에 붙은 前照燈)
.1542:17(충?9초전)
GPWS: 급강하!(갑자기 강하속도가 빨라진 것을 경고)
부기장: 급강하, 오케이(기체를 급히 상승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급강하는 문제없다고 말한다)
기관사: 2백 피트(기체와 지면 사이의 격차 고도. 3백4 피트일 때까지 내려가서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즉시 착륙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 최저고도 이하로 백 피트나 내려왔다는 말만 하고 있다)
.1542:19.47(충돌 7.47초전)
부기장: 착륙 포기합시다.
.1542:21(충돌 5초전)
기관사: 안 보이잖아(기체를 급히 상승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아직도 밖을 보면서 활주로를 찾고 있다)
.1542:22(충돌 4초전)
부기장: 안보이죠. 착륙 포기!(이 때 부기장이 기장을 무시하고 자기 앞에 있는 조종간을 잡아 당겼어야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기장이 두 번이나 "착륙포기 "를 건의했는데도 기장은 듣지 않았다. 기장이 명백하게 잘못하고 있을 때는 부기장이 조종권을 인수하여 위기를 모면하도록 해야 한다)
.1542:22.18
기관사: 올라 갑시다(Go Around)
.1542:23.07
기장: 고우 어라운드(Go Around: 올라 갑시다)
신음소리
기장이 마침내 착륙을 포기하고 기체를 치켜 올리기로 결심한 시각은 충돌 2.53초 전이었다. 충돌방지장치가 "미니멈!"이라고 경고한 지 9초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부기장이 "착륙 포기"를 건의한 지 3.2초가 지난 시점 이었다.
.1542:23.77(충돌 2.3초전)
조종실: 자동조종장치를 해제할 때 나는 경보음이 들린다(기장이 조종간을 잡아당기기 전에 자동조종장치 해제 단추를 눌렀다는 것을 뜻함. 기장은 왼손으로 조종간을 당기면서 오른손으로 엔진 4개의 추진력을 증가시키는 손잡이를 밀어 올렸다. 비행기록장치의 분석치에 따르면 이 시각에 엔진 추진력과 비행속도, 그리고 기수의 상승각도가 증가하고 있었다)
부기장: 플랩스(착륙을 위해서 빼놓았던 날개의 고양력판을 다시 집어 넣겠다는 뜻. 그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기체가 하강한다고 한다. 이 동작이 801편의 충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 지는 조사중이다)
.1542:24(충돌 2초전)
GPWS: 100(지면에서 1백피트 되는 상공까지 내려왔다는 뜻) 50, 40, 30(피트) (기수를 치켜드는 동작을 했지만 2백54명을 태운 중량 2백10t의 점보기가 시속 2백90km로 급강하하는 관성을 즉각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하강이 계속된 것이다)
.1542:25.78
GPWS: 20(피트), 충돌음>
801편의 왼쪽 날개 밑에 달린 착륙바퀴가 먼저 언덕의 나무를 살짝 건드린 뒤 도로 곁에 있는 송유관을 치면서 도로를 건너가다가 왼쪽 날개 바깥쪽의 엔진이 언덕 비탈과 충돌했다. 엔진은 떨어져 나갔다. 비행기 동체는 언덕의 비탈을 기어 올라가면서 조종실이 있는 기수를 시작으로 부러지기 시작했다. 기수는 언덕의 꼭대기를 넘어 아래로 내려꽂듯이 쳐박혔다. 사고기는 충돌 직전에 기장이 조정간을 치켜올린 때문에 충돌 2초 후에는 기수가 상향 8도로 치켜져 있었다. 점보기는 하강을 멈추고 막 상승하려는 찰나에 나무와 송유관을 친 것인데 한 3m만 여유가 있었더라도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면하고 상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1542:29(충돌 3초후)
조종실: 신음(떨어져 나간 조종실이 뒤집히면서 구조물이 속으로 쑥 들어오니 조종사들은 계기판에 끼이면서 온 몸이 으스러지는 비명을 지르는 것이 생생하게 녹음되었다.
.1542:32.53(충돌 7초후) 녹음 끝
조종실과 1등석이 있는 기수(機首)부분은 동체가 분리되어 뒤집어진 채 발견되었다. 기수의 코 부분은 충돌시의 충격으로 안으로 쑥 들어가 있었다. 기장과 부기장이 앉았던 의자는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부기장의 의자는 튕겨 나가 있었다. 생존자 가운데 8명은 1등석, 10명은 뒷좌석, 13명은 3개의 의자열(列)가운데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생존자들은 비행기가 동강날 때 의자와 함께 바깥으로 튕겨 나갔던지 기체 안에서 자력(自力)으로 안전띠를 풀고 화염과 쏟아진 짐덩어리들 사이를 뚫고 바깥으로 탈출한 이들이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충돌 직후의 승객실은 다음과 같았다.
<산소 마스크가 내려와 있었고, 머리 위에 있는 짐칸에서 물건들이 쏟아져 바닥에 쌓여 있었다. 공사장처럼 어지러웠다. 붉은 화염과 열기가 덮쳐 왔다>
사실도, 국익도 잃었다
앞으로 사고조사의 핵심 쟁점은 왜 박용철 기장이 2천6백 피트 고도를 유지하다가 충돌 2분 13초 전부터 기체를 강하시킬 때 규정 고도와 규정 확인사항을 무시하고 니미츠 힐을 향하여 내리꽂듯이 내려갔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활주로에서 3.3마일(6.1km) 떨어진 VOR 무선표지소를 활주로라고 착각했을 가능성과 착륙전 2분30초 경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글라이드 슬롭 오(誤)신호를 진짜로 착각하고 거기에 따라서 고도를 낮추다가 접근시의 최저 고도 5백60 피트까지는 직선으로 내려가도 된다는 선입견을 갖고 무리를 하다가 활주로 앞에 솟아 있는 해발 7백 피트의 니미츠 힐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든 기장과 대한항공의 결정적 과실이다.
기장은 고도를 잘못 잡은 외에도 아웃마커 통과시의 고도 확인 절차 무시, 충돌방지장치의 "미니멈!"이란 경고 무시, 부기장의 "고우 어라운드(착륙 포기, 재상승)"의 건의 무시를 법했다. 이 세가지 가운데 하나만 지켰더라도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조종실의 세 사람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구름 속에서 활주로 불빛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들은 활주로가 바로 발밑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때 활주로는 6km 저 멀리 있었다.
사회부의 경찰출입기자들은 가끔 "가장 큰 사건은 살인사건이다"라고 말한다. 지구와도 바꿀 수 없다는 인간 생명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엄숙한 것이다. 적어도 당사자와 그 유가족에게는 그 사건이 IMF 사건보다도, 소위 북풍(北風) 사건보다도, 클린턴의 성 추문설 사건보다도 큰 것이다. 사회부 기자식의 이런 휴머니즘이 발휘되어야 할 대목이 바로 이 괌 추락 사고였다.
한 인간의 착각에 의하여 2백 29명이 죽을 수 있다는 이 엄청난 사고에서 사회부 기자들의 기자정신은 「국익 보호」가 아니라 「사실확인」에 집중되어야 했다. 한국 언론의 「미국측 때리기, 대한항공 감싸주기」는 결국 2백 29명의 인명은 사라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통탄할 사태를 결과하고 말았다. 「국익 보호」는 정치가의 몫이고 「사실확인」은 기자의 몫인데 기자가 정치인 흉내를 내다가 사실도 국익도, 그리고 휴머니즘도 잃은 것이다.
괌 사고는 2백69명이 죽은 1983년의 대한항공 007편 피격사건에 이은 두 번째의 큰 항공 참사였다. A 유전자 감식방법까지 동원했으나 72명의 시신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한항공과 보상문제에 합의한 것은 사망자 87명의 유가족이다. 사고 조사는 괌이 미국령이므로 미국의 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가 주관하고 우리 건교부(建交部)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실상의 공동 조사였다. 건교부 항공국의 국제협력관 함대영(함대영)씨가 정부대표로 참여했다.
지난 3월 22일 그동안의 사고조사를 결산하는 공청회가 하와이의 호놀룰루에서 열렸다. 한미 양국의 정부, 항공전문가 89명과 증인 21명을 비롯한 3백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6일동안 사고원인, 개선방향 등을 토론했다. 이 공청회에서 미국 교통횬活㎰廢릿?사고기에서 회수한 비행기록장치(FDR=Flight Data Recorder)와 조종실 음성녹음장치(CVR=Ccockpit Voice Recoder)의 해독결과를 공개했다. 사고원인을 밝혀줄 가장 중요한 정보는 언론이 블랙박스라고 부르는 이 두 개의 기록장치 안에 들어 있었다.
美 교통안전위원회는 공청회의 결과를 참고하여 오는 8월에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꼭 1년 만에 사고원인을 발표하는 것이다. 항공기 사고 조사는 이처럼 오래 걸린다. 대한항공 007편 피격사건에 대한 최종보고서는 사고가 난 지 10년이 지난 1993년에 발표되었다. 1996년에 뉴욕 상공에서 발생했던 TWA 점보기의 공중폭파 사고에 대한 조사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사고조사반이 바다에 빠진 이 점보기의 잔해를 거두어들여 사고기 동체의 약 97%를 복원하는 데 약 2천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國益 美名하의 私益 비호
속보(速報)를 신앙으로 삼고있는 언론은 사고가 알려진 그 순간부터 원인을 캐내어 특종을 알려는 경쟁에 들어간다. 10년이 걸려도 알 수 없는 원인을 하루 만에 속시원히 알고싶어 하는 언론의 속성이 슬기롭게 관리되지 않으면 과장과 억측, 그리고 편파보도가 일어난다. 괌 사고 취재 보도도 그런 한계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보통의 항공 사고보도에서는 언론이 사고를 낸 항공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깔고서 접근하게 된다.
괌 사고에서는 우리 언론은 대체로 미국측, 즉 괌 공황과 미국 사고조사반, 그리고 미국 언론을 일종의 주적(主敵)으로 삼았다. 이른바 국익(國益)을 앞세운 보도였다. 이러다가 보니까 사고회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는 거의 실리지 않았다. 오히려 동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지면(紙面)이나 방송 편성이었다. 언론은 사고의 원인을 조종사와 공항 관제소의 공동책임, 또는 공항과 관제사에 더 많은 책임이 있는 식으로 몰고 나갔다. 신문들의 주요 제목을 소개한다.
▲「미, 『人災만은 아니다』 번복. 『조종사 과실 단정은 무리』 추락원인 기상 등 복합적」(한국일보 1997년 8월10일자)
▲ 「미, 계산된 언론플레이인가. 예상 가능한 自國 피해 차단 의혹. 보잉사-괌 관광사업 타격우려」(한국일보 8월10일자)
▲ 「(괌 공항 추락경보 장치의) 경보 울렸으면 사고 막았을 것」(조선일보 8월11일자)
이 말은 美 교통안전위원회 사고조사 책임자가 했다는 것인데 기사 본문에는 다르게 실려있다. 즉 이 책임자는 『(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다른 보완장치가 있기 때문에 이 장치가 작동했더라면 안전운행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고 막았을 것」은 「안전운행에 도움이 되었을 것」의 과장이다.
▲「관제결함이 중대원인. 돌풍이나 측풍탓에 급강하했을 수도」(한국일보 8월11일자)
▲ 「미, 조종사에 『고도유지 최종책임』 전가」 「공정성 의심 받는 NTSB」(문화일보 8월11일자)
▲ 「저고도 하강 불구 관제사 침묵 의혹」(동아일보 8월12일자)
▲ 「공항 관제능력에 원초적 의문」(경향신문 8월12일자)
위의 예로 든 식의 「괌 공항 두들기기」가 대종(대종)을 이룬 보도를 본 사람들은 하나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괌 공항 시설과 관제사들이 그렇게 엉망이라면 왜 하필 대한항공 801편만 추락했을까. 801편과 비슷한 시간에 착륙한 다른 비행기들은 왜 떨어지지 않았을까」
이런 독자나 시청자들의 원초적인 의문에 대해서 설명해 주려면 대한항공 조종사의 과실에 대한 집중적인 추궁이 있어야 했는데 그것은 「국익에 反한다」고 판단되었는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는 「괌사고는 조종사의 잘못은 별로 없고 괌공항의 잘못이 主원인인 모양이다」라는 인상만을 갖고 이 사고를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2백29명을 죽게 한 대한항공의 책임은 한 번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넘어갔다. 당시 언론사의 사정은 『이 사고는 역시 조종사가 주된 책임자야』라고 말하면 非애국자 취급을 받을 분위기였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국익 추구는 사기
그런데 지난달 공청회 때 801편의 「블랙박스」 자료가 공개됨으로써 사고원인이 우리 언론의 보도와는 딴판임이 드러났다. 모든 사고원인이 그러하듯 괌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그러나 801편의 조종사측이 결정적인 과오를 범하였음은 명백해졌다. 괌 공항과 관제사의 과오도 있었지만 이것이 조종사의 몫보다도 많을 수는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美교통안전위원회의 사고조사는 우리측 참여자들도 놀랄 정도로 공정했음이 확인되었다.
자, 그러면 우리 언론의 국익(國益) 우선 보도는 어떤 결과를 초래 하였는가.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언론이 국익보호란 명분을 깔고 편파적으로 미국측을 비판하고 대한항공을 비호한 결과는 국익의 손상과 사익(私益)의 보호를 초래하였다. 우리 언론의 공격적인 보도가 미국측에 영향을 주어(한국에서 언론이 정부에 영향을 주듯이) 한국측에 유리한 결론을 내게 했다는 증거는 없다. 우리 언론의 억지보도가 통하는 곳은 국경선 안쪽일 뿐이다.
국경선 안쪽에 잇는 대한항공은 이런 억지보도로부터 크나큰 도움을 받았다. 정상적인 언론이 있는 정상적인 나라에서라면 안전관리의 허점에 대하여 집중적인 추궁을 받았어야 할 대한항공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책임추궁도 없는 곳에서는 개선(改善)도 없다」는 일반원칙을 참고로 한다면 언론의 대한항공 보도는 안전관리의 개선을 더디게 함으로써 대부분이 한국인인 대한항공 이용객들의 위험을 방치하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언론의 국익보도는 결과적으로 사익(私益) 또는 사익(社益)을 보호하고 국민의 이익(利益)을 배신한 反국익보도가 되어버린 셈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원칙을 무시하엿기 때문이다. 사실보다 국익을 더 중요시하는(국익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사익을 비호한 고의적인 왜곡이 더 많았다) 태도는 정치적인 윤리로서도 문제가 있는데, 사실확인을 직업논리로 삼고 있는 기자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사실에 기초하지 않는 국익 추구는 일부 인사의 이익을 위해서 대다수 국민들의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것이 괌사고 보도의 교훈일 것이다.
사회와 언론의 민주화가 조종실 민주화의 前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항공 여객수송 인원이 가장 빨리 늘어난 나라이다. 인원이 가장 빨리 늘어난 나라이다. 1980년에 우리나라 항공사가 수송한 여객수는 4백40만 명인데 지난해에는 4천3백12만 명으로 열배가 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강 한 해에 한 번씩은 비행기를 탄다는 통계이다. 여객기 대수도 1980년에 37대이던 것이 지금은 1백62대로 늘었다. 1980년에 국제항공노선은 32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1백16개. 국내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수도 1980년의 13개에서 32개로 늘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항공산업이 번창하면서 비행기 사고도 많이 났다. 1980년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에서 발생한 6건의 큰 사고로 7백75명이 죽었다. 1980년 대한항공 점보기의 김포공항 추락 사고, 1983년 대한항공 007편 격추사건, 1987년의 김현희(金賢姬)에 의한 대한항공 폭파사건, 1989년 대한항공 트리폴리 RDGKD 추락사고, 1993년 아시아나 항공의 목포공항 추락사고, 그리고 지난해 괌 추락사고.
우리나라의 항공사고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1억인 당 사망자수는 세계평균이 0.04명인데 우리나라는 1.5배인 0.06명이다. 항공사고의 원인은 압도적으로 조종사 과실이 많은 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더 심한 편이다. 1975년부터 작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46건의 항공사고 중 조종사가 잘못한 것은 36건으로서 78.3%나 된다. 이는 세계평균인 64.4%보다 더 높은 편이다. 흥미있는 사실은 조종사 과실이 높은 지역은 아시아라는 점이다. 1백만 비행횟수 당 조종사의 실수에 의한 사고횟수를 보면 북미(北美)에서는 1.3회 유럽은 2.7회, 중동(中東)은 2.1회 남미(南美)는 4회인데 아시아지역에서는 5.9회, 우리나라는 4.86회로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조종사들이 특히 사고를 많이 내고 있는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은 유교적인 전통에서 우러나오는 권위적 서열의식이다. 조종실에 있는 두 명 또는 세 명의 조종사들 사이의 인간관계가 너무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의 실수를 솔직하게 지적하여 실수를 줄이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장이 실수하는 것을 부기장이 보고도 죄송한 마음 때문에 지적을 하지 않아 대형 사고가 나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사례들이 더러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조종실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조종실인 청와대에서도 똑같은 일들이 빚어진다. 대한민국호의 기장인 대통령이 실수하는 것을 참모들이 뻔히 보고서도 그 권위를 존중해준다는 명분으로 경고를 하지 않고 방치하여 대한민국호의 승객인 국민들을 큰 위험에 빠뜨린 것이 바로 김영삼(金泳三) 정부하에서 일어났던 IMF 사태였다.
조종실의 민주화가 사고를 막는 중요한 요인이다. 항공기 사고가 많이 나는 지역일수록 민주화가 더딘 곳이고 적게 나는 지역일수록 민주화가 잘 된 곳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민주화의 핵심은 계급의 상하를 너무 의식하지 않고 직무에 관련된 생각을 솔직하게 개진할 수 있는 인간관계인 것이다. 조종실의 민주적 인간관계를 보장하는 사회의 민주화, 이 사회의 민주화를 매개하는 언론의 민주화가 항공사고를 줄여준다는 얘기이다. 이 경우 언론의 민주화란 사실중시(重視)의 원칙에 충실한 자세를 뜻한다.
충돌 30분 전의 조종실
괌 사고의 실상을 가장 생생하게 전해주는 기록은 역시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공개한 조종실 음성녹음장치이다. 이 녹음테이프는 추락 전 30분간 조종실에서 있었던 대화를 담고 잇다. 이 녹음기록을 통해서 대한항공 801편이 추락시점으로 다가가는 상황을 간접 체험해 보자.
이 녹음테이프는 801편이 김포공항을 이륙한 지 3시간18분이 지난 8월6일 오전 1시11분51초(괌 현지시간)부터 추락 때까지 조종실 근무자인 기장 박용철(42), 부기장 송경호(41), 기관사 남석훈(58)씨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때 점보기의 고도는 4만1천피트. 이 순항고도를 2시30분 동안 유지하였다. 중간에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흔들리는 바람에 식사제공을 중단한 적도 잇었다. 기장은 괌에 접근하기 위하여 고도를 내리기 전에 하도록 되어 있는 브리핑을 한다. 이때가 추락 30분35초 전.
<기장 : 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ILS(편집자 注-계기착륙장치) 110.3(헤르츠), 니미츠 VOR(전방위무선표지소의 주파수) 115.3(헤르츠), 코스 063(도), 시정 6(항공마일)이라니까 비주얼(visual)되면, 음,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어, VOR 넘보 투(2)는 VOR 계속 세트(Set)해주시고 VOR 플러스 3(항공마일)되는 데로 TOD(Top Of Descent:강하를 시작하는 고도)잡고 내려가겠습니다. 3(항공마일) 모어(More)하므로 한 백오십오마일 정도부터 내려갈께요. 항공기가 속도 줄면 확 떨어지니까, 스피드 좀 내겠습니다. 음, 다른 것은 큰 지장 없지요.
만일에 고 어라운드(Go Around:착륙포기 후의 재상승)하게 되면 VFR(Visual Flight Rule: 시계 비행) 이니까 그냥 비주얼 (Visual) 로 두는 상태여야지...에서 라이트 턴(Right turn)해서 들어가면서, 어, 레이더 백터 (Rader Vector: 관제 레이더의 방향지시) 요구하든지, 어, 그렇게 하고, 바로 그렇지 않으면 지금 플레이크(Flake:괌 활주로의 착륙방향)로 들어가야 하니까, 플레이크 쪽으로 들어가 가지고 턴 코스(Turn Course:회전) 062(도). 음, 아웃바운드 헤딩(Outbound Heading:활주로 이탈 방향) 242(도)로 홀딩(Holding) 하면 되겠습니다. 로컬라이저 글라이드슬롭(Locallizer Glide Slope)이 아웃(Out)되어 있기 때문에 MDA(Minimum Descent Altitude: 최저강 하고도)는 560피트이고, HAT(Height:지상과 기체 사이의 높이)는 304피트, 아휴 브리핑 양이 너무 많습니다. 이상입니다>
비행기가 순항고도에서 활주로를 향해서 내려가기 전에 기장이 부기장과 항공기관에게 해준 이 브리핑 내용은 괌 추락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첫째, 괌 공항에서는 무선표지소(VOR)가 활주로 끝에 있지 않고 활주로 끝에서 전방 3`3항공마일 되는 지점에 있다는 것을 기장이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무선표지소에서 약 3마일을 더 간 곳에 활주로가 있고, (「VOR 플러스 3」,「3 모어」) 그곳을 향하여 기체를 강하시키겠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에 나오겠지만 기장은 착륙단계에 가면 무선표지소가 활주로 끝에 붙어 있다고 착각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가질 만한 행동을 보이는데 사고 30분 전의 브리핑 때는 그런 착각을 하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착륙하는 비행기를 자동적으로 유도해주는 괌 공항의 글라이드 슬롭(GLS=Glide Slope)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기장은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브리핑은 아주 정상이었다.
『허, 허, 허, 괌 좋네』
.15시13분 ..33초 (국제표준시각, 충돌 28분 53초 전)
기장 : 자, 이제 내려가지요,
.1513:40
부기장 : 괌 관제소, 대한항공 801편은 4만 1천 피트에서 2천 6백 피트로 내려가겠다.
괌 관제소 : 알았다.
.1514:35
항공기관사: 자, 여기 있습니다, 랜딩 데이터 카드 (기관사가 착륙시의 속도, 최저고도 등 필수 정보를 카드에 적어서 건네준다).
기장 : 오케이, 생큐.
.1514:55
기장 : 고도계 기압치를 2986으로, 1백 34노트로 놓겠습니다.(기장이 괌 공항의 기압치를 통보 받아 고도계에 입력하여 정확한 고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512:01(충돌 22분 25초 전 )
기장 : 이거 뭐 왕복해가지고 아홉시간 나와야 뭐 조금이라도 있는 것 아니야. 이것 여덟 시간 나오면 말짱 헛 일 아니야. 여덟 시간 가지곤 아무 도움 안되는 것.(20초 뒤) 아이구 맥시멈으로 고생시키는 구나, 맥시멈으로. 이게 아마, 이래 되면 캐빈 승무원들 호텔비 안들어 가지요, 비행시간 맥시멈으로 태우지요, 그래서 노멀 점보 (조종사 3인이 타야하는 구식)만 잡아먹는 거야(김포-괌 왕복 시간은 여덟 시간이 안되므로 초과근무 수당에 해당되지 않는 것을 두고 하는 말).
.1521:13
기장 : 어 정말로 졸려서
부기장 : 그럼요. 괌이 안좋네요, 기장님. (고도계 기압치) 2986.
.1522:26
기장 : 야, 비가 많이 온다. 가다가 이쯤 해서 한 20마일 요청해.
부기장 : 예. 더 오는 것 같죠, 이 안에>
조종사들은 기상 레이더에 나타난 비구름 떼를 보고 한 20마일쯤 우회하여 피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기장은 괌 관제소에 항로 왼쪽으로 10마일 우회하겠다고 연락하여 허가를 받고 실행한다.
1525:03(오전 1시 25분 3초, 충돌 17분 25초 전)
기관사 : 강하 체크리스트.
부기장 : 좋습니다.(착륙을 위한 강하시에 점검해야 할 안전벨트 매기, 기압치 입력 등 사항들을 복창해가면서 확인해 갔다.)
.1526:21
기관사 : 괌 상황은 어떤데. 이게 괌이야? 이거 괌이야, 괌.
기장 : 허 허 허, 괌 좋네.
기관사 : 오늘 기상 레이더 덕 많이 본다.(기상 레이더에 괌이 나타난 것을 두고 하는 말)
.1531:17(충돌 11분 9초전).
부기장 : 괌 관제소, 대한항공 801편, 찰리 브라보(CB, 비구름)에서 나왔다. 6번 활주로 왼쪽으로 레이더 유도 부탁한다.
관제소 : 대한항공 801, 1백 20도로 비행하라.
.1531:39
기관사 : 어프로치 체크리스트?
기장 : 어프로치 체크리스트.
기관사 : 인보드 랜딩 라이츠? (Inboard Landing Lights? 착륙時 켜게 되어 있는 안쪽 날개燈).
기장 : 온(활주로에 접근하기 전의 점검사항을 복창하면서 확인해 갔다)
.1533:03(충돌 9분 23초 전)
기장 : 1번 ILS (Instrumennt Landing System: 공항의 계기착륙장치) 주파수 맞추세요.
불명 : 알았습니다.(기장은 ILS주파수를, 부기장은 VOR주파수를 맞춘다).
기장 : 어, 저기 저 왼쪽에 있는 거 CB(준積雲) 큰데?
기관사 : 이거는 그렇게 심해지지 않겠습니까?
기장 : 저고도에 내려가면 조금 약해지겠지요.
.1535:29(충돌 6분 57초 전)
기장 : 플랩스 원(Flaps one)
부기장 : 플랩스 원 (착륙하기 위한 준비 동작으로서 날개의 플랩, 즉 고 양력판을 뽑아내기 시작한다). 199(노트).
기장 : 파이프.
부기장 : 플랩스 파이프. 179(노트)>
『글라이드 슬롭이 왜 나오지』
.1538:49(충돌 3분 37초 전)
관제소 : 대한항공 801편, 090도로 좌회전하여 로컬라이저 (Localizer)를 포착하라.
부기장 : 090로 회전하여 로컬라이저를 포착하겠음(로컬라이저는 계기착륙장치에서 발사하는 무선으로서 이것을 수신하면 착륙 비행기의 항로와 활주로의 중앙선을 일직선으로 일치시킬 수 있다. 당시 괌 공항에서는 착륙시의 강하고도를 보여주는 글라이드 슬롭은 작동하지 않고 있었으나 로컬라이저는 작동하고 있었다. 사고기는 90도로 좌회전하여 로컬라이저 무선을 포착한 다음 고도 2천 6백 피트를 유지하며 비행하고 있었다)
.1539:20
불명 : 우- (놀란 어투).
불명 : 시원하겠다.(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하는 말)
.1539:30
부기장 : 글라이드 슬롭 (알 수 없는 목소리) 로컬라이저 포착 (불분명) 글라이드 슬롭 했습니다.
관제소 : 대한항?801편, 활주로 6번 왼쪽으로 계기착륙 방식의 접근을 허가한다. 글라이드 슬롭은 사용할 수 없다.
부기장 : 대한항공 801편 알았다. 활주로 6번 왼쪽으로 계기접근 하겠다.( 이때 부기장은 글라이드 슬롭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관제사의 통보내용을 복창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은 복창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미 조종사들은 글라이드 슬롭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 녹음 대화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으로 사고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1539:50 (비행기록장치에 따르면 이때 801편 점보기는 로컬라이저 무선을 이용하여 기수를 활주로의 중앙선과 일치시켰다).
.1539:55(충돌 2분 31초 전)
기관사 : 글라이드 슬롭이 되요? 글라이드 슬롭? 예?
기장 : 예, 예, 됩니다.
기관사 : 아 이, 그래서.
불명 : 글라이드 슬롭 되나 보라구?
불명 : 글라이드 슬롭 왜 나오죠?
부기장 : 낫 유저볼(Not Usable:쓸 수 없어요).
기관사 : 식스(SIX) D(DME) 체크, 기어 내려야죠(여기서 "식스 D"가 활주로로부터 6마일을 가리키는지, VOR로부터 6마일을 가리키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 착륙바퀴는 활주로로부터 약 6마일 되는 상공에서 내려졌다고 한다).
기장 : 체크.
불명 : 글라이드 슬롭 틀린다.
글라이드 슬롭 誤신호에 혼란
이날 괌 공항의 글라이드 슬롭이 고장이 나서 이를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는 이미 발표되어 있었다. 801편 조종사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막 착륙접근에 들어간 시점에서 조종실의 계기판에 글라이드 슬롭 신호가 나타나니까 혹시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생겼던 것같다. 기장은 계속해서 이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행기를 악천후 속에서 활주로에 갖다대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시간에 왜 쓸데 없이 글라이드 슬롭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생긴다. 의심이 생기면 기장은 관제소에 "글라이드 슬롭 신호가 나타났는데 작동하고 있는가"하고 물어보아야 하는데 자기들 ◀?되느니 안되느니 하고 있다. 기장이, 나타났는가 안 나타났는가 하는 부정확한 글라이드 슬롭신호를 참고하여 내려갔다가 사고를 냈다고 추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라이드 슬롭 전파송신소는 고장이 나 있는데 비행기 계기판에는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잘못된 신호가 나타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라디오 같은 전자제품에 의한 전파간섭이나 비행기 외부에서 방출된 전파가 그런 장난을 일으킬 수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건교부 조사팀은 독자적인 조사를 통해서 만약 괌 공항의 글라이드 슬롭 송신시설이 1백20헤르츠의 전파를 발사하였더라면 801편의 수신기에 허위 신호가 나타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1540:13 (충돌 2분13초전)
801편 점보기는 1분여 유지하던 2천6백피트 고도를 이탈하여 활주로를 향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때의 위치는 활주로로부터 약 9마일(이 기사에 나오는 마일은 항공마일, 즉 1,852m 이다), 니미츠 힐 언덕에 있는 VOR, 즉 전방위무선표지소로 부터는 5.7마일 이었다. 괌 공항은 글라이드 슬롭이 작동하지 않을 때 모든 항공기는 VOR로부터 7마일까지는 고도 2천6백피트를 유지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1540:33
부기장: 천사백(피트) 들어가죠?(이 때의 고도는 2천피트)
기장: 글라이드 슬롭 오늘 상태가 안 좋으니까 , 천4백40을 지켜야 되니까, 세트하시고(고도계를 1천4백40피트로 돌려놓아 기체가 그 고도까지 내려가도록 하는 조치)
.1540:42
관제소: 대한항공 801편, 아가나 타워를 118.1(헤르츠)로 접촉하라. 안녕히 가세요(한국말로), 118.1(괌 공항관제소는 801편의 관제를 레이더에서 타워로 넘긴 것이다. 이때부터는 공항 관제탑에서 주로 육안으로 비행기를 관제한다)
기관사: 한국에서 근무하던 양놈들이, 아마 여기 미군들이 근무할 거야.
기장: 예
부기장: 아가나 타원, 대한항공 801편, 6번 좌측 활주로의 로칼라이저(수편지시)를 포착했다.
.1541:01(충돌 1분25초전)
타워: 대항항공 801헤비급, 여기는 아가나 타워, 6번 좌측 활주로 풍향 090도에 7노트, 착륙을 허가한다. 오늘밤은 보잉 747이 틀림이 없는가(김포-괌 노선에 보잉 747이 뜨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관제사가 확인하는 것이다)
부기장: 대한항공 801편, 착륙을 허가한다(복창).
타워: 대항항공 801편, 알았다
고도 확인절차 생략, 규정고도 무시
이때 801편 점보기는 활주로로부터 약 6.8마일, 니미츠 VOR로부터는 3.5마일 떨어진 상공에 있었는데 고도는 1천8백피트를 지나서 1천4백피트를 향해서 내려가고 있었다. 글라이드 슬롭이 작동하지 않을 때는 VOR로부터 1.6마일까지 접근한 이후라야 2천피트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데 801편은 그 전에 이미 규정고도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착륙때 규정고도를 안 지키는 것은 충돌의 초대장이다. 현지시각 오전 1시41분13초에 801편은 이미 규정 고도보다 2백피트 밑인 1천8백피트를 지나 기다리는 지옥을 향해서 계속 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801편은 이어서 아웃마커((Outmarker)상공을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통과했다. 아웃마커는 활주로에서 4.9마일, VOR로부터 1.6마일 떨어진 곳에서 수직으로 발사되는 무선이다. 조종사는 이 상공을 통과할 때 아웃마커 무선늘ㅇ 꼭 수신하고 고도를 확인하여야 한다. 조종실 녹음테이프에는 이 확인작업과정이 실려있지 않아 조종사들이 이 필수적인 점검을 하지않았음을 보여 준다.
아웃마커에서 발사되는 무선들이 수신되면 삐 삐 하는 소리가 나는데 그런 소리도 녹음되어 있지 않아 아웃마커가 고장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아웃마커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고시되어 있었으므로 조종사들은 그 전파를 확인하여 작동되지 않으면 보고를 했어야 했다. 조종사들이 그런 점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사 아웃마커가 고장나 있었다고 해도 조종사들의 책임은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아웃마커는 비행기가 착륙을 위한 마지막 접근을 시작하는 출발선이다. 이곳에서 고도를 정확히 점검하였더라면 기장은 801편 점보기가 규정고도 2천 피트보다도 4백51피트가 낮은 1천5백49피트에서 아웃마커를 통과했음을 알고 고도를 높였을 것이다.
조종사들이 아웃마커 점검을 정확히 하였더라면 사고는 예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조종사들이 반드시 하게 되어 있는 아웃마커 통과시의 복창(Call-Out)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자동적으로 반복하도록 한 사소해 보이는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대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당시 괌 공항에는 관제 레이더에 최저안전고도장치(MSAW=Minimum Safe Altitude Warning)가 붙어 있었다. 이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더라면 801편도 고도 1천7백피트를 지날 때 레이더에서 "고도가 낮다"는 경고가 시청각적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면 관제사는 충돌 약 60초 전에 801편 조종사에게 경고를 했을 것이다. 미 연방陋澎?FAA)은 이 장치는 정상적인 착륙과 비정상적인 접근을 구별하지 못해 허위경보를 많이 발생시킨다고 해서 공항으로부터 54마일 이내에서는 작동하지 않도록 하라고 모든 미국공항에 지시했었다. 괌 공항 것도 공항 가까이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미니멈, 미니멈"
.1541:22(충돌 1분 4초전)
기장: 플랩스 30(날개의 고양력판.高揚力板을 접는 각도 지시)
부기장: 플랩스 30.
.1541:31
부기장: 착륙 점검
기장: 잘 좌요. 5백60피트 셋(활공각 유도장치, 즉 글라이드 슬롭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엔 최저 5백60피트로 하게 되어 있다. 이 고도까지 내려가서도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착륙을 포기하고 상승해야 한다. 이 고도를 최저고도로 설정했다는 것은 기장이 활공각 유도장치가 고장난 것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1541:42(충돌 44초전)
GPWS(Ground Proximity Warning System): 1천 피트!
이때 801편의 위치는 VOR로부터 2마일, 고도는 1천4백피트. 이 고도는 이 위치에서 지켜야하는 최저고도 2천피트 보다도 6백피트나 낮다. 그래서 GPWS, 즉 충돌 방지장치가 지면과 비행기 사이의 고도가 1천 피트라고 경보한 것이다. 801편은 활주로에서는 3.3마일 떨어져 있는 VOR송신소를 지향하여 일직선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1541:46(충돌 40초전)
기장: 글라이드 슬롭 안되나?(기장은 충돌 40초 전인데도 글라이드 슬롭을 단념하지 못하고 거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 기장이 오작동되고 있는 글라이드 슬롭 신호를 따라 내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와이퍼 온.
기관사: 예스, 와이퍼 온.
.1541:53(충돌 33초전)
부기장: 랜딩 체크 리스트(착륙전 점검 시작)
기관사: 이그니션 플라이트 스타트 플라이트 스타트(Ignition Flight Start Flight Start: 엔짐이 갑자기 작동을 중지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가동시킨다는 뜻)
.1541:59(충돌 27초전)
부기장: 안보이잖아?
GPWS(충돌방지장치): 5백피트!(이때 801편의 고도는 해발 약 1천1백 피트였으나 지면으로부터는 불과 1백5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충돌방지장치가 다시 경보를 한 것 이다)
기관사: 어?(놀라는 어투)
조종실: 스태빌라이즈, 스태빌라이즈(기체가 안정된 상태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뜻)
기관사: 자동 브레이크?(비행기가 착지한 뒤 자동적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도록 하는 장치)
기장: 미니멈(브레이크를 최저 단계에 놓아 활주로에서 길게 미끄러진 뒤 멈추도록 조작 지시. 활주로에 닿기 직전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1542:08(충돌 18초전)
기장: 랜딩 기어 다운 인 그린((Landing Gear Down In Green: 착륙 바퀴가 내려갔음을 표시등을 통해서 확인했다는 뜻이다. 이때가 충돌 18초전인데 기장은 착룩비행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착륙점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1542:12(충돌 14초전)
기장: 온 코스(On Cource: 정상 비행중)
.1542:13(충돌 13초전)
기관사: 플랩스?
조종실: 30 그린(플랩이 30으로 내려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뜻)
.1542:14(충돌 12초전)
GPWS: 미니멈, 미니멈!(최저 고도)
착륙 포기합시다
"미니멈!"이란 경보음이 들렸을 때는 충돌 불과 12초전. 이때 대한항공 801편의 고도는 8백40피트였다. 니미츠 힐이란 언덕 위를 날아가고 있던 801편과 지면 사이의 격차는 3백4피트, 약 90m 였다. 이 경고음이 나왔을 때 조종실에서는 활주로가 보이지 않았다. 2백54명의 목숨을 태운 점보기는 당시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소낙비와 구름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최저고도!"란 경보를 받고, 또 활주로 불빛도 안보이는데 왜 박용철 기장은 즉각적으로 기체를 상승시키지 않았을까. 조종사들은 눈앞에 있는 계기판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은 최저고도를 해발 5백60피트(격차고도 3백4피트)로 미리 고정시켜 놓고 있었는데 현재 해발고도는 그보다 2백80피트나 높은 것으로 나오니 안심했을 것이다 "5백60피트까지는 마음놓고 내려가도 안전하다"는 선입견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5백60피트라는 최저고도는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3.3마일 떨어진 VOR 상공까지 1천4백 피트 이상의 고도로 접근한 뒤 VOR을 넘어서서 활주로로 강하하는 구간의 최저고도이다.
조종사들은 머릿속에서 한 구간을 생략한 채 무조건 5백60피트까지는 내려가도 된다는 오산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미니멈!" 이란 경고는 기체가 활주로에 가까워지니까 울리는 것이라 착각했을 것이다. 사실은 기체와 니미츠 힐이 접근하고 있는데 대한 경보였다. 미니멈이란 경보음이 나왔을 때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무조건 기체를 상승시켜야 하는데 조종사들은 활주로가 보이지 않나 두리번거리고 착륙지점과 확인작업을 계속했다.
.1542:14.70(충돌 11초전)
기관사: 유압.
조종실: 음, 랜딩 라이츠(Landing Lights: 착륙하면 켜게 돼 있는 기수에 붙은 前照燈)
.1542:17(충?9초전)
GPWS: 급강하!(갑자기 강하속도가 빨라진 것을 경고)
부기장: 급강하, 오케이(기체를 급히 상승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급강하는 문제없다고 말한다)
기관사: 2백 피트(기체와 지면 사이의 격차 고도. 3백4 피트일 때까지 내려가서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즉시 착륙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 최저고도 이하로 백 피트나 내려왔다는 말만 하고 있다)
.1542:19.47(충돌 7.47초전)
부기장: 착륙 포기합시다.
.1542:21(충돌 5초전)
기관사: 안 보이잖아(기체를 급히 상승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아직도 밖을 보면서 활주로를 찾고 있다)
.1542:22(충돌 4초전)
부기장: 안보이죠. 착륙 포기!(이 때 부기장이 기장을 무시하고 자기 앞에 있는 조종간을 잡아 당겼어야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기장이 두 번이나 "착륙포기 "를 건의했는데도 기장은 듣지 않았다. 기장이 명백하게 잘못하고 있을 때는 부기장이 조종권을 인수하여 위기를 모면하도록 해야 한다)
.1542:22.18
기관사: 올라 갑시다(Go Around)
.1542:23.07
기장: 고우 어라운드(Go Around: 올라 갑시다)
신음소리
기장이 마침내 착륙을 포기하고 기체를 치켜 올리기로 결심한 시각은 충돌 2.53초 전이었다. 충돌방지장치가 "미니멈!"이라고 경고한 지 9초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부기장이 "착륙 포기"를 건의한 지 3.2초가 지난 시점 이었다.
.1542:23.77(충돌 2.3초전)
조종실: 자동조종장치를 해제할 때 나는 경보음이 들린다(기장이 조종간을 잡아당기기 전에 자동조종장치 해제 단추를 눌렀다는 것을 뜻함. 기장은 왼손으로 조종간을 당기면서 오른손으로 엔진 4개의 추진력을 증가시키는 손잡이를 밀어 올렸다. 비행기록장치의 분석치에 따르면 이 시각에 엔진 추진력과 비행속도, 그리고 기수의 상승각도가 증가하고 있었다)
부기장: 플랩스(착륙을 위해서 빼놓았던 날개의 고양력판을 다시 집어 넣겠다는 뜻. 그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기체가 하강한다고 한다. 이 동작이 801편의 충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 지는 조사중이다)
.1542:24(충돌 2초전)
GPWS: 100(지면에서 1백피트 되는 상공까지 내려왔다는 뜻) 50, 40, 30(피트) (기수를 치켜드는 동작을 했지만 2백54명을 태운 중량 2백10t의 점보기가 시속 2백90km로 급강하하는 관성을 즉각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하강이 계속된 것이다)
.1542:25.78
GPWS: 20(피트), 충돌음>
801편의 왼쪽 날개 밑에 달린 착륙바퀴가 먼저 언덕의 나무를 살짝 건드린 뒤 도로 곁에 있는 송유관을 치면서 도로를 건너가다가 왼쪽 날개 바깥쪽의 엔진이 언덕 비탈과 충돌했다. 엔진은 떨어져 나갔다. 비행기 동체는 언덕의 비탈을 기어 올라가면서 조종실이 있는 기수를 시작으로 부러지기 시작했다. 기수는 언덕의 꼭대기를 넘어 아래로 내려꽂듯이 쳐박혔다. 사고기는 충돌 직전에 기장이 조정간을 치켜올린 때문에 충돌 2초 후에는 기수가 상향 8도로 치켜져 있었다. 점보기는 하강을 멈추고 막 상승하려는 찰나에 나무와 송유관을 친 것인데 한 3m만 여유가 있었더라도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면하고 상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1542:29(충돌 3초후)
조종실: 신음(떨어져 나간 조종실이 뒤집히면서 구조물이 속으로 쑥 들어오니 조종사들은 계기판에 끼이면서 온 몸이 으스러지는 비명을 지르는 것이 생생하게 녹음되었다.
.1542:32.53(충돌 7초후) 녹음 끝
조종실과 1등석이 있는 기수(機首)부분은 동체가 분리되어 뒤집어진 채 발견되었다. 기수의 코 부분은 충돌시의 충격으로 안으로 쑥 들어가 있었다. 기장과 부기장이 앉았던 의자는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부기장의 의자는 튕겨 나가 있었다. 생존자 가운데 8명은 1등석, 10명은 뒷좌석, 13명은 3개의 의자열(列)가운데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생존자들은 비행기가 동강날 때 의자와 함께 바깥으로 튕겨 나갔던지 기체 안에서 자력(自力)으로 안전띠를 풀고 화염과 쏟아진 짐덩어리들 사이를 뚫고 바깥으로 탈출한 이들이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충돌 직후의 승객실은 다음과 같았다.
<산소 마스크가 내려와 있었고, 머리 위에 있는 짐칸에서 물건들이 쏟아져 바닥에 쌓여 있었다. 공사장처럼 어지러웠다. 붉은 화염과 열기가 덮쳐 왔다>
사실도, 국익도 잃었다
앞으로 사고조사의 핵심 쟁점은 왜 박용철 기장이 2천6백 피트 고도를 유지하다가 충돌 2분 13초 전부터 기체를 강하시킬 때 규정 고도와 규정 확인사항을 무시하고 니미츠 힐을 향하여 내리꽂듯이 내려갔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활주로에서 3.3마일(6.1km) 떨어진 VOR 무선표지소를 활주로라고 착각했을 가능성과 착륙전 2분30초 경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글라이드 슬롭 오(誤)신호를 진짜로 착각하고 거기에 따라서 고도를 낮추다가 접근시의 최저 고도 5백60 피트까지는 직선으로 내려가도 된다는 선입견을 갖고 무리를 하다가 활주로 앞에 솟아 있는 해발 7백 피트의 니미츠 힐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쪽이든 기장과 대한항공의 결정적 과실이다.
기장은 고도를 잘못 잡은 외에도 아웃마커 통과시의 고도 확인 절차 무시, 충돌방지장치의 "미니멈!"이란 경고 무시, 부기장의 "고우 어라운드(착륙 포기, 재상승)"의 건의 무시를 법했다. 이 세가지 가운데 하나만 지켰더라도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조종실의 세 사람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구름 속에서 활주로 불빛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들은 활주로가 바로 발밑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때 활주로는 6km 저 멀리 있었다.
사회부의 경찰출입기자들은 가끔 "가장 큰 사건은 살인사건이다"라고 말한다. 지구와도 바꿀 수 없다는 인간 생명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엄숙한 것이다. 적어도 당사자와 그 유가족에게는 그 사건이 IMF 사건보다도, 소위 북풍(北風) 사건보다도, 클린턴의 성 추문설 사건보다도 큰 것이다. 사회부 기자식의 이런 휴머니즘이 발휘되어야 할 대목이 바로 이 괌 추락 사고였다.
한 인간의 착각에 의하여 2백 29명이 죽을 수 있다는 이 엄청난 사고에서 사회부 기자들의 기자정신은 「국익 보호」가 아니라 「사실확인」에 집중되어야 했다. 한국 언론의 「미국측 때리기, 대한항공 감싸주기」는 결국 2백 29명의 인명은 사라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통탄할 사태를 결과하고 말았다. 「국익 보호」는 정치가의 몫이고 「사실확인」은 기자의 몫인데 기자가 정치인 흉내를 내다가 사실도 국익도, 그리고 휴머니즘도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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