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꽃과 식물 모음집

민들레(펌)

고양도깨비 2007. 3. 27. 02:20
 

양지쪽마다 납짝 엎드린 민들레들이 노란 꽃술을 열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봄날 앞에 민들레들은 제 세상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며칠 지나면 풀밭은 민들레들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풀밭을 노랗게 물들이던 꽃들은 올해도 잊지 않고 찾아왔습니다. 특히 서당 옆에 피는 민들레들은 깊은 뜻이 숨어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민들레를 통째로 말린 것을 포공이라 하는데 그 꽃이 가지고 있는 아홉 가지 습성은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의 덕육으로 사용된다 하여 포공구덕 이란 말이 생겼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민들레는 성장력이 아주 강한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뿌리를 난도질하거나 며칠 몇날을 말려 바깥에 내 놓아도 뿌리에서 움이 트는 독한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질경이, 망초와 더불어 민초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일편단심 민들레”란 노래도 아마 민초처럼 일어서는 독한 성질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나 말이 짓밟아도 시들지 않고 굳건히 일어서는 민들레,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굴복하지 않고 끝내는 환한 희망을 꽃 피우던 민들레, 연약한 것 같아도 민들레에게 그런 독한 성질이 있는 걸보니 웬일인지 다시 보이기도 합니다.

 

민들레의 꽃말은 신탁, 사랑의 신입니다. 옛날에 하늘로부터 명령하나만을 내리도록 부여받은 왕이 살았습니다. 그 명령 하나 때문에 군대를 보내는 일에도 세금을 걷는 일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사복을 입고 백성들의 민가를 시찰하던 왕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집안에서 온갖 명령을 내리는 가장보다도 자기 자신의 처지가 더 초라한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왕은 자신에게 운명을 지어준 별들을 원망했습니다. 하늘에 가득 찬 별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 이 놈의 별들아. 저주를 받아 땅으로 모두 쏟아져 내려라”

별들은 거짓말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 순식간에 노랗고 작은 꽃들로 하늘거렸습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양떼를 몰고 와 그 꽃들을 다 짓밟아 버렸는데 그 고난을 이기고 피어난 꽃들이 바로 민들레입니다.

 

 

얼핏 들으면 얼토당토 않는 내용 같지만 그래도 민들레를 사랑하는 뜻에서 지어낸 전설 같아 한편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전설도 꽃말만큼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전설 속의 민들레의 하얀 머리가 왜 그리 애처롭던지요. 노아의 홍수 때 땅에 물이 차올라 도망가지 못하던 민들레가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머리가 하얗게 세 버렸습니다. 동그랗게 부푼 씨앗들을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 하느님에게 기도를 했는데 마침 바람을 보내준 하느님의 도움으로 민들레는 씨앗들을 멀리 날려 보냈다는 것이지요. 자식들을 잃지 않기 위한 열렬한 소망으로 씨앗들을 안전하게 산 너머로 날려 보낸 민들레의 자식사랑에 가슴이 저려오기도 합니다. 아침 환한 햇살을 받아 꽃술을 열었다가 저녁이면 꽃이 오므라드는 감광성 기질이 다소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자식들을 먼 곳으로 보내 키우고 싶다는 소망은 아직도 계속되는 가 봅니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현실이 자꾸만 그런 생각을 불끈 솟게 합니다. 어미 품에서 따스한 사랑으로 잘 키우고 싶어도 눈물과 한숨만이 쌓이는 현실이 민들레 씨앗들을 더욱 외진 곳으로 날려 보내는가 봅니다. 풀밭 위나 바위틈에 곱게 핀 민들레를 보면 꿈을 그런 꿈을꾸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자식들을 멀리 보내 키우고 싶은 꿈 말입니다. 이 땅이 너무 썩었다고,  일어서기는 너무 늦었다고 한탄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눈만 뜨면 사람들이 아까운 생목숨을 내놓기도 하고 자식들을 바다건너로 보내는 입장에서 보면 민들레인들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소리를 내지르고 싶습니다. 도대체 모두들 어디로 가야 한단 말입니까.  목 놓아 부르고 가슴을 쳐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땅,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찬바람 소매 끝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 현실에서도 민들레는 자꾸만 피어나고 있습니다. 노란꽃술을 열고 있습니다. 그러나 흔하게 흩어져 있는 민들레들이 실은 서양 민들레라고 하니 토종 민들레도 찾아보기 어려운 가 봅니다. 토종민들레들 조차 다 땅을 버리고 떠나니 이 텅 빈 땅을 채워줄 것은 당연히 서양민들레 밖에 없을 것입니다. 쌀 개방이다, 농산물 개방이다 하여 농민들이 분신자살을 하고 연일 시위를 벌여도 서양 것들은 물을 만난 듯 잘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나라가 망할까 걱정입니다. 사람도 농산물도 모두 서양 것으로 채워지는 마당에 토종민들레라고 우리 땅만 고집할 리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몇 년 후에 돌아올 세상은 보나마나 뻔합니다. 원리나 원칙도 무너지고 힘센 자만 득실거리는 땅, 아랫것들은 더 가난하고 더 탄압받고 더 빼앗기고 눈물과 한숨이 강을 이룰 것 같습니다. 토종민들레들의 일편단심과 강한 뚝심이 그리워지는 봄날입니다. 조용히 “일편단심 민들레”를 부르고 싶습니다. 이 땅을 떠나지 말라고 붙잡고 싶습니다. 무조건 부여잡을 게 아니라 마음 속 깊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이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흙을 가져다 붓고

자신이 좋아하는 온갖 아름다운 씨앗들을 심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정원에는

그가 좋아하는 꽃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민들레가 피어났다.


민들레는 아무리 뽑아도

어디선가 씨앗이 날아와 또 피어났다.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모든 방법을 써 봤지만

그는 결국 성공할 수 없었다.

노란 민들레는 다시 또다시 피어났다.


마침내 그는 정원 가꾸기 협회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내 정원에서 민들레를 없앨 수 있을까요.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민들레를 제거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은 이미 그가 다 시도해 본 것들이었다.

그러자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을 일러 주었다.


그것은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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