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로 순국 97주기를 맞는 안중근(安重根·1879~1910.3.26) 의사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 대전에서 발견됐다.
국내에는 안 의사 사진 원본이 2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번에 발견된 사진은 국내외에서 발견됐거나
관련 책자 등에 소개된 바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사진을 직접 살펴본 관계 전문가들은 "주변 자료가 충분치 않아 제작 연대 및 경위 등을 섣불리 판단키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사진이 필름을 인화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고문서 사이 숨겨져 있던 점, 사진 뒷면의 글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사료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CBS 노컷뉴스 제휴사 <충청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안 의사의 생전 사진은 대전시 중구 목상동에 사는 최정민(30)씨가
집안에서 내려오는 고문서의 맞붙은 책장 사이에서 발견했다.
최씨는 "금산 추부에서 한 의원을 운영한 증조부의 고문서를 살펴보던 중 맞붙은 책장 사이에 숨겨져 있던 사진을
발견했다"면서 "사진은 일제 강점기 '보험료 영수장'과 함께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속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는 안 의사는 의연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사진 크기는 가로 9㎝, 세로 13.7㎝로 뒷면에는
연필로 쓴 '자신에(의) 선배 안중근 지사'라는 글이 한자로 쓰여있다.
이번에 발견된 사진은 일제가 안 의사를 비하하기 위해 제작·판매했다 급히 회수한 사진엽서와 그 모습과 표정 등이
흡사하다.
그러나 사진이 필름을 인화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엽서사진이나 인쇄물 등을 '재가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진을 직접 살펴본 독립기념관 자료정보팀 임공재 씨는 "인쇄물이나 엽서 등 인쇄물을 근접 촬영한 사진의 경우 대부분
규칙적인 망점 등이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 사진은 망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필름을 인화한 사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인화지나 사진 상태로만 볼 때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는 판단키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사진은 또 최씨의 증조부 혹은 제3의 인물이 안 의사를 숭모하는 마음으로 제작·보관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전시 향토사료관 양승률 학예연구사는 "고문서 사이 일제 보험료 영수장과 함께 끼워져 있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적어도 해방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강점기에는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관하는 것 자체가 죄가 될 수
있었던 만큼 안 의사를 숭모한 독립운동 관계 인물이 만들어 보관했던게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진 뒷면의 '선배'라는 표현은 사진을 소유했던 인물이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뜻을 배우고 따르겠다는
뜻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임씨도 "사진 뒷 부분의 풀칠 자국은 스크랩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풀칠이 정교하다는 점에서 소유자가 사진을
귀중하게 다뤘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사진이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숙제로 남고 있다.
사진을 직접 확인했지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전문가는 "사진이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아쉽게도 이를 밝힐 근거가 없다"며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안 의사 사진 대부분이
일본 잡지 등에서 따 온 것인데, 이 사진이 안 의사를 직접 찍은 필름을 인화한 것이 확실하다면 그 가치와 의미는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