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고려및조선시조

구상유취

고양도깨비 2007. 3. 30. 11:25

                                

 

 

狗喪儒聚(구상유취)

김삿갓에 관한 이야기 중에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어느 더운 여름철 김삿갓이 한 곳을 지나노라니
젊은 선비들이 개를 잡아놓고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시를 짓는다고 마구 떠들어 대고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김삿갓이 회가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석에 앉아 한 잔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행색이 초라해서 인지 본 체도 않고 있었다.

김삿갓은 약간 아니꼬운 생각이 들어 ˝구상유취로군!˝하고 일어나 가 버렸다.

˝그 사람이 지금 뭐라고 했지?˝

˝구상유취라고 하는 것 같더군.˝

이리하여 김삿갓은 뒤쫓아온 하인들에게 끌려 다시 선비들 앞으로 갔다.

˝방금 뭐라고 그랬지? 양반이 글을 읊고 있는데
구상유취 라니?˝

그러면서 옆에 놓고 매를 칠 기세를 보였다.

김삿갓은 태연히,˝내가 뭐 잘못 말했습니까?˝하고
반문했다.

˝뭐라고, 무얼 잘못 말했느냐고? 어른들을 보고
입에서 젖내가 난다니..

그런 불경한 말이 어디 또 있단 말이냐?˝

˝그건 큰 오해십니다. 내가 말한 구상유취는 입에
젖내가 난다는 구상유취(口尙乳臭)가 아니라 개 초상에 선비가 모였다는 구상유취(狗喪儒聚)였습니다.˝

한문의 묘미라고 나 할까.
선비들은 그만 무릎을 치고 크게 웃으면서, ˝우리가 선비를 몰라보았소.
자아 이리로 와서 같이 술이나 들며 시라도 한수 나눕시다.˝하고 오히려 사과를 한 끝에 술을 권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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