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제
지난 4월 강원도 영월에서 열린 단종문화제입니다. 단종문화제는 숙부인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머나먼 영월 땅에서 숨을 거둔 비운의 임금 단종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4월에 열리데요, 올해가 41번째였습니다. 단종의 무덤인 장릉과 유배지였던 청령포 등을 중심으로 많은 인파가 몰리며 성공적인 지역축제로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번 단종문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단종의 국장(國葬)입니다. 27명의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공식적인 장례식을 치르지 못한 단종의 넋을 기리기 위해 사후 550년만에 국장을 거행한 것이죠. 국장의 정확한 고증을 위해 국장도감의궤(國葬都監儀軌)의 반차도(班次圖) 및 세종실록의 상례 등을 참고했으며, 전주이씨 대동 종약원의 감수와 집례를 거쳤다고 합니다.
단종제 죽산마
그런데 특이하게 단종의 국장에는 거대한 말 인형이 등장했습니다. 바퀴 달린 수레에 올라탄 거대한 말 인형. 임금의 장례식에 등장한 말 인형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거대한 말 인형은 죽산마(竹散馬)라고 불리는 일종의 장례 도구입니다. 임금이나 왕비의 장례식에만 등장하는데요, 고귀한 분들인 만큼 죽어서 승천할 때도 편안하고 품격 있게 말을 타고 가라는 뜻입니다. 옛날 부족의 족장이나 우두머리의 무덤에 말 모양 토기를 함께 묻은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단종제 죽산마
죽산마는 바퀴달린 우물 정(井)자 모양의 틀 위에 대나무로 말 뼈대를 잡고 그 위에 한지를 덧입히는데요, 말의 갈기를 비롯해 꼬리, 눈동자까지 세세하게 묘사해 넣습니다. 색깔도 흰색, 검은색, 붉은색, 점박이 등 다양합니다. 죽산마에 안장을 덮으면 죽안마(竹鞍馬)라고 부릅니다.
죽산마
죽안마
아무래도 임금과 왕비의 장례에 사용되는 물건이다 보니, 크기부터 거대합니다. 고종과 순종의 인산(因山)을 기록한 옛 사진에도 죽산마와 죽안마는 한 눈에 띌 만큼 특이하죠? 우리 옛 속담 중 ‘국상에 죽산마 지키듯 한다’가 있는데요, 일의 갈피도 못 잡고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모양을 가리킨답니다.
고종 인산
순종 인산
죽산마는 마지막에는 불에 태워집니다. 하늘로 훨훨 올라가는 연기처럼 승하하신 임금과 왕비를 저 세상까지 잘 안내하라는 뜻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말은 참 우리 생활 이곳저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듯 하네요.
단종제 죽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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