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 관한 치명적 오해
국내 유일한 국제 재판관인 박춘호씨는 독도문제가 표면화될 때마다 “독도가 우리 것이면 도쿄한복판에 있어도 우리 것이고 만에 하나 우리 것이 아니라면 세종로에 있어도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을 쉽게 해석해보면 ‘독도는 엄연한 우리 땅’이므로 그저 조용히 있으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국제법전문가의 표현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국제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확고한 영유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호소력 있게 들릴 수 있겠지만 국제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상한’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국제법상 영유권은 다른 나라가 이의를 제기할 때, 그에 대해 적절하게 그리고 명백하게 반박하지 않는 행위를 계속해서 할 경우 그 영유권은 단순히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부인(否認)될 수 있다.
법적으로 정당하게 성립되어 있는 영유권이라도 다른 나라가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묵인(黙認)을 한다면 결국 부인되게 마련이다.
독도문제에 대해 박춘호 재판관과 그의 의견을 따르는 일부 인사들이 자주 인용하는 비유를 그대로 살펴보자.
[점잖은 한국 사람이 자기 집 문 앞에 나와 아무 일 없이 멀리 지나가는 행인을 불러 세워놓고 ”지금 애 집의 규방심처에 있는 부인은 틀림없이 나의 정실부인이요. 그러니 이점을 유념하시오.”라고 말한다면 이자는 바보이거나 아니면 “정신 나간 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지금 한국에서 확실한 한국영토로 잘 있는 독도를 가지고 큰 야단이나 난 것처럼 떠들어 대는 자들은 이 정신 나간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윗글의 비유가 재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독도문제와 비추어볼 땐 적절치 못한 비유임은 틀림없다.
우선 가장 쉽게 지적할 수 있는 점은 독도 영유권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일본과 아무 일 없이 멀리 지나가는 행인의 비유이다.
1996년 이후 하시모토, 모리, 고이즈미 등 역대 일본총리들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일관되고 명백하게 공식적으로 독도가 자국의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 CIA의 웹사이트에 독도의 명칭을 다케시마로 고치게 하는 등 일본국가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아무 일 없이 멀리 지나가는 행인’이라는 비유는 일본의 행위를 호도하거나 현 상황을 조용히 마무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말로 밖에 볼 수 없다.
무대응 즉, 조용한 외교가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쉽게 보면 우리나라의 실익을 따져보자는 애국자의 충언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엄중하게 따져보면 공격적인 일본의 모습을 숨기고 무해하고 평화적인 것으로 각인시켜주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매우 위험한 것이며 용서할 수 없는 매국적인 발언이 된다. 박춘호 재판관의 비유와 연관해 현재 독도문제를 적절한 비유로 표현하자면(다소 점잖지 못한 표현이 돼서 미안하지만) 다음 표현이 현 상황과 맞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옆집 사는 사람이 내 집 앞대문에 틈만 나면 나타나서 요란스럽게 주인을 불러 놓고 “지금 당신 집 규방심처에 있는 당신의 정실부인이란 여자는 사실은 내가 전에 점찍어둔 여자임에 틀림없으니 나의 여인이다. 그러니 그 여인을 당장 내어 놓으시오. 그리고 곧 여인의 치마 속을 탐사할 예정이니 그렇게 아시오”라고 말한다면 조용히 무시해서 끝날 일인가?]
자! 그렇다면 ‘왜 이처럼 독도문제에 대해 위의 두 가지 비유가 상반되게 해석될까’하는 고민을 해보자.
처음 비유에 공감하고 있는 사람의 생각은 독도는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한국 영토주권은 확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쓸데없이 자꾸만 독도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독도문제를 국제분쟁으로 부각시키려는 일본의 의도에 오히려 말려들어가는 것으로서 한국의 국익을 위해 전혀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 속에는 국제법에 대한 중요하고 기본적인 오해가 내포되어 있다.
첫 번째 문제가 되는 부분은 현재 독도를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독도에 대한 영유권은 국제법적으로도 확정적인 상태이며 전쟁 등의 방법을 통한 현상변경이 없는 한 변경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적어도 국제법적으로 볼 때는 오류이며 착각이다.
왜냐하면 국제법상 어떤 국가의 영유권은 국내법에서처럼 개인의 부동산에 대한 권리가 국가의 권위로서 확정되고 보호되는 것처럼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법에선 확정적으로 성립되는 영토적 권원을 보장하는 제도가 없다. 알다시피 국제사회란 한 국가에서의 정부라는 우월적이며 통일된 권력주체가 따로 존재하여 법적주체인 국민에게 법적기속력을 강제하거나 보장하는 조직사회가 아니다. 즉 국제법에 있어서 영토에 대한 국가의 법적지위와 권리는 언제나 상대적이다. 그러므로 국가영역은 육지영토든 바다의 영해든 명시적으로, 평화적이며 계속적이 형태로 국가적 권위로서 관리되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조용한 외교와 무대응의 외교정책 기조를 변호하는 박춘호 교수의 논리는 국제법적으로 오류다. 나아가 영유권에 관련된 국가외교 정책을 혼동과 수치 속으로 몰아넣는 악의적인 언변의 유희일 뿐이다.
독도본부(www.dokdocne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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