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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조지훈의 시 ‘승
무’에 묘사된 스님의 모습이다. 많은 이들이 ‘스님’하면 삭발한
머리와 회색승복을 떠올리는 것이 사실. 같은 성직자인 신부나
목사 등 타종교 성직자들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는데 스님들은
왜 삭발을 할까. 그 기원은 싯다르타가 출가를 결심한 뒤 “치렁치렁한 머리칼은
사문 생활에 들어가려는 나에게 적합하지 않다”며 허리에 찬 보
검을 뽑아 스스로 머리카락을 잘랐다는데 두고 있다. 또 부처님
제자가 모두 삭발염의 한 것을 보면 부처님 출가 당시부터 시작
됐음을 알 수 있다. 무명초(無明草)라고 불리는 머리카락은 번뇌와 망상을 상징하며
삭발은 머리카락과 함께 잡념도 끊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
다. 처음 출가할 때 스님들은 머리를 깎아 버림으로써 세속의 인
연과 번뇌도 함께 지운다. 그렇다면 스님들은 언제 삭발을 할까. 머리카락이 길었다 싶으
면 아무 때고 면도기로 슥슥 자르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스님들은 일반적으로 한달에 2번 정도 삭발을 한다. 예전에는 6
재일 등 재일에 맞춰 삭발식을 했다고 하나 요즘 대부분 사찰에
서는 매달 그믐과 보름 전날 삭발을 행하고 있다. 이 날은 삭발
과 목욕을 함께 하는 날이기도 하다. 삭발하는 날, 세속의 반장 격인 유나스님이 대중스님들에게 “몇
시에 삭발을 하겠다”고 이르면 수두(水頭)소임을 맡은 스님이 물
이나 칼 등 삭발과 목욕에 필요한 준비를 한다. 시간이 되면 스
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머리를 잘라준다. 이날 스님들은
삭발을 하면서 자신의 수행일상을 점검하고 스스로를 경책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처럼 삭발은 의례적인 관습이 아니라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욕망과 교만의 싹을 자르고 깨달음을 얻어 다른 사람을 구제하
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