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화와역사/잃어버린 문화재

문화재 반환과 기증의 줄다리기

고양도깨비 2007. 3. 10. 01:32
<한일회담> 문화재 반환과 기증의 줄다리기

'58년 4차회담에서 첫 제기..'인도'로 낙착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1965년 6월 22일 체결된 한일협정조약의 네 개 부속협정조약 중 하나로 포함된 '한일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은 그 형식이 반환이냐 기증이냐를 두고 양국간에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졌음이 새삼 드러났다.

아울러 1958년 개최된 제4차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문화재 반환 문제가 공식 거론된 이후 당초 한국측이 일본에 대해 강력히 반환을 요청한 품목 중 북한 지역 출토품이 대거 빠졌으며, 경남 양산 부부총(夫婦塚) 출토품 전체는 그 소장처인 도쿄국립박물관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반환이 좌절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26일 공개한 한일국교정상화회담 관련 문건 중 총 881쪽에 이르는 문화재 반환 관련 문건에 의하면 한국측이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한 것은 1958년에 개최한 제4차 회담이며, 아울러 반환 대상 품목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공식 제출한 것은 1962년 2월 28일에 개최된 제6차 회담으로 드러났다. 반환 청구대상의 문화재 반출 기간은 익히 알려진 대로 1905년 조선에 통감부가 설치된 시기를 기점으로 1945년까지 40년을 잡았음을 문건은 보여주고 있다.

한국 측은 이들 반환대상 품목을 다음과 같은 5개 항목으로 세분했다.

조선총독부에 의해 반출된 고분출토품으로 도쿄박물관과 도쿄대학에 소장 중인 689점 ▲통감 및 총독에 의해 반출된 것으로 도쿄박물관을 비롯해 궁내부(宮內部) 도서료(圖書療)와 교토대학 소장 고려 도자기 103점과 데라우치(寺內) 총독 개인 소장 서화(書畵) 245점, 불상 8구, 통감부 전적 1천15책 ▲일본 국유에 속하는 분묘 출토품과 체신 관계 품목으로 도쿄박물관ㆍ체신박물관에 소장 중인 758점 ▲일본지정 문화재로서 오쿠라(小倉. 일본 문화재수집가) 개인 소유 80점 ▲기타 개인 소장품으로 오쿠라 외 3인이 소유한 1천581점.

이를 성격별로 분류하면 고고미술품이 3천186점(국유 1천272점, 개인 1천914점), 전적류 1천15점, 기타 체신 관계 품목 278점이 된다.

하지만 반환대상 품목에 포함된 4천479점 중 정작 반환된 품목은 고고미술품 544점(국유), 전적류 852책(국유), 체신품목 35점의 총 1천431점이었다. 약 32% 목적 달성을 한 셈이다. 반환품목 중 경남 창녕 교동 고분군 출토품 106점은 4차 회담 기간 중인 1958년 4월 16일에 미리 한국측에 넘겨졌다.

이런 행위를 한국측은 '반환'이라고 표현했으나, 일본측은 '기증'이라 주장했고, 최종적으로는 '인도(引渡)'라는 용어로 종착됐다.

회담 과정에서는 특히 조선총독부가 1920년에 발굴해 1938년 3월 31일 도쿄제실박물관(도쿄국립박물관의 전신)에 넘긴 경남 양산 부부총 일괄 출토품 489점이 회담 당시 유물 소장처인 도쿄국립박물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반환이 좌절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 의하면 도쿄박물관은 당시 신축 중이던 박물관 동양관에 한국실을 만들어 이들 부부총 출토품을 진열한다는 조건을 내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반환반대 논리에 대해 한국측은 결국 "일본측의 강력한 소망과 우리나라에 이보다 월등 우수한 류품(類品. 유사한 제품)이 서울 경주 등 국립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사실을 고려"함으로써 반환을 포기했다고 문건들을 증언하고 있다.

한국 측이 거론한 부부총 유사 출토품으로는 금관총과 서봉총, 금령총 등지의 경주 시내 적석목곽분 출토품을 거론했다.

또 문건들에 의하면 한국측은 평양을 비롯해 회담 당시 북한 지역 출토품으로서 조선총독부가 발굴해 도교국립박물관 등지에 소장한 유물들에 대해서도 반환을 요구했으나 일본 측은 대부분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측이 강하게 반환을 요청한 문화재 품목 중에는 평남 대동군 대동강면 석암리(石巖里)에서 1925년, 도쿄제국대학이 발굴해 그곳에 보관 중이던 소위 낙랑(樂浪) 왕우묘(王旴墓) 일괄 출토품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8월 26일 (금) 10:06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