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군사무기

반응장갑 블레이저

고양도깨비 2007. 6. 3. 00:08
반응장갑 블레이저(Blazer)

레바논 분쟁 당시 이스라엘 전차를 상대하던 시리아군 병사들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게릴라들은 전혀 생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쉽게 격파할 수 있었던 이스라엘군 전차들이 RPG-7이나 AT-3 같은 대전차 화기의 공격에도 전혀 파괴되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성냥갑 같은 작은 상자를 전차 곳곳에 촘촘히 붙인 이스라엘 전차들은 대전차 화기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화염에 휩싸였지만 파괴되기는커녕 무시무시한 기세로 반격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군 전차들이 ‘근거리에서 대전차 로켓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전차는 없다’는 통념을 깰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블레이저(Blazer) 덕분이었다.

1970년대 들어 다종 다양한 대전차 미사일과 대전차 로켓의 등장은 전차에 대한 보병들의 저지 능력을 배가시켰다. 반대로 전차의 중요성은 점점 위축됐다.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영국을 비롯한 서방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복합장갑 기술이 개발됐으나 워낙 가격이 비싸 쉽게 보편화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에 걸쳐 로켓무기 만능론과 ‘전차 무용론’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특히 주변 국가들과의 불편한 외교관계로 인해 항시 준 전시 상태에 놓여 있는 것과 다름없는 이스라엘로서는 대전차 무기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 속에 기존 전차를 크게 개조하지 않으면서도 방호력과 전투력을 동시에 배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이스라엘은 블레이저를 실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레바논 분쟁을 통해 성능을 검증받은 블레이저는 폭발반응장갑(ERA : Explosive Reactive Armor)의 일종이다. 폭발반응장갑은 2매의 강판 사이에 폭약을 가득 채운 것으로 보통 상자 형태로 돼 있으며 장갑판 위에 덧붙여 보조 장갑으로 사용된다. 폭발반응장갑은 운동에너지탄(APFSDS)이나 성형작약탄(HEAT)의 메탈제트가 표면 강판을 뚫고 들어오는 순간 폭발해 외부 강판을 날려버리게 되고 이때의 폭발력이 운동에너지와 메탈제트를 상쇄시킨다는 원리다.

레바논 분쟁을 통해 RPG-7 대전차로켓은 100%, AT-3 대전차 미사일은 70% 이상 무력화시키는 위력을 발휘해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원래 반응장갑을 최초로 개발해 특허권을 획득한 것은 이스라엘이 아닌 서독의 방산업체였다. 그러나 서독 정부와 군의 반응은 냉담했고 자칫 사장될 뻔했던 이 기술은 우여곡절 끝에 이스라엘에서 실용화됐다. 보조 장갑판의 일종인 블레이저를 공격 무기로 분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블레이저의 등장과 그 파급력은 여느 전투무기체계의 등장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기존의 일반 장갑형 전차도 간단한 개수를 통해 폭발반응장갑을 장착하는 순간 대전차무기 방호 능력은 두 배 이상 향상된다는 점은 이 무기체계의 가장 큰 미덕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이 선보인 반응장갑은 일반 장갑에서 복합 장갑으로의 발전 단계상 과도기적 형태로 평가받지만 그 유효성은 여전히 뛰어나며 이후 기갑무기체계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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