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및 안스러운 이야기

마지막까지 자신을 바친 서병길 소방장

고양도깨비 2006. 12. 14. 23:18

<마지막까지 자신 바친 서병길 소방장>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14일 밤 부산시 금정구 서2동에서 발생한 주택붕괴 사고현장에서 순직한 부산 금정소방서 서동파출소 부소장 서병길(57) 소방장은 정년퇴임을 불과 한 달여 남겨놓고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붕괴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73년 8월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서 소방장은 지난 84년 발생한 서면 대아호텔 화재 등 부산의 굵직굵직한 화재현장을 모두 누비는 등 그동안 크고 작은 화재현장에 무려 1만9천500여차례나 출동, 위험에 처한 1천50여명을 구조하거나 대피시키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서 소방장은 또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면서 남다른 응급처치 능력을 발휘, 2천100여명의 환자를 병원 등에 안전하게 이송해 '응급처치 전문가'로 불리기도 했다.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지 7년 만인 지난 80년 7월 정든 직장을 그만두고 한때 다른 길을 모색하기도 했던 그는 지난 90년 5월 소방사로 특채된 뒤 잠시 외도(?)했던 시간에 대한 빚을 갚기라도 하듯 더욱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 99년 부산시장상을 받는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14일에도 서 소방장은 가스폭발로 인한 주택붕괴 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대원들을 이끌고 가장 먼저 현장으로 출동해 건물입구에 화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주민 1명을 구조한 뒤 "건물안에 사람이 있다"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추가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건물 안으로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건물 2층에 남아 있던 할머니를 구조해 밖으로 내보낸 그는 위험에 처해 있는 주민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건물 입구 쪽으로 대원들을 대기시킨 뒤 혼자 내부를 면밀히 살피던 중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매몰됐다.

결국 15일 0시40분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서 소방장은 올 연말에 정년 퇴임할 예정이었다.

굳이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먼저 출동,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바친 그의 희생정신에 후배 대원들은 고개를 떨궜다.

동료 소방관들은 "서 소방장은 투철한 사명의식만큼이나 온화한 성품으로 후배 대원들을 챙겨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큰 형님으로 통했다"면서 "정년퇴임이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