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한국 국악 민요

용인 이동면의 / 타맥소리

고양도깨비 2007. 3. 26. 10:42
경기옛소리 기행(44) - 용인 이동면 묘봉리의 타맥(打麥)소리
[경기일보 2003-1-20]

용인읍에서 이동면 소재지를 지나 안성 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개울을 건너기

 

전에 좌측으로 난 길이 있다. 용인시 이동면 어비리에 있는 이동저수지를 끼고 가다가 당도

 

하는 묘봉리는 지금은 포장이 잘 되어 있어 다니기가 좋지만, 1980년대 중반에는 비좁은 2

 

차선 도로를 끼고 가는 묘봉리 길이 평탄치 않았다. 어비리에 있는 이동낚시터는 전체면적

 

303.6㏊의 넓고 맑은 수질을 자랑하며,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축조 된지 30년이 넘은 저수

 

지여서 어종이 다양하고 수상 좌대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논이었던 이 어비리에 저수지가 생겨 고기들이 노닐고 있으니 우리 옛 선

 

인들의 지명에 관한 예지를 엿보는 것 같아 재미있다.

묘봉리는 안성으로 가는 지방도에서 안쪽으로 한참 들어간다. 필자가 이 곳을 처음 찾았을

 

때는 마침 용인문화원에서 ‘용인의 민속’이라는 책을 쓰고 있을 때였는데 경기도민속예술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마을 주민들이 저녁마다 모여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용인읍에

 

숙소를 정하고 매일 저녁 이 마을을 들어갔다가 다시 용인읍까지 나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마을 주민들이 워낙 열심히 연습을 하니 나도 열심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연습을 하다 보면 목도 타고 힘도 든지라 쉬는 틈을 이용해서 막걸리를 한잔 걸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어허어허 보리로다(어허어허 어허야)

욱신욱신 보리로다(어허어허 어허야)

힘을주어 후려보세(어허어허 어허야)

사정없이 후려보세(어허어허 어허야)

늘보리냐 쌀보리냐(어허어허 어허야)

사정없이 후려보세(어허어허 어허야)

바서지게 후려보세(어허어허 어허야)

이보리를 다털어서(어허어허 어허야)

나라에도 충성하고(어허어허 어허야)

이보리를 다털어서(어허어허 어허야)

아침방아로 한번찧고(어허어허 어허야)

저녁방아로 거듭찧어(어허어허 어허야)

세번네번 거듭찧어(어허어허 어허야)

맷돌에다 들들갈아(어허어허 어허야)

보리가루 만들어서(어허어허 어허야)

보리개떡 보리죽을(어허어허 어허야)

온식구가 다먹는다(어허어허 어허야)

과거 우리네 생활은 그리 형편이 좋지를 않았다. 특히 춘궁기가 되면 부잣집이 아니고는 먹

 

는 끼니조차 충실하지가 않았다. 그런 시기에 보리를 털어내기 위하여 하는 작업이 바로 도

 

리깨질이다. 도리깨질을 하면서 힘이 들어 무슨 소리를 하겠느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우리

 

소리 가운데 많은 소리들이 노동요라는 것을 생각하면 보리 타작을 하면서도 소리가 있음직

 

하다.

 

타작을 할 때는 도리깨를 이용한다. 도리깨를 하늘 높이 쳐들었다가 내리 닫으면서 보리의

 

나락을 털어 내는 것이다. 도리깨는 깨나 콩 등을 털어 낼 때도 사용하는 농기구다. 그만큼

 

우리네 농사에서는 다양하게 사용이 되어진다.

 

도리깨는 지방에 따라 도루깨·돌깨·도깨·연가·도리채·도리개라고 불린다. 형태는 기다란 막

 

대인 손잡이자루(장부)와 끝에 구멍을 내어 도리깨 꼭지를 만들고, 꼭지 끝에 여러 개의 나

 

무를 나란히 매도록 되어 있다. 사용은 아들(열)을 꼭지에 단단히 고정시켜 접목시키고, 아

 

랫부분인 회초리를 벌려서 곡식을 친다. 도리깨는 혼자서 작업을 할 때는 장단 없이 하게되

 

지만 둘이서 쌍도리깨질을 할 때는 서로 엇비끼는 동작을 한다. 한 사람이 먼저 들었다가 놓

 

는 순간에 도리깨를 올리게 된다. 여러 명이 도리깨질을 할 때는 한 사람씩 건너 반대 동작

 

을 취하게 된다.

 

타맥요(打麥謠)는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다. 타 곡식에 비해 보리를 터는 시기는 음력 3~4월

 

로 보리 타작을 마치고 나면 바로 논농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바쁜 농사 일손을 만들기

 

위해 보통 마을의 주민들이 모두 모여서 공동의 작업을 하게된다.

 

이동면 묘봉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보리 타작을 할 때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서 작

 

업을 하기 때문에 소리를 하면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보리타작 소리를 들어보면 논농사처

 

럼 특별한 것은 아니다. 대개 일률적인 동작을 하는 타작요의 경우 사설이 단조롭게 반복되

 

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보리가 뉘보린가(어허야)

김서방에 보리로세(어허야)

문질러보세 겉보리를(어허야)

높은데는 꽝꽝치고(어허야)

낮은데는 가만가만(어허야)

왕개촛심 거꾸로잡고(어허야)

욱신욱신 뭉개보세(어허야)

쌀보린가 눌보린가(어허야)

욱신욱신 후려보세(어허야)

어떤사람 팔자좋아(어허야)

일안하고 잘사는데(어허야)

우리같은 인생들은(어허야)

무슨팔자로 땀을내나(어허야)

보릿대를 털어내라(어허야)

보릿대를 털었으면(어허야)

붓대질을 하여보세(어허야)

어허야 보리로다(어허야)

1980년대만 하여도 타작소리 등 농사소리는 꽤 들을 수 있었다. 봄에 농사철이 되면 이곳 저

 

곳에서 소리를 하면서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듣기가 좋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

 

금은 일부러 연희를 위해서 하는 소리를 빼고는 들을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 같은 타작소리

 

라고 하더라도 도리깨를 이용해 소리를 할 때와 태질, 혹은 개상질이라고 해서 절구통 등을

 

눕혀놓고 곡식의 단을 내리치면서 할 때와는 서로 소리가 다르다. 이는 우리 소리의 다양함

 

을 엿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한데 어떠한 환경에 처해있는가, 또는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서도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리꾼에 의해서도 같은 소리를 해도 모두 다르게 나타나

 

는 것도 우리 소리의 특징 중에 하나다.

충청남도 홍성에서 채록한 개상질을 할 때 부르는 소리를 보면 용인시 이동면 묘봉리의 타

 

맥 소리와는 전혀 다르다.

들왔나(들왔네)

에야호(에야호)

참나무 개상에(에야호)

닭 잡구 술먹자(헤헤야 헤헤이 어가헤 에헤이 나간다)

들왔나(들왔네)

에야호(에야호)

우리가 살며는(에야호)

몇백년 사느냐(헤헤야 헤헤이 어가헤 에헤이 나간다)

들왔나(들왔네)

에야호(에야호)

오동추야(에야호)

달 밝은데(헤헤야 헤헤이 어가헤 에헤이 나간다)

들왔나(들왔네)

에야호(에야호)

오성산 상상봉(에야호)

단풍이 들었다(헤헤야 헤헤이 어가헤 에헤이 나간다)

들왔나(들왔네)

에야호(에야호)

슬슬 동풍에(에야호)

궂은 비온다네(헤헤야 헤헤이 어가헤 에헤이 나간다)

이는 벼를 털면서 하는 소리다. 개상질을 하면서 부르는 소리로 한 사람이 매김소리를 하면

 

여러 사람이 소리를 받으면서 뉘여 놓은 절구통에다 볏단을 쳐대면서 하는 소리다. 이동면

 

의 타작소리는 삼채장단에 맞추어서 한다. 이에 비해 개상질 소리는 서로 소리를 주고받는

 

데 운이 맞지를 않고 선소리를 하는 사람이나 소리를 받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일정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이와 같은 우리의 소리는 그 작업환경이나 소리꾼에 의해서 다양한 모

 

습을 보이면서 나타난다. 하기에 어떤 사람이 소리를 하던지, 아니면 어떤 종류의 소리를 하

 

던지 그 모두가 소중한 민속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하주성(민속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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