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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에서 만나는 열매들

고양도깨비 2007. 3. 24. 22:21
 
         열매 이름 알고 가면 산행이 더 즐겁다
      산행에서 만나는 열매들
 
일년 중 가장 산에 오르기 좋은 계절은 어느 때일까.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겠지만 나는 가을 산을 좋아한다. 붉게 타는 단풍을 바라보며 걷는 맛도 좋지만 나무나 꽃의 열매를 바라보며 걷는 맛도 그에 못지 않은 즐거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나무나 꽃의 열매를 바라보노라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가을에 산으로 나무하러 올라가면 정금 열매, 명감 열매, 보리수 열매 따위로 배를 채울 수 있어 얼마나 좋았던가.

나뭇짐 옆구리에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보리수 가지나 정금나무 가지 따위를 꽂고 내려올 적에는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지난 3일에는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산을 찾았다. 높이라야 기껏 427m밖에 되지 않는 얕으막한 산이지만 산줄기가 제법 길게 뻗은데다 구비 구비마다 옛 산성들이 자리잡고 있어 색다른 산행의 맛을 주는 산이다.

산줄기를 따라가며 나무나 꽃들의 가을살이를 바라볼 수 있어서 가슴 가득 포만감을 느꼈던 즐거운 산행이었다.

▲ 꼭두서니 열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덩굴식물인 꼭두서니. 7~8월에 연한 노란색 꽃이 잎겨드랑이와 원줄기 끝에 원추꽃차례로 피며, 열매는 장과로 2개씩 붙어 있고 둥글며 털이 없고 9월에 검게 익는다.

꼭두서니는 어린 잎을 나물로 먹으며 뿌리는 염색 재료로도 쓴다. 뿌리 말린 것을 천근이라 하여 한방에서는 정혈ㆍ통경ㆍ해열ㆍ강장 등에 두루 쓰인다.

▲ 때죽나무 열매
아주 작은 여울을 건너려는데 낯익은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때죽나무가 하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서 있다.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밑을 향해 달린 아주 작은 종 모양으로 생긴 흰색 꽃이 2∼5개씩 매달려 핀다.

열매를 짓이겨 물에 풀어놓으면 물고기들이 때죽음 당한다고 때죽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작은 도랑을 막아놓고 때죽나무 열매를 잔뜩 풀어 놓았지만 한번도 물고기가 기절하거나 죽는 것을 확인하지는 못했으니 긴가민가할 따름이다.

▲ 마 열매
마는 덩굴성 여러해살이 풀이다. 6~7월에 자색꽃이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1∼3개씩 수상꽃차례를 이룬다. 수꽃이삭은 곧게 서고 암꽃이삭은 밑으로 처진다.

덩이뿌리를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는데 한방에서는 산약이라고 부른다.

▲ 인동 열매
산과 들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인동은 줄기가 오른쪽으로 길게 벋어 다른 물체를 감으면서 올라간다. 꽃은 5∼6월에 피고 처음엔 연한 붉은색을 띤 흰색이지만 나중에 노란색으로 변한다.

겨울에도 곳에 따라 잎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인동이라고 한다. 인동초가 가진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 때문에 근래에 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꽃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인동보다는 붉은색으로 피는 붉은 인동의 꽃을 더 좋아한다.

▲ 댕댕이 덩굴 열매
댕댕이 덩굴은 방기과의 낙엽활엽 덩굴식물이다. 줄기와 잎에 털이 있으며 잎 끝은 뾰족하고 밑은 둥글다.

열매는 지름 5∼8mm의 공 모양이고 10월에 검게 익으며 흰가루로 덮여 있다. 한방에선 열을 다스리고 신경통, 류머티즘, 이뇨 등에 사용하며 유독성 식물이다.

줄기는 바구니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데 얼마 전 등산길에서 만난 할머니가 이 줄기로 바구니를 만들어 번 돈으로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셨다고 자랑하시는 것을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바구니를 엮어야 그 정도 돈을 모을 수 있는지 나로선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모르긴 해도 손톱이 갈라지고 손가락 지문이 다 닳지 않았을까.

▲ 산초나무 열매
산초나무 잔가지는 가시가 있으며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다. 꽃은 암수딴그루이고 8∼9월에 흰색으로 핀다. 열매는 삭과이고 둥글며 길이가 4mm이고 녹색을 띤 갈색이며 다 익으면 3개로 갈라져서 검은 색의 종자가 나온다. 익기 전의 열매는 식용, 다 익은 까만 종자는 기름을 짠다.

추어탕이나 생선회에 비린내를 없애는 향신료로 쓰이는 초피나무와는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가시가 어긋나며 작은잎에 잔톱니가 있고 투명한 유점이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 으름덩굴 열매
으름덩굴은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으름덩굴과의 낙엽 덩굴식물로 갈색이다. 잎은 묵은 가지에서는 무리지어 나고 새가지에서는 어긋나며 손바닥 모양의 겹잎이다. 작은 잎은 5개씩이며 넓은 달걀 모양이나 타원형이다.

열매는 바나나 모양으로 생겼고 10월에 자줏빛을 띤 갈색으로 익는다. 덩굴은 바구니를 만들고, 한방에서는 뿌리와 줄기를 소염ㆍ이뇨ㆍ통경 작용에 쓴다.

으름 열매는 달기는 엄청나게 달다. 그러나 씨가 너무 많아 자주 뱉어내야 하는 것이 흠이다.

▲ 보리수 열매
보리수나무는 산비탈의 풀밭에서 자라는데 높이 3∼4m 정도이고 가지는 은백색 또는 갈색이다. 잎은 호생하고 타원형 또는 난상의 긴타원형이다. 꽃은 5∼6월에 피고 처음에는 흰색이다가 연한 노란색으로 변하며 l∼7개가 잎겨드랑이에 주렁주렁 달린다.

비슷한 나무로는 일본이 원산지인 뜰보리수나무가 있다. 7월에 붉은 색으로 익는데 먹을 수 있지만 다소 떫다. 대학 교정 등에 관상수로 심어진 나무는 뜰보리수나무가 거의 대부분이다.

▲ 도토리. 떡갈나무를 비롯한 졸참나무·물참나무·갈참나무·돌참나무 등 참나무과 열매의 총칭이다.
도토리는 겉은 단단하고 매끄러운 과피가 있으며, 속에 조각으로 된 1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모양은 공 모양, 달걀 모양, 타원 모양 등이며 크기도 여러가지이다.

졸참나무의 도토리는 떫은 맛이 나지 않아 날것으로 먹을 수 있으며, 갈참나무와 그 밖의 도토리는 타닌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물에 담가 떫은 맛을 뺀 다음 말려 가루를 내 묵을 쒀 먹는다.

나도 이날 도토리를 2되 가량 땄는데 거의 떡갈나무와 갈참나무 도토리였다. 어릴 적 할머니를 따라 싸리버섯이나 도토리를 따라 다니던 생각이 나서 마음이 소슬하기도 했다.

▲ 개머루
개머루는 쌍떡잎식물 갈매나무목 포도과의 낙엽성 덩굴식물이며 돌머루라고도 부른다. 6∼7월에 녹색 꽃이 피는데, 양성화로 잔꽃이 많이 달리며 잎과 마주난다.

열매는 둥글고 지름 8∼10mm이며 9월에 하늘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는 관절과 만성신장염, 간염·등의 치료에 달여서 쓴다.

이름을 알면 사랑하게 된다

이것이 개천절 산행에서 나와 마주쳤던 가을 열매들의 일부다. 열매 이름을 모른다고 해서 열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 지장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재작년 가을의 일화다. 백화점 식품부를 지나가는데 마흔쯤 돼 보이는 아저씨와 초등학교 3, 4학년쯤 돼보이는 아이가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이가 문득 걸음을 멈춰 서더니 한 과일을 가리키면서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이게 뭐야?"
"응, 레몬."

미안하지만, 그건 레몬이 아니라 분명히 모과였다. 아마도 레몬에 라벨을 붙여 나가던 백화점 점원이 무심결에 레몬 바로 옆에 있는 모과에다 레몬 라벨을 붙여 놓은 것이리라. 뒤따라가던 나는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아이가 저 열매가 레몬이 아니라 모과라는 것을 알게 될 때는 언제일까. 잘못 입력된 지식 때문에 혹 모과를 두고 레몬이라고 우기며 친구들과 싸우는 일은 없을까.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출발일 것이다. 존재의 정체성을 알게 되면 슬슬 사랑하게 되는 것이 정해진 이치인 것이다. 사람은 당연히 그렇거니와 식물 또한 그렇다. 아이들에게 열매 이름을 가르쳐 주고 식물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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