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고려및조선시조

추강에 밤이 드니 / 월산대군 (한정가)

고양도깨비 2007. 3. 10. 00:35

  추강에 밤이 드니  - 월산대군   <한정가>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 주제 :가을 달 밤의 풍류와 정취

☞시어 풀이
  
* 추강 : 가을철의 강
  * 차노매라 : 차도다

☞ 배경 및 해설
 
월산 대군은 세조의 장손이지만 숙부인 예종이 왕위에 이르자 스스로 강호에 묻혀 글을 쓰고 풍류를 즐겨 수준 높은 문장을 많이 남겼다. 이 작품은 아무런 욕심이나 잡념 없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맑은 심성의 경지를 노래한 대표적인 강호한정가라 할 수 있다.
초장에서는 가을 강의 밤 분위기를,
중장에서는 배를 타고 낚시를 드리우며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종장에서는 고기 대신 달빛만 가득 싣고 오는 빈 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작가의 탈속의 경지를 드러낸다. 가을 밤 달빛이 어우러진 강을 저어오는 작가의 마음에는 빈 배로 돌아오는 아쉬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작가에게는 무심한 달빛과 찰랑이는 물소리, 신비로운 강의 정적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특히 '빈 배에 고기대신 달빛을 가득 싣고 돌아오는'모습은 여백의 미를 추구하는 한 폭의 수묵화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하며, '비어 있음의 가득함'이라는 무욕의 아름다움에 공감하도록 만든다.
이 노래는 각 장마다 끝을 '~노매라'로 맺음으로써 계절적인 배경이 주는 스산함을 배제하고 오히려 경쾌한 리듬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무심한', '달빛만 실은 빈 배'라는 표현에서는 세속의 물욕과 명리를 초월한 작가의 안분지족의 자세를 읽을 수 있다.

● 월산대군(1454 ~ 1488) 호 풍월정(風月亭). 단종 ~ 성종.
   덕종의 맏아들로 성종의 형. 서사(서사)를 좋아하고 문장이 뛰어나 그의 시 작품이 중국에까지 널리 애송되었다. 저서로 풍월정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