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천만달러"붉은 자본가"등장

고양도깨비 2007. 6. 29. 10:29

                                                                                                                               2007년 6월 29일 (금) 06:00   연합뉴스

                               <北7.1조치 5년> 천만달러 '붉은 자본가' 등장

고위층 자제가 대다수..중국 태자당 연상

남북경협 자본가도 생겨나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장용훈 기자 = 북한에서도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적게는 수십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만 달러의 재산가인 '권력형 자본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돼 끼니를 걱정하는 빈민들이 늘어나는 반대편에서는 벤츠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굴리고 호화 주택에 살면서 자본주의 대기업가 못지 않은 부유한 생활을 향유하는 계층이 생겨나고 있는 것.

북한의 '붉은 자본가' 세력은 무역업계를 장악한 고위층 자제들이 대부분이다.

고위층 자제들의 무역업계 진출은 1980년대 외화바람 때가 시작이었다.

이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돈이 최고', '돈이 있으면 권력도 가질 수 있다'는 배금주의가 확산되자 너도 나도 당간부 같은 자리를 서슴없이 내놓고 무역업계로 뛰어들었다.

시장이 생겨나고 있지만 사회주의 국가권력 체계가 존속하는 현실에서 돈을 벌려면 권력기관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부모의 권력을 등에 업은 이들이 시장에서 엄청난 이윤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고위층 자제가운데 외무성이나 대외문화연락위원회 같은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부를 좇지 않는 양반'으로 통할 정도로, 무역업계는 고위층 자제들의 활무대가 됐다.

부모의 권력 배경에 엘리트 교육을 받고 대외 접촉 기회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해 누구보다 밝은 데다 외국어도 능통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김정일 서기실', 38호실, 39호실과 같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관련 부서나 전문 무역기관, 주요 기관의 무역분야에 종사하면서 사실상 북한의 돈줄을 장악했다.

또 소속기관 이름으로 벤츠를 사들여 자가용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가구와 가전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생수를 포함한 식료품도 외국산을 애용하고 가정부까지 두는 등 귀족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전문이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 외화벌이 사업을 독점한 40대 중반의 차철마씨는 북한 최고의 갑부 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노동당내 '총독'으로 불리는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사위로, 일찌감치 다니던 외무성을 그만두고 중국을 중심으로 외화벌이에 뛰어들어 현재 개인 자산만 1천만 달러를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인의 후광으로 상임위 외화벌이를 장악해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조차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명수 전 주중대사의 아들인 전승훈.영훈 형제 역시 북한에서 손꼽히는 거부.

장남 승훈씨는 50대 초반으로 미화 2천만달러의 자본금과 연평균 거래액이 1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조선부강회사 사장이며, 40대 초반의 영훈씨는 노동당 재정경리부 소속 회사 사장으로 북한의 디젤유 수입을 독점하면서 엄청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 형제와 거래를 해온 한 해외동포 사업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정일 서기실' 소속으로 이탈리아에 주재하는 30대 초반의 오영환씨도 아버지 오명근씨 때부터 김정일 위원장과 그 가계의 생필품을 조달해오면서 재벌로 불리고 있다.

오씨는,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의 외동딸로 작년 9월 프랑스 유학 중 사망한 장금송의 애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무역업계에 종사하는 북한 고위층 자제가운데는 수백만 달러를 보유한 자산가가 적지 않다"며 "이들에게는 하루 1천달러 쓰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전하기도 했다.

남북경협을 통한 재벌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입국한 고위층 탈북자들에 따르면, 40대 후반의 전영란(여) 정성제약연구소장은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며느리라는 정치적 배경을 활용해 남측 지원단체들과 보건의료 지원사업에 이어 개성공단에 마늘 까는 공장도 설립하는 등 '문어발식' 경협을 통해 적지 않은 부를 이룬 여성 재벌이다.

고위층의 자제들 사이에서 재벌이 늘어나면서 부 과시 경쟁도 붙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고위층 자제들은 시계, 반지, 의류, 장식품 등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경쟁적으로 몸에 걸치고 사치한 생활을 과시해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들은 혁명원로 및 고위직 자제들로 구성된 중국의 신귀족층 '태자당(太子黨)'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