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부좌
불자의 모든 자세는 불자가 아닌 사람의 것과 비교할 때 여러 가지로 차이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특징이 뚜렷한 자세는 앉는 자세이다.
불자들이 좌선수행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의 앉음새인 가부좌(跏趺坐)야말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한 기품을 드러내 보이는 불자의 자세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불자들 중에 가부좌를 제대로 취하는 사람은 예상외로 드물다.
즐겨 좌선을 하는 사람들조차 척추가 구부정하고 어깨에 힘이 가득 실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것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오히려 화두(話頭)만을 중요시할 뿐,
자세나 호흡을 무시한 한국불교의 오랜 관행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은,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화두도 잘 들리지 않고,
마침내는 화기(火氣)가 머리로 올라가서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병까지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행을 제대로 하고 보다 나은 불자가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로 앉는 것’부터 먼저 배워야 한다.
이에 자각대사(自覺大師)의 ≪좌선의(坐禪儀)≫에 기록된 가부좌에 대한 설명을 인용한
다음 잘 앉는 방법과 각 자세 뒤에 숨겨진 의미를 함께 새겨 보고자 한다.
『두꺼운 방석을 깔고 허리띠를 느슨하게 한 다음 결가부좌(結跏趺坐)를 하되,
먼저 오른발을 왼쪽 허벅지 위에 놓은 다음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 위에 놓는다.
혹 반가부좌(半跏趺坐)를 하는 것도 좋으나, 다만 왼발을 오른발 위에 놓아야 한다.
다음 오른손을 발 위에 놓고 왼손바닥을 오른손 바닥 위에 두며,
양쪽 엄지손가락의 끝을 서로 맞댄다. 그리고 천천히 상체를 세워 전후좌우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흔들고는 곧 몸을 바르게 하여 단정하게 앉되,
왼쪽으로 기울거나 오른쪽으로 기울거나 앞으로 굽어지거나 뒤로 넘어가게 하지 말라.
허리 ․ 척추 ․ 머리의 골절이 직선이 되게 버티어 마치 부도(浮屠)의 모양과 같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몸을 지나치게 곧추 세워서는 안된다. 호흡이 급하거나 고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귀는 어깨와 나란해야 하고 코끝과 배꼽은 수직이 되게 유지한다.
혀는 입천장에 대고 입술과 이는 서로 붙도록 한다.
눈은 반드시 가늘게 떠서 졸음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구절들을 다시 하나하나 새겨 보도록 하자
① 두꺼운 방석을 깔고 허리띠를 느슨하게 한다.
한 곳에서 가부좌를 오래 하고 있으면 자연 뼈마디가 아프고 관절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편안하게 오래 앉는 것은 고사하고 아픈 다리에 마음마저 빼앗기게 된다.
따라서 가부좌를 할 때는 무릎 폭보다 넓고 두꺼운 방석 위에 앉는 것이 좋다.
특히 좌선을 할 때는 꼭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허리띠를 꽉 졸라매고 있으면 아랫배까지 숨을 들이키는
심호흡을 하는 데 막대한 지장이 있다. 그러므로 허리띠를 느슨하게 하여야 한다.
아울러 꽉 조이는 바지나 옷을 피해 피도 잘 통하고 편안하게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② 결가부좌를 하되, 먼저 오른발을 왼쪽 허벅지 위에 놓은 다음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 위에 놓는다.
결가부좌의 자세는 오른발을 왼쪽 허벅지 위에 올려놓되 발을 끌어당겨서
발바닥이 위를 향하도록 복부 쪽으로 최대한 당기고, 같은 요령으로 왼쪽 발을
오른쪽 허벅지 위에 교차시켜 얹어놓은 자세이다. 이때 두 발을 복부 쪽으로
바짝 붙이되 같은 각도로 교차되어야 하고, 두 무릎은 바닥의 방석에 밀착시켜야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두 무릎 모두가 바닥에 닿지 않고 한쪽 무릎만 닿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는 신체적인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으로 차츰 하다보면 양 무릎 모두가 바닥에 붙게 되므로
억지로 붙이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왜 좌선을 할 때 이와 같은 어려운 자세를 취하도록 한 것인가?
둔부의 중심과 두 무릎이 삼각형을 이루며 바닥에 밀착되기 때문에
금강과 같이 견고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보다 깊은 관점에서 보면,
이 결가부좌의 자세에는 ‘불이(不二)’의 사상이 깃들어 있다.
곧 오른쪽과 왼쪽의 다리를 교차시킴으로써 양쪽 다리가 둘도 아니요
하나도 아니라는 깊은 철학이 담기게 되고, 우리의 몸은 한 송이 연꽃 모양으로 피어나게 되는 것이다.
③ 혹 반가부좌를 하는 것도 좋으나, 다만 왼발을 오른발 위에 놓아야 한다.
결가부좌는 아무나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자세가 아니다. 때문에 초심자들에게는
조금 앉기가 쉬운 반가부좌를 권장하고 있으며, 여성들은 인체구조학적으로
이 자세를 취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결가부좌가 두 다리를 교차시키는데 반해 반가부좌는
오른쪽 다리 위에 왼쪽 다리를 살짝 올려놓는 것이다.
이 자세에서도 두 무릎은 바닥에 밀착되어야 하나, 밑에 깔린 다리 때문에
두 무릎 모두가 완전히 밀착되기는 힘들다.
또한 반가부좌를 하고 척추를 곧바로 세우고 있으면 초보자의 경우에는
몸이 뒤쪽으로 기울기가 쉽다. 이때는 3cm 높이 정도의 것으로 둔부 밑쪽을 받쳐주는 것이 좋다.
넓은 방석에 앉아 있다면 뒤쪽을 한 겹 접어 받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몸의 균형이
저절로 잡혀서 곧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좌선의≫중에 ‘다만 왼발을 오른발 위에 놓아야 한다’는
구절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흔히 일으킬 수 있는 의문을 풀고 넘어가자. 그들은 말할 것이다.
“왜 왼발이 위에 놓여야 하는가? 오른발이 위에 놓이면 탈이라도 나는가?”
왼발을 오른발 위에 둔 것은 동양철학의 체용설(體用說)에 입각한 것이다. 곧 체용설에 따르면,
왼쪽은 근본이 되고 동요가 없는[靜] 체(體), 오른쪽은 다양한 움직임[動]을 나타내는 작용[用]에 해당 한다.
달리 말하면 도를 깨닫는 것은 근본을 찾는 것이요, 본질로 나아가는 것이다.
움직임을 다스려 움직이지 않는 적정(寂靜)의 상태를 이루어야 한다.
이 때문에 근본이요 적정을 의미하는 왼쪽 발로써 작용이요
움직임을 상징하는 오른쪽 발을 누르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초보자들이 왼발을 계속 올리고 있으면 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아 쥐가 나는 경우까지 있다.
이때 악을 쓰며 억지로 버티는 것은 오히려 미련함만 더할 뿐이다.
그러므로 “다만 왼발을 오른발 위에 놓아야 한다.”는 이 말씀을, 될 수 있으면 왼발을 위에 두되 다리나
발이 심하게 아플 때는 가끔씩 바꾸어도 무방하다는 쪽으로 이해하면 된다.
④ 오른손을 발 위에 놓고 왼손 바닥을 오른손 바닥위에 두며, 양쪽 엄지손가락의 끝을 서로 맞댄다.
이러한 손 모양을 법계정인(法界定印)이라고 한다. 선정에 들어 대법계와 함께 하나가 되어 있는 모습을
손 모양으로 상징화시킨 것이다.
이 법계정인의 손 모양을 올바르게 만들려면, 면저 오른손 위에 왼손을 놓되
양손 중지가 일직선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비록 작은 손가락 하나지만
양쪽 중지가 일직선이 되는 것과 약간 엇비슷하게 포개지는 것은 팔에 실리는
힘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주게 되고, 팔에 힘이 실리면 어깨에 힘이 가고 마침내는
온몸에 힘이 주어져서 가부좌의 올바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반드시 양손 중지를 나란하게 포개어야 한다.
다음으로 양쪽 엄지손가락 끝을 마주 대되, 마치 그 사이에 한 장의 종이를 끼고 있는 듯이
살짝 맞대어야 한다. 좌선을 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는 이 맞댄 손가락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일 그 사람이 졸게 되면 양쪽 엄지손가락이 떨어지게 되고, 망상에 빠지면
양쪽 엄지손가락을 강하게 마주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보기 좋게 타원형의 법계정인을 이룬 손을 자연스럽게 발 위에 놓으면 된다.
그런데 흔히 보면 배꼽 아래 세 치 지점에 있는 단전 앞에 손을 두어야 한다고 배웠다며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완벽한 결가부좌를 하게 되면 발위에 손을 놓을 때
그 손이 단전 앞에 있게 된다.
하지만 반가부좌를 할 때는 다르다. 발 위에 손을 놓으면 단전보다 상당히 아래쪽에 손이 위치하게 된다.
자연 단전 앞쪽에 손을 두고자 하면 손이 공중에 떠서 많은 힘을 소모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바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반가부좌를 할 때는
법계정인을 만든 손을 자연스럽게 발 위에 놓으면 되는 것이다.
⑤ 그리고 천천히 상체를 세워 전후좌우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흔들고는 곧 몸을 바르게 하여
단정하게 앉되, 왼쪽으로 기울거나 오른쪽으로 기울거나 앞으로 굽어지거나 뒤로 넘어가게 하지 말라.
전후좌우로 흔드는 것은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이다. 이 경우 처음에는 약간 동작을 크게 했다가 차츰 작게,
그리고는 멈춤으로 들어간다. 곧 동(動)에서 정(靜)으로 들어간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나타냄과 동시에 몸을 풀고 균형을 잡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따라서 가부좌를 풀고 일어날 때는
이 방법과 반대로 하면 된다.
⑥ 허리 ․ 척추 ․ 머리의 골절이 직선이 되게 버티어 마치 부도(浮屠)의 모양과 같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몸을 지나치게 곧추세워서는 안된다. 호흡이 급해지거나 고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가부좌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도 허리와 척추를 똑바로 세우는 데 있다.
물론 처음에는 척추를 똑바로 세우고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연습하면 척추를 곧게 세우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다.
그리고 척추를 곧게 세우면 피로가 극소화될 뿐 아니라 척추 이상에서
오는 각종 질환도 저절로 낫게 된다. 그야말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인 것이다.
하지만 너무 곧추세우면 오히려 상체에 힘이 들어가서 호흡마저 부자연스럽게 만들고 만다.
가장 자연스럽게 허리와 척추를 곧게 가지는 요령은 가슴을 펴고 둔부를 야간 뒤로 뺀 다음
고개를 목 쪽으로 조금 당기면 된다. 이렇게 하면 천년의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견디는
부도와 같은 모습으로 앉을 수 있는 것이다.
⑦ 귀는 어깨와 나란해야 하고 코끝과 배꼽은 수직이 되게 유지한다. 혀는 입천장에 대고
입술과 이는 서로 붙이도록 한다. 눈은 반드시 가늘게 떠서 졸음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에서 밝힌 요령대로 가부좌를 하고 앉으면 저절로 귀는 어깨의 선과 나란해지고 코끝과
배꼽은 수직이 되는데, 옆에서 가부좌한 자세를 점검해주는 사람이 이를 기준으로 삼아
교정해주면 착오가 없게 된다.
그리고 혀는 입천장 앞부분에 넓게 펴서 대면 혀밑샘 ․ 턱밑샘 등의 침샘에서 많은 양의 침이
흘러나오게 되어 건강도 증진시킨다. 반대로 좌선 등을 하다가 졸게 되면 혀가 입천장에서
떨어지게 된다. 곧 혀를 입천장에 댐으로써 약간의 긴장을 불러일으켜 마음을 모으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 좌선을 할 때는 눈을 감는 것을 피해야 한다. 눈을 감으면 졸음이 쉽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반대로 눈을 크게 뜨고 있으면 시야에 들어오는 사물에 끄달려 쉽게 마음을 모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눈을 가늘게 뜨는 반개(半開)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적인 생활 또는
대화 시에는 눈을 반듯하게 뜨고 있어야 한다. 자칫하면 예의에 어긋나는 사람으로 오인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가부좌 자세에서 은근히 아랫배에 의식을 집중하여 고르고 가늘고 길고 부드러운
호흡을 하게 되면 마음도 더할 수 없이 안정되고 강한 집중력도 생겨난다. 부디 깊이 명심하라.
올바른 자세란 깨달음이나 마음의 올바른 상태를 갖게 하기 위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가
마음의 올바른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요, 우리들의 살아 있는 불성(佛性)의 표출이다.
도는 언제나 올바른 자세와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올바른 걸음걸이, 올바른 앉음새를 갖추어 불자다운 면모를 이루고, 그 자세 속에
부처님과 깨달음의 마음을 담아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