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한국 국악 민요

파주 금산리 / 농사소리

고양도깨비 2007. 3. 26. 10:43
경기옛소리기행(43)/파주금산리의 농사소리
[경기일보 2003-1-13]
파주 금산리에 가면 소리 자랑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만큼 금산리 사람들은 소리를 잘한다.

금산리의 소리는 농사를 지을 때 부르는 농사소리 외에도 상여소리와 회다지소리 등 각종 의식요(儀式謠)는 물론이고 집터를 다지는 지경소리, 그 외에도 각종 토속민요가 마을에 전승되고 있어 이 마을 전체의 소리를 경기도지정 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했다. 소리도 농요, 혹은 상여소리 등으로 지정을 한 것이 아니고 ‘금산리 민요’라고 하여서 마을에서 전승되는 모든 소리를 묶어서 지정을 한 것이다. 그만큼 어느 특정한 사람이 소리를 잘해 보유자로 지정을 하기보다는 마을전체의 사람들을 묶어 단체지정을 할 정도니 가히 이 마을의 소리를 가늠할 수가 있겠다.

道지정 무형문화재 제33호 ‘금산리 민요’

파주시 탄현면 금산리는 마을에 보현산이 있어 산세가 수려하며 인근에는 통일전망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북녘 땅을 가까이 하고 있으면서 소리도 경기도 서북부권의 소리와 황해도의 수심가토리가 섞인 독특한 창법을 구사하고 있는 고장이다.

“보현산 자락에 4개 마을이 있으며, 산 위에 올라가면 그 밑으로 임진강이 내려다 보여 주변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다워 많은 소리들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파주 금산리민요보존회 추교현 회장(남·63세·파주시 탄현면 금산리 49번지)은 마을에 살면서 소리를 지켜가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는 금산리의 소리꾼 중 한 명이다.

“저희 금산리는 꼭 집어서 이 분이 선소리꾼이다라는 말을 하기가 힘듭니다. 그 만큼 다들 소리를 잘하시죠. 오죽하면 도에서도 누구를 지정하기가 어려우니 마을 전체를 지정 했겠습니까.”

쪘네헤 쪘네헤 모 한춤을 쪘네헤
(쪘네헤 쪘네헤 모 한춤을 쪘네헤)
설서얼한풍에 궂은비는 나리히아고호
(쪘네헤 쪘네헤 모 한춤을 쪘네헤)
시화나 연풍에 임사겨서 노잔다아하아
(쪘네헤 쪘네헤 모 한춤을 쪘네헤)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를 말아라하
(쪘네헤 쪘네헤 모 한춤을 쪘네헤)
청춘의 홍안이 다늙어 가누나하아
(쪘네헤 쪘네헤 모 한춤을 쪘네헤)
쪘네헤 쪘구나 여기도 또 한춤 쪘구나하
(쪘네헤 쪘네헤 모 한춤을 쪘네헤)

소리가 물길을 따라 흐르듯 유장하다. 산세가 수려하고 산을 끼고 흐르는 임진강의 맑은 물을 닮은 곳, 금산리. 그 곳에서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많은 소리들이 있다. 금산리 소리의 특징을 보면 경기 서북부지방 농요의 특징을 보유하고 있는 논매기소리 등의 논농사 소리와 상여소리·달구소리 등 향토민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설과 음악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는 한 두 사람의 선창자(先唱者)에 의존하지 않고 다수의 소리꾼이 모내기소리, 논매기소리, 상여소리, 달구소리 등에서 메기는 소리를 분담하고 있다. 주로 논농사 소리를 중심으로 부르는 금산리의 농요는 간혹 황해도 소리인 자진난봉가나 경기민요 오돌독(닐니리 소리)도 섞여 불리기도 한다. 논농사소리는 모찌는 소리, 모심는 소리, 양산도, 방아타령, 헤이리소리, 상사소리, 몸돌소리, 우야소리로 나눌 수 있다. 상여소리는 ‘어 넘차 소리’와 ‘어해 소리’가 주로 불리며, 달구소리는 ‘에이여라 달구’하는 소리가 주로 불리나 논매는 소리인 방아타령, 상사소리, 새 좇는 소리도 섞여 불린다.

모심기소리 등 농사소리

금산리의 농사소리는 전 과정을 통해서 나타난다. 그 만큼 다양한 소리가 있다는 말이다. 소리가 다양하다는 것은 소리꾼이 많다는 소리고, 또 전승이 잘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산리의 소리꾼들이 인근 고양까지 소리 품을 팔러 다녔다고 하니 가히 알만하다. 모찌기는 소리를 하면서 모를 모심기를 하기 좋게 한줌씩 쪄낸 후 논에 여기저기 던져 놓는다. 그 찐 모를 심으면서 모심기소리를 하게된다.

하나 하나 하나 알기로구나
(허나 허나 하나 알기로구나)
무정한세월아 오구가지를 마라하
(허나 허나 하나 알기로구나)
금산리 호걸들 다 늙어간다하
(허나 허나 하나 알기로구나)
세월이 가기는 화살결과 같구요호
(허나 허나 하나 알기로구나)
청춘이 늙기는 물거품 같구려
(허나 허나 하나 알기로구나)
녹음방초는 연년이도 오거헌만
(허나 허나 하나 알기로구나)
우리네 인생은 가면 다시 못오리다
(허나 허나 하나 알기로구나)
서산에 지는 핸 뉘라서 금지허며 허어어
(허나 허나 하나 알기로구나)
창해유수 흐르는 물 다시오기 어려워라 하아아
(허나 허나 하나 알기로구나)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곳. 파주시 탄현면 금산리의 사람들은 요즈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일이 있다. 바로 전수회관을 짓는 일이다. 금산리 민요보존회 추교현 회장은 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 성사를 시키기 위해 모든 일을 마다하고 매달린다고 한다. 그 만큼 전수회관이 지어지면 마을에서 전승되고 있는 각종 소리를 보존하는데도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공연장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주말에 이 곳 인근에 있는 통일전망대로 모여드는 5~6천명의 관광객을 상대로 공연을 가질 수도 있어 관광과 전통문화의 복합적 연계도 가능하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만이 아닌 우리 것을 소중히 알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길이니 이 보다 바람직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인가 마을 전체가 활기가 넘치는 것이 금시 라도 모든 사람들이 소리를 하기 위해 모여들 것만 같다.

에헤~ 헤헤~ 에헤~ 에헤 오호오호~ 이일다~ 오호오호
(에헤~ 헤헤~ 에헤~ 에헤 오호오호~ 이일다~ 오호오호)
오늘 말도 하 심심하니 양산도로나 불러들 보세에
(에헤~ 헤헤~ 에헤~ 에헤 오호오호~ 이일다~ 오호오호)
양덕맹산 흐르는 물으으은 감돌아하 든다고 부벽루아로오다아
(에헤~ 헤헤~ 에헤~ 에헤 오호오호~ 이일다~ 오호오호)
오 한소래로다 한해를 보내나 방아타령으로다아 돌려를 보세
(에헤~ 헤헤~ 에헤~ 에헤 오호오호~ 이일다~ 오호오호)

에헤 헤~ 헤에요호오 어라 우겨라 방아로구나
나니나 난실 방아로구나 어이나누 방아가 좋소
(에헤 헤~ 헤에요호오 어라 우겨라 방아로구나
나니나 난실 방아로구나 어이나누 방아가 좋소)
좋다 좋구나 달은 떠서 온다마는 임은 어이 못오시나
벽공에 걸린 달은 임은 응당 보련마는
전생차생 무슨 죄로 우리 양인이 에헤라 왜 생겨났나
(에헤 헤~ 헤에요호오 어라 우겨라 방아로구나
나니나 난실 방아로구나 어이나누 방아가 좋소)
좋다 좋구나 하늘 천자 따지 땅에 집우자로 집을 짖고
(에헤 헤~ 헤에요호오 어라 우겨라 방아로구나
나니나 난실 방아로구나 어이나누 방아가 좋소)
날일자 봉창문 달월자로 달아놓고 밤중이면 임을 맞아
(에헤 헤~ 헤에요호오 어라 우겨라 방아로구나
나니나 난실 방아로구나 어이나누 방아가 좋소)
별진 잘숙에 에헤라 놀아를 보자
(에헤 헤~ 헤에요호오 어라 우겨라 방아로구나
나니나 난실 방아로구나 어이나누 방아가 좋소)

소리의 고장 금산리. 이제 해동이 되고 농사철이 시작되면 마을에서 한바탕 풍장이 울린 뒤에 보현산 자락을 끼고 돈 농사소리가 임진강과 한강을 따라 골골이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주말이면 마을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소리잔치가 벌어져 한바탕 질펀한 옛 정취를 맛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

글/하주성(민속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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