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불교 이야기

참선곡

고양도깨비 2007. 5. 22. 14:51

(參 禪 曲)

참 선 곡


     경 허 선사(1846~1912)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都是夢中)이로다.

 

     천만고(千萬古) 영웅호걸(英雄豪傑) 북망산(北邙山) 무덤이요

 

     부귀문장(富貴文章)쓸데없다 황천객(黃泉客)을 면할소냐

 

     오호(嗚呼)라 나의 몸이 풀끝에 이슬이요 바람 속에 등불이라

 

     삼계대사(三界大師)부처님이 정녕(叮寧)히 이르시되 마음깨쳐

 

     성불(成佛)하여 생사윤회(生死輪廻)영단(永斷)하고

 

     불생불멸(不生不滅)저 국토(國土)에 상락아정(常樂我淨)

 

     무위도(無爲道)를 사람마다 다 할 줄로 팔만장경(八萬藏經)유전(遺傳)하니 사람 되어 못 닦

 

     으면 다시 공부(工夫)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보세. 닦는 길을 말 하려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大綱)추려 적어보세 앉고서고 보고 듣고 착의긱반(着衣긱飯)대인접화(對人接話)일체처

 

     (一切處)일체시(一切時)에 소소영영(昭昭靈靈)지각(知覺)하는 이것이 무엇 인고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妄想煩惱) 본공(本空)하고 천지면목(天眞面目)나의 부처 보고 듣고 앉고

 

     눕고 잠도 자고 일도하고 눈 한번 깜짝 할 제 천리만리(千里萬里) 다녀오고 허다(許多)한 신

 

     통묘용(神通妙用)분명한 나의마음 어떻게 생겼는가. 의심하고 의심하되 고양이가 쥐 잡듯이

 

     주린 사람 밥 찾듯이 목마른 이 물 찾듯이 육칠십 늙은 과부 외자식을 잃은 후에 자식생각 간

 

     절 듯이 생각 생각 잊지 말고 깊이 궁구(窮究)하여 가되 일념만년 되게 하야 폐침망찬(廢寢

 

     亡饌)할 지경에 대오하기 가깝도다. 홀연(忽然)히 깨달으면 본래 생긴 나의부처 천진면목(天

 

     眞面目)절묘(絶妙)하다. 아미타불(阿彌陀佛)이 아니며 석가여래(釋迦如來) 이 아닌 가 젊도

 

     않고 늙도 않고 크도 않고 작도 않고 본래생긴 자기 영광 개천개지(盖天盖地) 이러하고 열반

 

     진락(涅槃眞樂) 가 이 없다.

 

 

     지옥천당 본공(本空)하고 생사윤회(生死輪廻)본래(本來)없다.

 

 

     선지식(善知識)을 찾아가서 요연(了然)히 인가(印可)마쳐 다시 의심 없앤 후에 세상만사 망

 

     각하고 수연방광(隨緣放曠) 지내가되 빈 배같이 떠 놀면서 유연중생(有緣衆生)제도(濟度)하

 

     면 보불은덕(報佛恩德)이 아닌가. 일체계행(一切戒行)지켜 가면 천상인간 (天上人間) 수복

 

     (壽福)하고 대 원력을 발(發)하면서 항수불학(恒修佛學) 생각하고 동체대비(同體大悲) 마음

 

     먹어 빈병걸인(貧病乞人) 괄세 말고 오온색신(五蘊色身) 생각하되 거품같이 관(觀)을 하고

 

     바깥으로 역순경계(逆順境界)몽중(夢中)으로 생각하여 희노심(喜怒心)을 내지 말고 허령(虛

 

     靈)한 나의마음 허공과 같은 줄로 진실히 생각하여 팔풍오욕(八風五慾)일체경계(一切境界)

 

     부동(不動)한 이 마음을 태산 같이 써 나가세. 허튼소리 우스개로 이 날 저 날 헛 보내고 늙

 

     는 줄을 망각하니 무슨 공부 하여볼까. 죽을 제 고통 중에 후회한들 무엇 하리 사지백절(四肢

 

     百節)오려 내고 머리 골을 쫴는 듯 오장육부(五臟六腑) 찢는 중에 앞길이 캄캄하니 한심참혹

 

     (寒心慘酷)내 노릇이 이럴 줄을 누가 알 꼬 저 지옥(地獄)과 저 축생(畜生)에 나의 신세 참혹

 

     하다. 백천만겁 차타(蹉跎)하여 다시 인신(人身)망연(茫然)하다. 참선(參禪)잘한 저 도인(道

 

     人)은 앉자 죽고 서서죽고 알토 않고 선세(蟬새)하며 오래살고 곧 죽기를 마음대로 자재하며

 

     항하사수 (恒河沙數)신통묘용(神通妙用)임의쾌락(任意快樂)소요(逍遙)하니 아무쪼록 이 세

 

     상에 눈코를 쥐어뜯고 부지런히 하여보세. 오늘내일 가는 것이 죽을 날이 당도하니 푸줏간에

 

     가는 소가  자욱자국 사지(死地)로세.

 

 

     예전사람 참선할 제 마디그늘 아꼈거늘 나는 어이 방일(放逸)하여 예전사람 참선할 제 잠 오

 

     는 것 성화하여 송곳으로 찔렀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여 예전사람 참선 할 제 하루해가 가게

 

     되면 다리 뻗고 울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한가. 무명업식(無明業識)독(毒)한술에 혼혼북각(昏

 

     昏不覺)지내 가니 오호(嗚呼)라 슬프도다. 타일러도 아니 듣고 꾸짖어도 조심 않고 심상(尋

 

     常)히 지내 가니 혼미한 이 마음을 어이하야 인도할까 쓸 때 없는 탐심(貪心)진심(嗔心)공연

 

     (空然)히 일으키고 쓸 때 없는 허다분별(許多分別) 날마다 분요(粉擾)하니 우습 도다. 나의

 

     지혜(智慧) 누구를 한탄할까 지각(知覺)없는 저 나비가 불빛을 탐하여서 제 죽을 줄 모르도

 

     다. 여간계행(如干戒行) 소분복덕(少分福德) 도무지 허사로세 오호라 한심하다 이 글을 자세

 

     (仔細)보아 하루도 열두 때며 밤으로도 조금 자고 부지런히 공부(工夫)하소. 이 노래를 깊이

 

     믿어 책상(冊床)위에 펴 어 놓고 시시(時時)때때 경책(警責)하소. 할 말을 다하려면 해묵서이

 

     (海墨書而)부진(不盡)이라 이만 적고 그치오니 부디부디 깊이 아소. 다시 할 말 있사오니 돌

 

     장승이 아기 나면  그 때에 말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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