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세상

미담은 묻히지 않는다.

고양도깨비 2007. 3. 8. 11:31
 

“美談은 묻히지 않는다”

[조선일보 이혁재 기자]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선행은 밝혀진다. 3군단 특공연대 장병들은 ‘조용히’ 생명을 구해냈고, 그들 덕분에 살아난 사람들이 끈질기게 수소문한 끝에 3개월만에 은인들을 찾아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일은 지난해 9월 25일 벌어졌다. 산악군단예하 703특공연대 1대대 정성도(23, 부소대장) 하사 등 8명은 포상외박 후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인제군
용대리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한 승용차가 도로를 벗어나 전신주를 들이받고 전복됐다.

사고는 졸음운전이 빚은 참사였고, 탑승자 전원이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장병 8명이 당연히 달려갔다. 정 하사가 대대 구급법 교관이었던 것이 부상자에겐 천운이었다. 장병들은 야전상의를 벗어 들 것을 만들어낸 뒤 황건차씨 등 부상자 4명을 구출해 냈다. 119 구조대는 50여분쯤 뒤 도착했으나 5시간은 흐른 듯 했다.

구급차량이 떠나자 장병들은 아무일 없었던 듯 귀대했고, 황씨 등은 전치 8주의 중상을 입고 입원했다.

그저 그렇게 끝나가던 사고는 황씨 등이 지난 1월 퇴원후 생명의 은인을 찾아나서면서 불씨가 이어졌다. 이들은 정 하사 등이 사례는 물론 연락처 조차 남기지 않아 은인이 누구인지 찾을 길이 막막했다고 한다. 유일한 단서는 자신들을 덮어줬던 야전 상의의 부대마크. 이들은 묻고 찾고 한달간 헤맨끝에 결국 미담을 덮으려한 ‘범인들’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5일 부대를 방문, 부대장(대대장 중령 배경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함으로써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정성도 하사 등 ‘미담 은폐범’ 일동은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우리들 처럼 했을 것”이라며 반성하지 않았다.

2006년 2월 10일 (금) 05:37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