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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바

고양도깨비 2007. 6. 3. 21:24

 



 

'품바'란 각설이타령의 후렴구에 사용되는 일종의 장단 구실을 하는 의성어로
전해왔으나 현재는 각설이나 걸인의 대명사로 일반화되었다.

품바란 낱말이 처음 기록된 문헌은 신재효의 한국 판소리 전집 중 '변강쇠가'이다.
여기에서 보면 품바란,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라 하여 '입장고'라
불렸음을 알 수 있는데, 이조 말기까지는 이런 의미로 통했을 것이다. 그후 일제 해방,

자유당, 공화당 시절에 이르기까지는 '입방귀'라는 말이 널리 일반화되었는데
그것은 '입으로 뀌는 방귀'라는 뜻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피지배계급(가난한 자, 역모에 몰린 자, 관을 피하여 다니는 자,
지배계급에 불만을 품고 다니는 자, 소외된 자 등)에 있는 자들이 걸인 행세를 많이
하였는데 그들은 부정으로 치부한 자, 아부 아첨하여 관직에 오른 자, 기회주의자,
매국노 등의 문전에서 "방귀나 처먹어라 이 더러운 놈들아!"라는 의미로 입방귀를
뀌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한(恨)과 울분을 표한다.

또한 품바란 가진 게 없는 허(虛), 텅 빈 상태인 공(空), 그것도 득도의 상태에서의
겸허함을 의미한다고 전하며 구걸할 때 '품바'라는 소리를 내어 "예, 왔습니다. 한푼
보태주시오. 타령 들어갑니다." 등의 쑥스러운 말 대신 썼다고들 한다.

또, 품바란 한자의 '품(稟)'자에서 연유되어 '주다', '받다'의 의미도 있다. 또 달리

'품'이란 품(일하는 데 드는 수고나 힘), 품앗이, 품삯 등에서 연유했다고도 한다.
허나, 전해 내려오면서 명칭의 변화는 있었지만 거기에 함축된 의미가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가진다"라는 말로 변해왔으며, 이 노래(타령)만은 처음 시작할 때와
끝났을 때 반드시 '품바'라는 소리를 내어 시작과 끝을 알렸던 것이 다른 노래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다. 이밖에도 다른 여러가지 설이 전해진다.





각설이 타령이 언제부터 전래되었는가는 정확히 알 길이 없으나 일설에 의하면,
백제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 망하자 당시 지배계층은 떠돌이 나그네가 되어 거지로
변장하거나 혹은 정신병자나 병신으로 위장하여 걸인 행각을, 문인 계통은 광대로,
무인 계통은 백정, 줄타기 등등의 재인(材人)으로 전락하여 각설이 타령을 부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음지에 사는 인간들이 속악한 세상에 대하여
던지는 야유, 풍자, 해학, 무심, 허무, 영탄들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비애감을 맛보게 하는 독특한 민족문학적 채취를 풍긴다.

구전되어 오던 타령이 문자로 정착한 것은 이조시대에 이르러서이다. 조선 말기의
판소리 작가 신재효(1812~1884)의 변강쇠가에서 품바의 뜻이 '입장고'라 기록되었고,

송순(1493~1583)이 지었다는 타령과, 작자는 알 수 없으나 이조시대 과거에 낙방한
선비들이 낙향하면서 걸인 행각 중 불렀다는 천자풀이 등이 전한다. 그러나 각설이
타령이 가장 활발히 불리어지고 알려진 시대는 해방 직후로부터 6.25와 자유당시절로서

전국적으로 퍼져 불리워졌으나 공화당 때인 1968년, 법으로 걸인 행각을 금지시키면서부터

전국에서는 각설이타령이 한동안 사라지는 듯했다.

물론 요즘도 각설이 타령을 들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장터에서 한끼니의 식량을
구하기 위하여 구성지게 노래하던 그 장타령이 아니다. 가사도 가락도 다같은 장타령이지만

왠지 그때의 그 감칠맛이 아닌 것은 왠일일까. 아마도 그것은 정녕 삶의 몸부림이 아닌 각색된

각본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문화라는 이름으로 각색되고 꾸며지고 무대화가 되어서일 것이다.

그때 그감정의 장타령 그 정감어린 장타령 찌그러진 밥그릇 하나 들고 구성지게 부르던 장타령의

그 각설이들은 지금은 어디에 어느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마음으로 삶을 노래하던 각설이패들!
엄격한 규율과 그들만의 삶의 법칙으로 한세상을 풍미했던 각설이들. 지금은 볼 수 없는 그들이지만

그 노래는 살아서 오늘날에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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