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 문화재 단 1점도 없는 의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조선왕조의 오례(五禮)를 기록과 그림으로 정리한 책인 의궤(儀軌)류가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한국의 문화유산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번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된 의궤류는 규장각 소장 546종 2천940책과 장서각이 소장한 287종 490책. 실제 파악된 의궤류 수량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 여러 곳에도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한데 이상한 대목이 있다. 국내 소장본 중 그 어느 것도 국가지정 문화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지정 문화재 여부가 문화재의 가치를 판별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그 문화재가 국가지정이 아니라는 말은 해당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조차 국보건 보물이건, 중요민속자료건 그 어디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의궤류가 국제무대에 먼저 데뷔해 '세계유산'이란 금메달을 딴 다음에 국내로 역류하는 이상한 상황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서지학자인 박상국 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실장은 "의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3년 본격화한 외규장각 도서반환 운동 이후"라면서 불과 10년 남짓의 짧은 '역사'가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전까지는 학계 일부, 특히 미술사학계를 중심으로 극히 제한된 연구자만 의궤를 주목하다 프랑스 군대가 병인양요 때 약탈한 강화도 외규장각 고문서 대부분이 의궤류인 까닭에 서울대가 제기한 그 반환운동을 출발점으로 비로소 국내에서도 의궤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의궤류에 대한 관심은 출판가로도 번져 의궤를 소재로 삼은 단행본만도 수십 종이 쏟아졌지만 국가지정 문화재로 격상하는데 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아무튼 의궤류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국내에서는 랭킹에도 들지 못한 골퍼가 국제대회의 우승컵을 들고 금의환향한 일에 비유할 수 있는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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