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박물관

고양도깨비 2008. 12. 16. 16:20

지역사회 문화를 반영
박물관은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시설이며 공공적인 성격을 담고 있다. 지역사회는 그들 나름대로의 풍토 속에서 독자적이며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박물관이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담보하기 위해 가져야하는 기능은 무엇인가? 박물관은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야하며 지역의 고유한 생활양식이나 문화적인 정체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변모하는 시대를 반영, 과학적인 발전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지역민의 교류와 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네트워크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사회교육적 기능과 활동적인 영역, 정보의 제공과 엔터테인먼트(즐거움)의 기능도 수반하여야 한다. 더불어 시민의 세금으로 고액의 예산을 투입해서 건립되는 만큼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이바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박물관은 지역의 문화적, 사회적, 교육적, 역사적, 공공적, 경제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하며 주변 문화지역과의 연계성을 가지고 자생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의 박물관들은 상기 서술한 내용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영과 프로그램 운영상의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박물관 계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무분별한 예산투입이나 경쟁적 건립, 지역의 문화정체성과는 무관한 박물관들, 기획의 부재에서 오는 획일화된 전시기법, 비 전문화된 프로그램 운영과 전문인력 부재, 소프트웨어를 고려하지 않은 건축물 위주의 공간들, 접근이 어려운 부지선택 등등의 여러 가지 이유들이 현재 지역의 박물관들을 박제화된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관된 정책수립과 전문인력 활용
박물관에 대한 계획은 장기적인 비전과 지역민과의 합의 속에 이루어내어야 하며 박물관건립을 전담할 태스크포스 팀이(TFT) 계획 초기단계에서 구성되어져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박물관(California Academy of Science)의 전시매뉴얼은 프로젝트매니저, 건축가, 전시기획자, 에듀케이터, 큐레이터, 마케터 등의 역할과 책임을 정의하며 박물관을 기획할 때 이들의 분업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문화공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휴먼웨어가 서로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지닐 때 더욱 큰 힘을 발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문화적 중요성을 생각할 때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정책과 전문화된 인력의 활용이 절실하다. 또한 박물관건립의 프로세스도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박물관 설립의 목표와 미션이 분명하게 기획된 후 하드웨어가 구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박물관을 포함한 문화공간 건립은 단시일 내에 계획되고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무계획하게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일본의 사이타마현의 60여 개의 유사 박물관들은 지역의 문화를 반영한 장기적인 정책 하에 이루어져서 박물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유기적인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생활과 역사의 공간으로
박물관은 예술적 정서와 소장할 전시품의 다양한 내용이 복합적으로 담겨있는 고도로 발달한 문화공간이다. 박물관의 전시내용을 개념적이며 함축적으로 해석하여 관람객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며 박물관의 외형이나 건축물, 장소성은 그 지역의 특수성과 역사성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박물관들은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지니며 가장 권위적인 외향을 띄고 있다.

최근 일본의 지방도시들은 박물관을 문화정보 발신의 중심으로 삼아, 그 주위에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건조물을 복원하거나 개조하여 활용하는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홋카이도의 오타루시에서는 지역의 상징이 된 오타루 운하와 창고, 역사적 건축물을 그대로 복원하여 시립미술관, 함석장난감, 완구박물관 등으로 개조하여 명소가 되었다. 또한 알프스산맥의 드피노아 박물관(Mesee Dauphinois)은 수도원이었던 건물을 개조하여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예배당이나 회랑을 갖춘 목조건물은 박물관의 새로운 기품과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 1991년 개장한 쿤스트하우스 빈 (Kunsthaus Wien)은 훈더트바서가 가구공장을 개장하여 자신의 작품을 보관하기 위한 장소로 쓰여진 곳이 영구 미술관이 된 예이다. 현대식 건물구조와 색채, 카페와 기념품 판매소등으로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기존의 역사적 건물을 개조되거나 생활문화의 장소를 활용하는 박물관의 사례는 너무도 많다.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거나 대규모의 박물관 건축을 새롭게 구축해야 박물관이 세워진다는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국의 템즈강 한복판에 자리잡은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현대미술관으로 변모한 성공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테이트 모던으로 인해 사우스워크 지역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는 점이다. 규모와 관계없이 특색 있는 박물관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으며 생활과 역사가 그대로 보존된 문화공간은 시민과 호흡하는 대중문화의 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박물관테마의 개발과 활성화
현대의 박물관은 지역의 생활양식과 그 소산물에 의해 설립되는데, 전통적 개념의 종합박물관, 민속박물관 등을 넘어 자연사박물관(화석, 공룡), 생활사박물관(공예품, 조각, 유리), 과학박물관(해양, 소리, 과학, 우주), 기업박물관(커피, 라면 등), 테마박물관 (전쟁, 인권 등), 야외박물관, 수족관, 대학박물관, 전시관, 동물원 등 다양한 테마로 발전한다.

일본의 스미다쿠는 상공부가 창구가 되어 1985년 ‘작은 박물관’ 운동을 전개하였는데 에도시대 무사의 집과 농가였던 토지에 전통적인 직인의 기술이나 컬렉션을 전시하여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위한 시도였다. 설치비와 운영비는 본인 부담이며 자주적인 운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스미타쿠는 ‘작은 박물관’ 운동의 로고가 새겨진 간판을 걸어주고 공통의 안내지도를 만들어주며, 전시 전문가를 파견해준다. 제1호인 고바야시의 인형자료관은 5대에 이르는 장인이 일본 전통의 목형을 후손에게 전하고 싶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인형박물관은 ‘작은 박물관’ 운동에 처음으로 참가하여 일본 전통인형에 대한 자료관과 전시관을 개관하였다.

최근에는 기업박물관의 개관이 두드러지는데 주네브 역사박물관에서 분리된 스위스 제네바의 시계박물관 (Musee de Horlogerie et de l'Emaillerie), 벤츠박물관, 레고박물관 등은 기업의 사회에 대한 공적인 환원이다. 우리나라의 동아일보사의 신문박물관 삼성의 교통박물관, 풀무원의 김치박물관 등은 기업이 지닌 제품의 의미와 상징성을 더욱 고양시켜 주었다.

또한 지역이 배출한 예술가나 유명 인물들은 박물관을 설립하는 데에 아주 중요하고 당연한 자원이 된다. 1911년 개관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렘브란트미술관 (Museum het Rembrandthuis)은 렘브란트가 부인 사스키아 (Saskia van Uylenburgh) 여사와 함께 생활하던 집이 그대로 미술관이 되었다. 매년 렘브란트와 관련한 기획전시를 열어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화제가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었으며, 렘브란트의 재산 내역에서부터 당시의 방 구조와 가구배치를 그대로 재현하여 더욱 관심을 끈다. 1973년 개관한 빈센트 반고호 미술관(Van Gogh Museum)도 200 여점의 그림과 500 여점의 드로잉, 700여 통의 편지, 고흐가 수집한 일본 화가들의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또한 그와 교분을 쌓았던 고갱과 뚤루즈 로트렉 같은 동시대의 화가들과 밀레 같은 그가 존경했던 화가의 그림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가 활동했던 시카고 근교의 라이트의 집 역시 관람객들에게 그대로 공개되어 라이트가 살아있는 듯한 생생한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의 인물을 기념하는 박물관이 많이 설립된다면 박물관 활성화에 상당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가능한 한 역사적인 가옥이나 생활모습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이 교육적, 역사적인 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수집과 보존의 장에서 체험과 학습의 장으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박물관은 더 이상 죽어있는 공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의 박물관이 지닌 역할 중에 전시와 더불어 체험 학습과 교육은 아주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박물관은 한번 전시된 유물이나 소장품 외에 다른 활동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인력과 재정의 부족함이 항상 문제로 제기되지만 활발한 프로그램의 운영은 박물관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어 재원확보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의 교사재원센터 (Teacher Resource Center)는 공, 사립 교사들을 대상으로 미술교재나 자료들을 제공해주고 있으며 교사들은 슬라이드나 자료에 대한 도움을 얻어 워크숍, 특별행사,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박물관들은 학예사와 도슨트(docent) 등과 함께 교육 부서를 따로 두어 의무적으로 박물관 내에 직제를 두는 경우가 많이 있다. 1996년 미국 스미소니언 인스티튜션에서 출판한 ‘일하는 곳: 박물관’ 에서는 박물관 전문직종을 51종의 직책과 3가지 직급으로 표시하고 있어 현대의 박물관의 기능이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또한 박물관은 특별한 전시를 기획하여 지속적으로 활동해야 하며 지역민과의 연계를 꾸준히 가져야 한다. 전시, 교육, 수집, 연구의 기능과 더불어 출판, 정보물 제공, 지역 문화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기능도 수반하여야 한다.


관람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 교육과 오락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공간
컬럼비안 세계 박람회가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근대사를 장식하던 시대로부터 산업박람회, 축제, 테마파크 등 엔터테인먼트산업 분야와 박물관 분야는 각기 발전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에는 오락, 레저 산업과 교육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박물관이 많이 등장하였다. 특히 90년대 디즈니랜드사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며 과학과 교육이 결합된 박물관을 구상하였고 최근에는 방송, 영상산업의 발달로 세트장이나 테마파크 형태의 박물관이나 에코뮤지엄, 야외뮤지엄 등이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즈니의 이사였던 마틴이 박물관협회 포럼에서 강연한 ‘미키마우스의 십계명’ 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관람객을 배려하는 디즈니의 철학을 담고 있으며, 이후 전시기획의 방법과 해법으로 종종 응용되었다.

주 5일제 근무가 시작되고 여가 활용시간이 증가되면서, 박물관 운영에도 마케팅 개념이 도입되고 각 박물관들은 적극적으로 관람객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개관한 영국의 테이트 모던은 야간 개장을 통해서 대중적인 지지를 얻으며 관람객을 확보하였다.

또한 박물관에서의 관장이나 전문인력의 비전과 미션은 박물관의 정체성과 재정난을 극복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행정직 공무원이 아닌 박물관 관련 학문을 공부한 인력을 다양하게 활용해야 박물관경영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박물관을 자주 찾는 사람은 여러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화적 욕구와 관심이 많은 충성고객들이다. 따라서 충성고객은 적극적인 회원 관리를 통해, 잠재고객은 타켓화된 마케팅을 통해 개발해 나가야 한다. 한편 인터넷이나 테크놀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박물관들 간의 상호 연결을 통해 박물관 포탈 사이트나 웹진 형태를 구축하여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더불어 교육, 관광, 방송, 매체 등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가지거나 다른 문화이벤트와도 상호 협조하면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 박물관에서의 활동은 재미와 즐거움을 수반해야 한다. 어린이박물관, 과학박물관등의 활성화로 교육적, 오락적 활동들을 제공하며 관람객의 요구에도 신속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결 언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박물관은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의하여 다양한 역할과 기능들로 변모하고 있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의 박물관들은 더욱 정체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박물관이 활성화를 꾀하려면 첫째, 독특한 특성을 지닌 특화된 박물관을 지향하여야 한다. 규모나 하드웨어의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둘째,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여 문화지역으로 발전해야 한다. 박물관이 활동을 하고 살아있다면 인근의 환경은 문화적으로 변모하고 자생력을 가지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셋째,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주민과의 연계를 많이 가져야 한다. 전문인력의 활용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넷째, 경영의 혁신을 가져야 한다. 관람객의 성향과 선호도를 파악하여 박물관으로 유도하여야 한다. 다섯째, 유관기관과의 연합과 네트워크 구축을 해야 한다. 공통의 마케팅도 필요하며 지속적으로 관람객을 개발, 관리하는 사회교육과 문화중심의 장으로 거듭날 때 박물관들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문화적 랜드마크로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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