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와 글

당신 앞에 빗물로 서고 싶습니다.

고양도깨비 2007. 7. 15. 11:41

     

 

               보고 싶다는 말대신

       퍼붓는 빗물로 당신 앞에 서고 싶습니다.
       어림할 수 없는 마음은 재단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누구와 말하고 어느 곳을 바라보는지
       무엇때문에 하얀웃음이 하늘에 돌아누웠는지
       어느 행복과도 바꿀 수 없는 슬픔하나가
       밀물과 썰물처럼 드나듭니다.
       당신이라는 바다에 내가 섬으로 떠다닙니다.
       보고싶다는 말을 물새알처럼 품고
       세상이 못알아 듣는 언어로
       가슴에서만 파도를 바수고 있습니다.
       나를 조각하던 당신의 눈빛이
       곳곳에 그리움의 잔해를 흩어놓고
       나뭇잎마다 바람으로 매달립니다.
       제자리에서 사랑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데
       빗줄기들이 대숲같이 퍼붙다 빗금을 거둔 뒤
       하루가 힘들게 저물고 있습니다.
       흐드러지는 꽃밭에 별밭이 쏟어지면
       풀싹처럼 무릎꿇고 슬픔을 이슬로 걸러내어
       다시 초라한 아침으로 놓이겠지요.
       생각을 기우고 기우다
       세월이 빈집처럼 낡아가는데
       나는 당신을 언제까지 헤메고 있을건지
       여전히 당신이 걸어가고 내가 헛것으로 따라다닙니다.
       사랑도 강행군을 멈출날이 있겠지요.
       그리움도 비등점으로 비워질 날이 있겠지요.
       마음 같아선 물길내어
       첨벙 첨벙 달려가고 싶지만
       꽂 중에 혼자피는 꽃도 있습니다.
       새 중에 혼자우는 새도 있습니다.
       사람중에 여럿이 있을때 더 외로운 사람도 있는 법입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은
       보고싶다는 말대신
       퍼붓는 빗물로 당신 앞에 서고싶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부터 당신을 찾고 있었다며
       당신을 잊은 다음에도 당신을 찾을 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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