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3월7일 [한겨레]
김 교수가 확인해서 <한겨레>에 알려 온 바에 따르면 “지금은 조선 사람 스스로가 누가 해라 마라 하기를 기다릴 여부도 없이 자진하여 실질적으로 ‘니본징(=일본인)’이 되는 노력을 피가 나도록 하지 않아서는 아니된다. (…) 그리하여야만 조선사람으로서의 ‘니본징’의 도리를 다함이려니와 동시에 ‘니본징’으로서의 조선사람인 진정한 행복도 누리게 될 것이다”와 같은 대목이 포함된 연재 9회분에서부터 11회분까지가 단행본에서 누락된 것을 비롯해 <아름다운 새벽> 연재분의 친일적 성격이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청산되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새벽>은 소설을 쓰다가 작파하고 서울 근교에서 포도밭을 일구는 임준을 주인공 삼아, 그가 조혼한 아내와 새로 사귄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을 중심에 놓고 진행되는 작품이다. 연재 원본에서는 그의 일본 유학 시절 친구인 태평과 어릴 적 고향 친구인 일본인 이치로 등이 대동아전쟁의 취지에 공감해서 차례로 전쟁에 지원하는 데 이어 준 역시 전쟁 참전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박문사판 단행본과 창작사판 전집에서는 이런 대목은 쏙 빠지고 조혼을 둘러싼 갈등만이 부각된다.
김 교수가 확인한 연재본의 마지막회(제145회)에서 준은 자신의 우유부단한 처신 때문에 차례로 숨을 거둔 본부인 서씨와 둘째 부인 용순에 대한 속죄를 언급하며 “부처님 앞에 이 손을 합장하구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면서 여생을 마치던지 혹은 전지(戰地) 가서 이 손으로 조그만헌 공이라두 세워 속죄를 하든지…”라고 밝힌다. 이에 앞서 제140회에는 “황군의 빛나는 전과” “글자 그대로 연전연승 동방에 뿌리 박혔던 미 영의 낡은 세력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으면서”와 같은 구절들이 등장하지만 연재 전반부만을 반영한 단행본(‘전편’)에서는 누락되었다.
김 교수는 “채만식 문학에서의 친일적 성격은 노골적·구호적이라기보다는 등장인물의 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어 형상화된다는 점에서 친일의 내면화 정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면서 “기초적인 사실을 확인해서 정리한다는 점에서도 <매일신보>와 같은 일차자료를 좀 더 접근하기 쉽게 복원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단독] 채만식 친일 소설 새로 확인
[한겨레] 조선 사람 스스로가 일본인이 되는 노력을 피가 나도록…
전지(戰地) 가서 이 손으로 조그만헌 공이라두 세워…
채만식(1902~1950)의 친일 소설이 새롭게 확인되었다.
새롭게 확인된 작품은 채만식이 일제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1942년 2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연재했던 장편소설 <아름다운 새벽>이다. 이 작품은 해방 이후인 1947년 박문출판사에서 같은 제목의 단행본으로 간행되었으며 1987년에 창작사(현재 창비의 전신)에서 낸 채만식 전집(전10권) 중 제4권에 다른 두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 <여인전기(戰紀)>와 함께 실렸다.
최근 <아름다운 새벽>의 신문 연재분과 단행본을 일일이 대조한 국문학자 김재용 원광대 교수는 “<매일신보>에 연재된 원본과 박문사판 단행본에 큰 차이가 있다”면서 “해방 후 채만식이 원고를 손보아 소설 전반부만을 낸 단행본에서는 원래 연재분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친일적 요소들이 완전 삭제되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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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가 확인해서 <한겨레>에 알려 온 바에 따르면 “지금은 조선 사람 스스로가 누가 해라 마라 하기를 기다릴 여부도 없이 자진하여 실질적으로 ‘니본징(=일본인)’이 되는 노력을 피가 나도록 하지 않아서는 아니된다. (…) 그리하여야만 조선사람으로서의 ‘니본징’의 도리를 다함이려니와 동시에 ‘니본징’으로서의 조선사람인 진정한 행복도 누리게 될 것이다”와 같은 대목이 포함된 연재 9회분에서부터 11회분까지가 단행본에서 누락된 것을 비롯해 <아름다운 새벽> 연재분의 친일적 성격이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청산되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새벽>은 소설을 쓰다가 작파하고 서울 근교에서 포도밭을 일구는 임준을 주인공 삼아, 그가 조혼한 아내와 새로 사귄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을 중심에 놓고 진행되는 작품이다. 연재 원본에서는 그의 일본 유학 시절 친구인 태평과 어릴 적 고향 친구인 일본인 이치로 등이 대동아전쟁의 취지에 공감해서 차례로 전쟁에 지원하는 데 이어 준 역시 전쟁 참전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박문사판 단행본과 창작사판 전집에서는 이런 대목은 쏙 빠지고 조혼을 둘러싼 갈등만이 부각된다.
김 교수가 확인한 연재본의 마지막회(제145회)에서 준은 자신의 우유부단한 처신 때문에 차례로 숨을 거둔 본부인 서씨와 둘째 부인 용순에 대한 속죄를 언급하며 “부처님 앞에 이 손을 합장하구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면서 여생을 마치던지 혹은 전지(戰地) 가서 이 손으로 조그만헌 공이라두 세워 속죄를 하든지…”라고 밝힌다. 이에 앞서 제140회에는 “황군의 빛나는 전과” “글자 그대로 연전연승 동방에 뿌리 박혔던 미 영의 낡은 세력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으면서”와 같은 구절들이 등장하지만 연재 전반부만을 반영한 단행본(‘전편’)에서는 누락되었다.
김 교수는 “채만식 문학에서의 친일적 성격은 노골적·구호적이라기보다는 등장인물의 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어 형상화된다는 점에서 친일의 내면화 정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면서 “기초적인 사실을 확인해서 정리한다는 점에서도 <매일신보>와 같은 일차자료를 좀 더 접근하기 쉽게 복원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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