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는 환갑을 앞둔나이가 되고 나서야 자신들이 병원 신생아실에서 누군가의 실수로 서로 바뀌었다는사실을 알아낸 할아버지들이 있어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뉴질랜드 언론들은 16일 지난 1946년 뉴질랜드 남섬 더니든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짐 처치먼과 프레드 조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누군가의 실수로 서로 바뀐 부모의품에 안기면서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이들이 지난 2002년 DNA 검사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의 운명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들 부모들은 1명만 남기도 모두 이미 고인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운명이 바뀐 두 아기 이야기는 이들 중 한 명이 최근 책을 써 자신들의 얘기를소상히 털어놓음으로써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고 언론들은 덧붙였다.
완전히 다른 길로 접어든 두 사람의 운명은 이렇게 시작됐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의 실수로 피부가 검은 편인 레바논계 가톨릭 집안 아들 짐은 앵글로 색슨 부모의 품에 안겨지고, 앵글로 색슨의 피를 이어받은 프레드는 레바논계 가톨릭 부모의 품으로 들어갔다.
두 아기의 부모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짐의 어머니 헬렌 처치먼(86)은 아기를 처음 받아 안았을 때 형이나 아버지보다 왜 이렇게 피부가 검은가 하고 의아하게생각했으나 어머니와 사촌들 중에 피부가 검은 사람들이 있어 모계의 영향을 받았나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욱 두드러진 것은 완전히 백인 모습을 하고 있는 프레드였다. 하지만 가족들은 스칸디나비아 혈통을 가진 어머니 나이어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으로 치부해버렸다. 그러나 당사자인 프레드의 마음 한 구석은 뭔가 께름칙하기만 했다.
그는 "나는 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이상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른사람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도시에서 자라던 짐과 프레드는 교사였던 짐의 아버지 고든이 지난 1961년티마루 학교로 전근되면서 한 학교에서 친구로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한 살 위인 프레드의 형 마이클까지 가세해 아주 친하게 지내던 이들은 짐의 아버지가 다시 더니든 학교로 복귀하면서 헤어졌지만 가끔 서로를 찾아다닐 정도로 우정을 계속 이어나갔다.
의혹을 버릴 수 없었던 처치먼 가족은 짐이 10대가 됐을 때 병원측에 아기가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실수가 없었다는 짤막한 답변을 받았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치먼 가족의 가슴은 계속 찜찜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다른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바뀐 두 아기들은 무럭무럭 자라 짐은 기술을 배워 선박 수리 기술자, 정육공장기술자 등으로 일하다 해밀턴에서 스파 풀을 판매 설치하는 자기 사업을 하는 사업가의 길을 가고 있고, 16세에 학교를 그만둔 프레드는 더니든 인근을 돌아다니며 갖가지 일을 하다 지금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이탈리아 여성과 결혼해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세계에서 살던 두 사람이 자신들의 운명을 뒤바꿔놓은 비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찾아온 것은 프레드의 아버지와 두 형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고난 직후였다. 공교롭게도 아버지와 두 형이 모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다른 두명의 형제들까지 심장수술을 받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프레드에게 어린 시절 친구인 짐이 심각한 콜레스테롤 질환을 앓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는 곧바로 짐에게 연락을 했다. 다른 가족들과 달리 혼자만 콜레스테롤 문제가 있는 짐도 자신의 유전자에 대해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고 프레드가 왜 그토록 자신의 형 오웬과 닮았는지도 도무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던 터였다.
결국 짐과 프레드는 DNA 검사를 받아보기로 의견을 모았고 검사 결과는 의심해온 사실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주었다. 프레드는 의심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 같은 결과를 통보받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딸을 뉴질랜드로 보내 4명의 부모들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생모 헬렌과 짐을 찾아보도록 했다. 프레드는 "57년 전 병원에서 일어난 실수로 우리들이 이렇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모든 일들을 있는 그대로 모두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짐도 조지 가문의 기질을 갖고 있고 나도 처치먼 가문의 기질을 그대로이어받고 있어 우리들은 모두 한 가족"이라며 웃었다. 바뀐 아들을 키워야 했던 헬런도 다소 여한을 있지만 짐이 자신에게는 더 없이소중한 아들이었다면서 프레드가 살아온 인생도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