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벗어 던진다는 것은 우선 후련하다는 생각과 가뿐함을 떠올리게 합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입거나 걸치고 있는 것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입고 있는 옷뿐 아니라 체면도 걸치고 있고 명예욕과 권력욕이라는 것도 걸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지만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도 걸치고 있습니다. 분명한 대의도 가지고 있지만 때론 잔머리라고 치부해도 좋을 꼼수와 술수도 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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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년 땅속에서 애벌레나 굼벵이로 있었을 매미가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되기 위해 꽃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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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저렇게 걸치거나 입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필요한 것들도 있지만 허황된 마음에 치장처럼 달고 다니는 속박이나 억압들도 있습니다. 짓누르고 있던 억압이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후련함을 넘어 또 다른 경지로의 몰입을 말합니다. 벗어 던지면 이렇듯 후련하고 가벼워진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덧입으려하는 인간들의 욕심이야말로 이해되면서도 실천되지 않는 인생의 아이러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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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분 안정을 취하던 매미는 등 쪽 껍질이 갈라지는 것으로 벗기를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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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를 벗어 던진다는 것은 침이 꿀꺽 넘어가도록 호기심을 발동시키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치렁치렁 한 겉옷을 벗어버린 누드에서 생동감 있는 체형의 곡선미를 느낄 수 있지만 내면의 순수함도 느낄 수 있듯이 말입니다. 인생 팔고를 벗어나는 경지에의 입문을 해탈이라고도 합니다. 한 평생 구도의 길을 걷던 노승도 살아생전 득도는 하겠지만 결국 모든 것을 벗어버리는 해탈은 삶이란 허물을 벗어던질 때 이룰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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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라지기 시작한 껍질은 아래쪽은 물로 머리 쪽으로도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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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의 생명체들은 벗어야만 태어날 수 있습니다. 인간들은 어머니의 태를 벗어야 태어나고 병아리들은 딱딱한 계란 껍질을 벗어야 태어납니다. 이렇게 벗어야만 태어나는 그 무엇이 비록 미물일지라도 탄생의 순간만큼은 위대하고 거룩하기조차 합니다. 숨죽이며 바라보는 순간순간이 생명의 꿈틀거림이며 생체의 박동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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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껍질이 점점 벌어지며 연두색 몸집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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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째 그런 감동을 맛보고 싶어서 수풀을 헤집고 있습니다. 매미가 탈피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에 산그늘이 지기 시작하는 오후 7시경부터 매미 껍질이 많이 발견된 벌개미취 꽃밭을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낮에 탈피를 하는 매미들도 있지만 움직임이 민첩하지 못한 상태에서 천적이나 여타의 적들로부터 공격을 피하기 위해, 최적의 생존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매미들은 주로 저녁 시간에 탈피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결국 8시 20분경에 탈피를 위해 꽃대를 오르고 있는 매미를 발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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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부분까지 완전히 갈라진 껍질에서 등판이 보이더니 머리가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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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매미가 껍질을 벗는 과정을 드디어 카메라에 담게 되었습니다. 매미들이 탈피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탄생이란 벅찬 감동도 받았지만 수도승을 연상케 하는 해탈이란 단어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겨우 굼벵이를 면한 그 애벌레가 성충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겪어가는 그 진지한 시간들이 감동과 숭고함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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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약해 보이기만 하는 몸집이 빠져나오고 까만색 눈도 빠져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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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화나 탈피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지만 허물을 벗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해탈하는 모습이라고 말하렵니다. 인간의 가치와 잣대로 본다면 매미의 일생은 참으로 기구합니다. 10여년 전후의 세월, 결코 짧지 않은 그 장고한 세월 동안 땅 속에서 알과 애벌레인 굼벵이로 웅크리고 있다 성충의 매미로 태어나기 위해 껍질 훌훌 벗어버리고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이 시작되는 순간과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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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염처럼 가느다란 촉각도 고스란히 빠져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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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엷은 갈색이 도는 매미형태의 벌레가 땅속에서 나오더니 꽃대를 타고 조금씩 조금씩 위로 올라갑니다. 그 동작이 참말 느리고도 조심스럽습니다. 거반 꽃대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더니 움직임을 멈춥니다.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았지만 매미는 호흡을 고르고 껍질을 벗기 위한 그 뭔가를 갈무리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멈추어 10여분이 지나니 외투 깃이라도 터지듯 매미 등 쪽의 껍질이 조용하게 터집니다. 몸에 꽉 끼는, 몸집에 비해 작은 외투를 입은 멋쟁이가 팔짱이라도 끼고 양팔을 앞으로 모으다 등판이 툭하고 터지듯 그렇게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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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집이 반쯤은 빠져나온 매미가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탄생, 껍질을 벗는 다는 건 최선을 다해야 할 힘든 과정임이 분명하기에 탄생의 순간과 과정을 지켜본다는 건 감동이며 신비로움 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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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씩 터지기 시작한 껍질은 아래쪽은 물론 머리 쪽으로 확장되며 '1'자로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껍질이 갈라지니 드디어 매미의 머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연약함이 뚝뚝 묻어나는, 바람에도 상처를 입을 만큼 여려 보이기만 한 엷은 연두색을 가진 매미가 미미 하리만큼 조금씩 머리를 들어 탈피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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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의 울음소리는 수매미들이 암매미를 유혹하느라 불러대는 목줄 터지는 구애의 노래며 종족번식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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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툭 불거져 있던 좁쌀만 한 눈도 조심스레 껍질을 빠져나옵니다. 30여분의 시간이 지나니 드디어 눈과 주둥이까지 허물을 벗었습니다. 수염처럼 가늘고 기다란 촉각도 고스란히 허물을 벗었고, 주둥이 부분의 자글자글한 주름도 판박이를 한 듯 고스란히 빠져나오니 껍질 그대로입니다. 껍질로부터 머리 부분이 빠져나온 매미는 부르르 떨기도 하는 듯합니다. 그러다가 꼼지락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정말 조금씩 조금씩 한눈이라도 팔면 그 움직임을 놓칠 만큼 느린 속도로 움직임은 계속되었고 드디어 날개 부분이 빠져나오기 시작합니다.
꿈틀꿈틀 그 움직임은 계속되고 이따금 힘이 드는지 쉼 같은 그런 조용함이 반복되지만 몸 떨림 같은 껍질 벗기는 그치질 않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빠집니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한 벗음과 탄생의 순간은 그렇게 초조하고 긴 침묵 같은 적막감마저 들게 하였습니다. 매미의 날개가 빠져나오고 보일 듯 말듯 가냘프게 껍질 속에 보호되고 있던 가느다란 다리들도 남김없이 껍질로부터 빠져 나왔습니다.
강산이 한 번쯤 바뀔 그 긴 시간 동안 땅속에서 애벌레와 굼벵이로 생활하며 조금씩 형성하였거나 잠재시켰을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 한 번 울려보고, 창공을 휘젓는 날갯짓 한 번 해 보려고 매미가 껍질을 벗는 해탈의 과정, 탈피라고 하는 고통을 문턱을 넘어선 것입니다. 날이 밝아 햇살이 오르면 그 햇살에 날개 말린 매미는 나무 사이를 오가거나 하늘을 날기도 할 겁니다. 그러면서 우렁차고도 낭랑한 목소리로 탄생과 한여름을 노래할 것입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암컷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수컷들이 불러대는 사랑의 세레나데입니다. 10여년 가까이 나무껍질과 땅속에서 생활하다 우화라는 과정을 거쳐 성충인 매미가 되지만 정작 살 수 있는 날은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 매미들이 생태계의 본능, 종족번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매미들이 암매미를 유혹하느라 불러대는 목줄 터지는 구애의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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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미가 빠져나간 껍질은 그냥 껍질일 뿐입니다. 이렇듯 껍질을 벗으니 우렁찬 목소리로 그 살아있음을 노래 할 것입니다. 지금 걸치고 있는 이런저런 허물이나 껍질도 이처럼 벗어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껍질일 뿐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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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자는 한낱 매미의 탈피과정을 지켜보며 감동이니 숭고함이니 하며 호들갑을 떤다고 비아냥 대고 싶을지 모릅니다. 그런 비아냥쯤 기꺼이 감수하겠지만 보지 않고 탄생의 순간, 껍질을 벗는 그 아름다움을 말함에 딴지를 거는 것은 삭막한 심성이며 경솔한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항변하렵니다.
어머니의 탯줄을 벗으며 탄생이란 감동을 연출하였듯, 걸치고 있는 욕심 한꺼풀 훌훌 벗어 보십시오. 벗어버리는 그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위대함과 감동을 주게 될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