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와 글
꽃이 향기를 다 버리고 났을 때 꽃은 제 이름을 잊어간다.
뙤약볕도 뜨겁던 지난 날의 오후,
씨앗들이 딱딱하게 여물어 갈 때 꽃은 비로소 제 존재를 아는 것이다.
꽃은 그냥 향기를 버리는 게 아니다.
향기를 버리고 났을 때의 허무함을
텅 빈 씨방에 꼭꼭 채우며 마음 속 외로움을 잊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