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뒤,
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살았던 자식들인지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슬픔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을 낳아준
아버지의 죽음까지 외면할 수 없어서
시골의 외딴집으로 갔습니다.
외딴집에서는
아버지의 차가운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을 노인 한 분이 문상을 와서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버릇처럼
'화장은 싫다.'며
뒷산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원망했던 아버지이기에
자식들은,
아버지를 산에 묻으면
명절이나 때마다 찾아와야하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아서
화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를 화장하고 돌아온 자식들은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 태우기 시작 했습니다.
평소 덮었던 이불이랑 옷가지들을 비롯해
아버지의 흔적이 배어 있는 물건들을
몽땅 끌어다 불을 질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책들을 끌어내 불 속에 집어넣다가
"비망록" 이라고 쓰인
빛바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 했습니다.
불길이 일기장에 막 붙는 순간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꺼내 불을 껐습니다.
그리곤 연기가 나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겨 가며 읽기 시작 했습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다가 그만
눈물을 떨구며 통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