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고려및조선시조

굼벙이 매암이 되야 / 미상

고양도깨비 2007. 3. 9. 23:50

굼벙이 매암이 되야 - 미상

 

굼벙이 매암이 되야 나래 도쳐 나라 올라
노프나 노픈 남게 소리는 죠커니와
그 위희 거미줄 이시니 그를 조심하여라

 

☞ 주제 : 권세에 대한 경계
☞시어 풀이
*
굼벙이 : 굼벵이
* 매암 : 매미(벼슬자리에 오른 인물)
* 매미가 높은 나무에서 소리를 내어 운다 : 벼슬 자리에 있는 삶이 권세를 부린다
* 거미줄 : 잘못하다가 그 권세를 잃어버릴 수 있는 경계의 상황을 비유



☞ 배경 및 해설
중국 <해록쇄사(海錄碎事)>에 보면, 초나라 때 '공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임금을 모시고 앉아 있다가 거미줄에 곤충들이 걸리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이에 그는 크게 탄식하며 "벼슬이란 사람의 거미줄이다."라고 말한 뒤에 벼슬을 그만 두고 고향으로 돌아가 살았다는 일화가 있다.
초장의 '굼벵이'와 '매미'는 신분 계층을 나타내는 것으로, 날개가 돋은 매미는 곧 벼슬 자리에 오른 인물을 뜻한다. 그 매미가 높은 나무에서 소리를 내어 운다는 것은 벼슬 자리에 있는 삶이 권세를 부린다는 의미이다. 종장의 '거미줄'은 잘못하다가 그 권세를 잃어버릴 수 있는 경계의 상황을 비유한 말로, 작자의 깨달음이 응축되어 표현된 핵심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