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신처럼-
오늘도
해가 기울었어요.
어둑어둑
돌담 모퉁이를
돌아오는 땅거미는
나를
세상에 홀로 세워둔 듯,
시작도 없이 찾아드는
이 외로움
어둠처럼
가슴으로 젖어들고
입 안 속으로 기어드는
나만의 목소리로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지내셨지요?
당신이 내게
자유로울 수 있듯이...
언제 쯤이나 나도 당신처럼
당신 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으려나?
까만 어둠은
초저녁 해그늘에 내려와
풀잎끝에
송알 송알 매달리는
밤이슬 처럼
가슴을 스믈스믈 파고드는
여리디 여린
아주 작은 내 그리움 하나조차
삼켜 주지도 못하고,
어둠은 오늘도 내 영혼을
심연(深淵)의 늪으로 밀어 넣습니다.
너도바람꽃.
누운숫잔대.
다래.
닭의장.
덜꿩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