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고대및고려가요

장진주사 / 정철

고양도깨비 2007. 3. 22. 17:19

장진주사(將進酒辭)

정철(鄭澈)


 한 盞(잔) 먹새 그려. 또 한 盞(잔) 먹새 그려. 곳 것거 算(산) 노코 無盡無盡(무진무진) 먹새 그려

 이 몸 주근 後(후)면 지게 우희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流蘇寶帳(유소 보장)의 만인이 우레 너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白楊(백양)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쟈 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잔나비 바람 불 제 뉘우친들 엇더리.



[시어, 시구 풀이]

 算(산) 노코 : 산가지를 놓고. 수를 세고

 無盡無盡(무진무진) : 한없이. 끝없이

 주리혀 매여 : 졸라 묶여

 流蘇寶帳(유소 보장) : 곱게 꾸민 상여(喪輿)

 우러 네어 : 울며 따라가거나

 어욱새 : 억새풀

 속새 : 속새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

 덥가나무 : 떡갈나무

 白楊(백양) : 버드나무

 수페 : 숲에

 가기곳 것거 : 가기만 하면

 누른  : 누런 태양

 흰 달 : 흰 달

 가는 비 : 가는[細] 비

 굴근 눈 : 굵은 눈

 쇼쇼리 바람 : 회오리바람

 잔나비 : 원숭이

 파람 불 제 : 휘파람 불 때

 뉘우친들 엇디리 : 뉘우친들 어찌하겠는가


[전문 풀이]

 한 잔 먹새 그려 또 한 잔 먹새 그려. 꽃을 꺾어 술잔 수를 세면서 한없이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후에는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졸라 묶여 (무덤으로) 실려 가거나, 곱게 꾸민 상여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울며 따라가거나,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버드나무가 우거진 숲에 한 번 가기만 하면 누런 해와 흰 달이 뜨고, 가랑비와 함박눈이 내리며, 회오리바람이 불 때 그 누가 한 잔 먹자고 하겠는가?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가 놀러 와 휘파람을 불 때 (아무리 지난날을)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핵심 정리]

 갈래 - 사설시조

 작자 - 정철(鄭澈 1536~1593) 조선 선조 때의 문신, 시인. 호는 송강(松江). ‘관동별곡’ 등

          가사와 ‘훈민가’ 등의 시조 79수가 전한다. 저서로 <송강가사>와 문집인 <송강집>

          이 있다.

 성격 - 취락 사상

 제재 - 술

 주제 - 음주 취락. 인생 무상

 의의 - 이 시조는 국문학사상 최초의 사설 시조라고 불리는 '장진주사(將進酒辭)'라는 작

          품이다. <순오지>(홍만종의 시화)에 이백(李白), 이하(李賀), 두보(杜甫)의 명시인

          <장진주>와 시상이 같다고 평

 출전 - <송강가사 이선본>


작품 해설

 이 시조는 우리 나라 최초의 사설 시조로서 이백(李白)의 ‘장진주(將進酒)’를 연상케 한다.

 전반부에서는 꽃을 꺾어서 술잔 수를 셈하는 낭만적인 풍경을, 후반부에서는 무덤 주변의 삭막한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이처럼 완연한 대조적 내용은 인생 무상(人生無常)을 절감하게 한다.

 이 작품은 애주가로 이름이 높고 호방한 성격의 소유자인 송강 정철이 성품이 잘 드러난 권주가(勸酒歌)이다. 대부분의 사설시조가 작자, 연대 미상인데 반해 이 노래는 지은이와 신원이 확실한 것이 특징이다. 본문 초장의 ‘無盡無盡(무진무진) 먹새 그려’에는 송강 정철의 호탕한 성격이 잘 드러나 있으며, 중장과 종장에서는 인간의 최대 약점인 죽음과 인생의 무상감을 강조하여 상대를 설득하려는 의도가 확연하다. 이백, 두보의 송주시(頌酒詩 - 술을 노래한 시)와 시상이 비슷하고 더러는 구절을 인용한 것도 있으나, 순연한 우리말로 조금도 부자연스럽거나 서투른 점이 없어 나름대로의 독특한 경지를 개척한 걸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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