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북 " 간첩체포 " 이례적 공개

고양도깨비 2007. 9. 7. 03:29

                                                                                                                                 2007년 9월 6일 (목) 05:02   중앙일보

북 "간첩 체포" 이례적 공개

 
[중앙일보 정용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우리의 국가정보원)는 5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외국 정보기관의 간첩과 북한인 정보원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보위부가 외국 정보기관에 고용된 북한 내부첩자의 '서약서'와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며 "이들이 사용하던 장비도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외국 정보기관은 조선(북한)의 최고 이익과 관계되는 중요 군사 대상물,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첩보 모략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제3국을 드나드는 공화국 공민(주민) 가운데서 일부 불건전한 자를 금품과 여색(매춘), 협박 공갈로 흡수해 고용 간첩으로 전락시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간첩이 썼던 장비 목록으로 ▶고성능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조종 소프트웨어 기억기 ▶기판접촉식 평면안테나 등을 예시했다. 상표는 일본의 '소니'였다. 하지만 간첩의 국적과 체포 인원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 보위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 간첩 체포 사실을 발표한 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 직후 박헌영 등 남로당계 인사들을 '미제 스파이'로 몰아 숙청했던 일이 있으나 그 이후 간첩 체포를 공개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정부의 정보당국자는 "199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①체제 단속 강화 ②인접국과 서방세계에 대한 경고 ③개방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 차원 등으로 보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북한 주민들의 이동이 활발해지고 외부 정보 유입이 확산되면서 체제 단속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도 "국가.군사 비밀을 빼내 인민들의 사상 동향을 파악하고 주요 인물에게 자유세계에 대한 환상을 조성해 제3국으로 유인.탈출시키는 게 목적이었다"고 밝혀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방 국가의 대북 공작 확대를 막으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사회와의 교류가 많아질 경우를 대비해 서방국가들의 공작을 염두에 둔 경고를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대대적인 검열 작업을 위해 정보기관이 전면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은 97년 대량 아사 사태를 전후해 북한 사회 전체적인 사상검증 작업을 벌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