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시 조
임병 양난을 겪으면서 조선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실학 사상이 새로운 지도 이념으로 부상하고 문학에 있어서는 산문 중심의 문학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으며, 피지배 계층이 작자층에 가세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사설시조가 등장하였다. 대체로 17세기에 이르러 등장하였으며, 크게 성행한 것은 18세기였다. 주로 활동한 계층은 평민가객이었다. <사설시조의 해학성> 해학(諧謔)은 주관적 골계(滑稽)를 대표하는 웃기기이다. 해학은 본래 자연성, 선천성, 기질성을 본질로 한다. 유머가 본래 생리학상 용어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그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며, 유머의 본질을 시사하고 있다. 사설시조에 나타난 해학성은 우리 민족의 자연스럽고 선천적인 웃음이다. 그 웃음은 남을 비꼬거나 야유하는 풍자가 아니고 남과 함께 웃고 즐기는 웃음의 세계다. 위트는 남을 보고 웃지만, 유머는 남과 함께 웃을 때 우리는 친근감을 갖는다. 유머는 다정하고 온화(溫和)하며 마음을 너그럽게 달래 주고 관대하고 동정적이다. 해학이 부드럽고 너그러운 웃음이 되기 위해서는 위트처럼 날카로운 웃음이 되어서는 안 되고, 풍자(諷刺)처럼 뼈가 들어 있는 웃음이어서도 안 된다. 너그러운 웃음을 연출하는 해학적 사설시조가 고시조에 허다하다. -김진악 [사설시조의 골계성고](1994) |
사설시조 감상 |
창(窓) 내고쟈 창을 내고쟈,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 들장지 열장지 고무장지 세살장지, 암돌쩌귀 수돌쩌귀, 쌍배목 외걸쇠를, 크나큰 장도리로 뚝딱뚝딱 박아 이내 가슴 창 내고자. / 임 그려 하 답답할 제면 여닫어나 볼까 하노라. / |
-장지 : 방에 칸을 막아 끼운 미닫이. 미닫이와 비슷하나 문두가 높고 문지방이 낮게 된 문 -고무장지 : 고무래 장지. 고무래 들창 -셰살장지 : 가는 살의 장지. -들장지 : 들어 올려 매달게 된 장지 -열장지 : 좌우로 열어 젖히게 된 장지 -암돌쩌귀 : 문설주에 박는 구멍난 돌쩌귀 -수돌쩌귀 : 문짝에 박는 돌쩌귀 -배목걸새 : 문고리에 꿰는 쇠 -쟝도리 : 장도리. 못을 박거나 뽑는 데 쓰는 도구
* 감상 : 세상살이의 고달픔이나 근심에서 오는 답답한 심정을 꽉 막혀 있는 방으로 전제하고, 이러한 심정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을 가슴에 창을 다는 행위로 비유한 노래다. 전체적으로 <해학적>이며 열거법, 반복법, 과장법, 점층법 등을 사용했다.
* 구성 초장 : 답답한 마음 토로 중장 : 답답한 심정의 고조(高調) 종장 : 정의 표출 * 주제 : 마음 속에 쌓인 비애와 고통(성격 : 해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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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비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치다라 앉아 / 건넌산 바라보니 백송골(白松)이 떠 있거늘 가슴이 끔찍하여 풀떡 뛰어 내리닫다가 두험아래 자빠졌구나. / 모쳐라, 날낸 나이기에 망정이지 에헐질 번 하괘라. / |
-에헐질 : 다쳐 멍들
* 시어의 상징성 -두꺼비 : 서민과 권력자의 중간층-서민을 수탈하고 권력자 앞에서는 약한 관리 상징(혹은 양반) -파리 : 약한 서민(백성) -백송골(흰 송골매) : 막강한 원력을 가지고 있는 상층 지배층 상징(혹은 외세) * 주제 : 두터비의 자화자찬(自畵自讚)의 냉소(곧, 양반의 허장성세(虛張聲勢) 비판) ---참고 <우의적(寓意的)>
☞ 관련작품 : 염상섭 <만세전> 조선에 처음 간다는 시골자가 또 다시 입을 벌렸다. "뭘요. 어델 가든지 조금도 염려 없웨다. 생번(生蕃)이라 하여도 요보는 온순한데다가 가는 곳마다 순사요 헌병인 데 손 하나 꼼짝할 수있나요. 그걸 보면 데라우찌[寺內]상이 참 손아귀 힘도 세지만 인물은 인물이야!" 매우 감격한 모양이다.
밑줄 부분의 서술에 나타난 주인공'나'의 태도가 드러나 있는 사설시조 작품은? 답) 두터비 ~ - 얄팍한 집단적 이기심에서 일제의 학정을 찬양하는 무식한 일인들에 대한 냉소가 드러나 있음 |
불 아니 땔지라도 절로 익는 솥과 / 여물죽 아니 먹여도 크고 살져 잘 걷는 말과, 길쌈 잘하는 기생첩과, 술이 샘솟는 주전화, 양부로 낫는 검은 암소, 오오우 오오우 오오우 우후오오. / 평생 이 다섯 가지 둘 양이면 부러울 것이 없어라. / |
* 주제 : 고달픈 삶의 애환 |
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뫼헤 매게 쪼친 가토리 안과 / 大川(대천) 바다 한가온대 一千石(일천석) 시른 배에 노도 일코 뇽총도 근코 돗대도 것고 치도 빠지고 바람 부러 물결치고 안개 뒤섯계 자자진 날에 갈길은 천리만리 나믄듸, 사면(四面)이 거먹어덕 져뭇 천지적막 가치노을 떳는듸 水賊(수적) 만난 都沙工(도사공)의 안과, / 엇그제 님 여흰 내 안히야 엇다가 가을하리오 / |
-용총 : 돛줄 -치 : 키 -가치 노을 : 사나운 파도 -도사공 : 뱃사공의 우두머리 -가을하리오 : 비교하리오 ----------------------- * 주제 : 임을 잃은 처절한 심정 (성격 : 이별가) |
귀또리 져 귀또리 어여쁘다 저 귀또리 / 어인 귀또리 지는 달 새는 밤의 긴소리 절절이 슬픈 소리 저 혼자 울어예어 사창에 여윈 잠을 살뜨리도 깨우는구나. / 두어라 제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 뜻 알 리는 저 뿐인가 하노라. / |
* 감상 :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애절하게 드러나 있다. 감정이입의 수법을 사용하여 사물(귀뚜라미)에 화자의 감정이 투영되어 나타나 있다.
* 주제 : 가을밤 임을 그리는 여심 (성격 : 연모가) * 출전 : [병와가곡집] |
댁(宅)들에 동난지이 사오. 져 쟝사야, 네 황후 긔 무서시라 웨는다, 사쟈. / 외골내육(外骨內肉) 양목(兩目)이 상천(上天), 전행(前行), 후행(後行), 소(小) 아리 팔족(八足) 大(대) 아리 이족(二足), 청장(淸醬) 아스슥하는동난지이 사오. / 쟝스야, 하 거북이 웨지말고 게젓이라 하렴은. (여러 사람들이여, 동난젓 사시오. 저 장수야, 네 물건 그 무엇이라고 외치는가, 사자 / 밖은 단단하고 안은 물렁하며, 두 눈은 하늘로 솟아 올랐으며 앞뒤로 기는 작은 발이 여덟, 큰 발은 두 개, 푸른 장이 아스슥하는 동난젓 사오. / 장수야 하 거북하게 말하지 말고 게젓이라 하려므나. ) |
-동난지이 : 방게젓( ← 동난젓) -황후 : 팔기 위해 내 놓은 잡다한 물건 -외골내육 : '게'의 모습을 가리키는 말 -小아리 : 작은 다리 ('아리'는 '다리'의 옛말) -청장 : 진하지 않은 간장. -아스슥 : 게를 씹을 때 나는 소리(의성어) ----------------------- * 감상 : 게 장수와의 대화 및 상거래를 보여 주고 있는 이 작품은 솔직한 서민적 감정이 드러나 있는 대표작이다. '게젓'이라는 쉬운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골내육' 등 어려운 한자를 섞어 쓰는 데 대한 빈정거림도 오히려 웃음을 자아낸다.
* 주제 : 서민들의 상거래 장면 (성격 : 해학가) * 출전 : [청구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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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오마 하거늘 저녁밥을 일지어 먹고 중문(中門) 나서 대문(大門) 나가 / 지방(地方) 우희 치다라 안자 이수(以手)로 가액(加額)하고 오는가 가는가. 건넌 산(山) 바라보니 거머읫들 셔 잇거날 져야 님이로다. 보션 버서 품에 품고 신 버서 손에 쥐고 겻비 님비 곰비 쳔방지방 지방쳔방 즌 듸 마른 듸 갈희지 말고 워렁충장 건너가셔 정(情)엣말 하려하고 겻눈을 흘겨보니 상년(上年) 칠월 사흔날 갈까 벅긴 주추리 삼대 살드리도 날 소겨다. / 모쳐라 밤일시만졍 행여 낫이런들 남 우일 번 하괘라. |
* 주제 : 임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 |
바람도 쉬여 넘는고개 구름이라도 쉬여 넘는고개 산진(山眞)이 수진(水眞)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라도 다 쉬여 넘는고봉(孤峰) 장성령 고개 그 넘어 님이 왓다하면 나는아니 한 번도 쉬여 넘으리라. |
* 주제 : 임을 그리는 마음 주제 |
발가버슨 兒孩(아해)ㅣ들리 거미쥴 테를 들고 개川(천)으로 往來(왕래)하며, 발가숭아 발가숭아 져리 가면 죽나니라. 이리 오면 사나니라. 부로나니 발가숭이로다. 아마도 世上(세상) 일이 다 이러한가 하노라. |
* 어조 : 세태 풍자와 비판의 점잖은 목소리 * 표현 -초장과 중장은 상징적 표현 -동어 반복 * 주제 : 각박한 세태 인심(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태 풍자) |
갓나희들이 여러 層(층)이오레. 松骨(송골)매도 갓고 줄에 안즌 져비도 갓고 百花園裡(백화원리)에 두루미도 갓고 綠水波瀾(녹수파란)에 비오리도 갓고 땅에 앉은 퍽 안즌 쇼로개(솔개)도 갓고 석은 등걸에 부헝이도 갓데. 그려도 다 각각 님의 사랑인이 皆一色(개일색)인가 하노라. |
-비오리 : 오리과에 속하는 물새 -개일색 : 모두가 뛰어난 미인
* 감상 : 우리 문학의 임은 대개 부재(不在)하는 임이다. 그러나 이 사설시조의 임(개일색)은 현실 속의 임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뭇 여인들이다. 따라서 조선 전기의 현모양처(賢母良妻)의 틀에 박힌 여인의 모습이 아니라 조선 후기의 임에 대한 '새로운 애정관'을 엿볼 수 있다. * 표현 : 중장에서 '비유'를 통한 시각적 심상 * 주제 : 자기 임의 사랑을 받는 뭇 여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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