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은대난초
-비 오는 새벽-
가로등 하나둘 꺼져가는
골목어귀 바람소리...
당장너머 늘어진
오동나무 잎새 아래로
살부러진 우산을 치켜든
중년의 발거름이
무겁게 끌려가고 있는
비오는 새벽,
이제 더이상
좁디좁은 그 가슴속으로
수줍은 그리움 조각들
작은 알갱이 조차도
집어 넣을 빈 공간이 없나봅니다.
내 그리움의 파편들이
어둠처럼 검게
사방에 흩어져 있고,
온밤을 날아와
밤새 울어대던 지친 바람이
침묵처럼 창틀에 내려앉고 있습니다.
오락가락 힘잃은 장마비
부슬대는 새벽녘
새날을 맞이하려
여명끝 길을 나서는
고단한 내 등피에
촉촉히 젖어드는
그대의 입김같은 그리움이
흐려지는 어둠 끝에
소리없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야생화, 인동초
산꼬리풀
범꼬리
털중나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