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비우다 비우다
미처 비워 내지못한
무거운 머리위로
바람소리 지나가고,
먼산을 넘어오는
우레소리를 따라
하늘이 갈라지듯
찰라에 번쩍이는 번개
산마루에 걸쳐지는 날.
낙엽송 우거진 잎새 우산삼아
지나가는 소나기에
상념을 씻어내고 있는
나그네 에게
갈참나무 잎새를
두들겨대는 빗소리는
교향곡 운명 처럼 장중하다 .
여름날 태양처럼
뜨겁게 타오르며
불꽃같은 증오를
잉태하던 그 정열
한줄기 소나기로 식혀지랴 마는...
등줄기로 스며드는
빗물을 따라
느껴지는 寒氣 에
파랗게 변해진 잎술 사이로
뜨거운 가슴에서 뿜어낸
하얀 입김이
雲霧처럼
젖은나무 잎새위에 걸쳐지고 있다.
야생화 꿀풀,
끈끈이대나물,
노루삼,
능소화,
당개지치,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