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의풍경

경남 사천시 / 와룡산

고양도깨비 2007. 3. 18. 22:53
       경남 사천시 와룡산
노니는가 다투는가, 굽이치는 용의 등줄기

명산의 반열에 오르려면 전설이나 사연을 품어야 한다. 봉우리,골짜기마다 얘깃거리를 품고 있는 경남 사천의 와룡산(799m)은 그런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명산'이라고 할 수 있다. 와룡산은 또한 '진산(鎭山)'이라는 수식어를 늘 달고 있다. 두 마리 용이 서로 다투는 형국이랄 정도로 산세가 당찬 데다 남해를 내려다보는 조망이 빼어나다는 점도 이 산이 이름 난 까닭이다.

하늘로 치솟을 듯한 와룡산 암봉. 정상 능선을 연결하는 암릉들 덕택에 와룡산 산행이 한층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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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지역민들은 와룡산을 자랑거리로 삼고,부산·경남의 산악회나 단체에서는 각종 대회나 제를 수시로 치른다.

    와룡산은 기슭마다 와룡사 갑룡사 백천사 청룡사 용주사 등 절집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팔만 아홉개의 암자가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으니 과연 명산은 명산이구나 싶다. 백천사의 대형 와불이 볼만한데, 거대한 소나무를 깍아 만든 부처님 몸 안에 법당을 꾸며서 부처님상을 모셨다.

    산&산팀이 이렇게 잘 알려진 와룡산을 굳이 택한 것은 시기가 적절해서이다.

    산은 계곡이 잘 발달해 있고 물도 철철 넘친다. 또 울창한 숲은 등산로에 그늘을 드리우고, 봉우리나 암봉에 서면 남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와룡산은 땀이 나도 더운 줄 모르게 하는 시원한 산이다.

    산행코스는 계곡을 따라 오르내리도록 잡았다. 백천사를 들머리로 삼는다. 백천계곡을 따라 백천골~너덜~백천재~민재봉~새섬바위에 오른 뒤 북바위를 향해 가다 계곡으로 내려설 것이다. 원점회귀 산행이다. 걷는 데는 4시간,휴식까지 포함하면 4시간 30분 가량을 잡아야 한다.

    한 가지 당부할 점은 백천계곡이 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계곡이라는 것. 그 시원함은 한껏 즐겨도 좋지만 물을 흐리거나 더럽혀서는 안 된다.

    산행 기점은 백천사 주차장이다. 산악회나 등산 관련 단체에서 등반대회를 자주 여는 곳인 데다 와불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어서 주차장 시설은 넉넉한 편이다.

    백운농원 왼쪽길로 접어들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포장길을 20여분 쯤 가다 마을 다리를 만나면 오르막이다.

    임도를 따르다 백천골을 지나서 갈림길을 다시 만나면 오른쪽 자갈길로 접어든다. 민재봉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참고한다. 남녘의 산 대부분이 사정이 엇비슷하지만 이곳에도 재선충 방제 흔적들이 널려 있다. 저 소나무 무더기들. 생기를 잃어버린 솔잎들. 오르는 길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짧은 자갈길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이다. 슬슬 이마와 팔에 땀방울이 솟아날 즈음이지만 계곡물 소리가 더욱 또렷해지면서 오히려 시원해 진다.

    잘 다져진 산길을 오르는데 연거푸 너덜겅이 나타난다. 산은 겉 보기에는 온후한 육산인데 암릉과 바위들이 제법 산재해 있다. 백천골에서 너덜까지는 20여분.

    내처 백천재까지 오른다. 10분.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본격적으로 능선길을 타고 민재봉으로 오른다.

    백천재를 지나면서부터 산길은 사뭇 가팔라진다. 해발 800m에 살짝 못미치는 산이지만 해안에 가까운 곳이어서 제법 오르막이 있다.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부러워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민재봉 삼거리다.

    정상이 시야에 들어오고 철쭉군락지가 펼쳐진다. 한때 흐드러졌을 그 철쭉들이 이제 거뭇거뭇 오그라지고 있다. '봄날은 이렇게 가는구나….'

    백천재에서 민재봉 삼거리까지는 35분. 민재봉 정상에 오른다. 과연 와룡이구나!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산세가 거침없이 이어진다. 용의 등줄기를 타고 넘었다,라는 상상을 펼치고 있으니 유쾌하기도,서늘하기도 하다. 정상까지는 10분. 눈 바로 앞,깎아지른 새섬바위가 발길을 잡아끈다. 금방 닿을 듯 싶었는데 1.6㎞나 떨어져 있다. 완만한 능선길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오르락내리락 한다.

    헬기장을 지나 수정굴 갈림길에 도달한다. 수정굴로 발길을 돌릴까 싶은데 새섬바위의 암릉이 보여준 매력이 발길을 잡아챈다. 곧바로 새섬바위로 향한다. 헬기장까지는 15분,수정굴 갈림길까지는 8분.

    새섬바위에 닿으면 로프 우회길이 있지만 등날로 곧바로 치고 오른다. 훨씬 스릴이 있다. 드디어 새섬바위. 20분. 저 옛날 큰 물에 와룡산 전체가 잠겼을 때 새 한마리가 앉을 자리만 남았다고 해서 새섬바위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민재봉에서는 새섬바위가,새섬바위에서는 민재봉이 더 높아 보이는 것 같다. 비록 2m가 낮아서 민재봉에게 최고봉 자리를 뺏겼다고는 해도 새섬바위의 조망은 민재봉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아찔한 암봉에 올라서서 사위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더 낫다는 사람들도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시원한 조망에 흠뻑 젖고 나면 남녘의 다른 산들도 눈에 들어온다. 저 너머로 암벽등반으로 이름난 상사바위가 보인다. 상사바위는 부모의 반대 탓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젊은 남녀가 함께 떨어져 죽었다는 사연이 전하는 곳이다.

    북바위라 불리는,689봉을 향하는 등로가 하산길이다. 새섬바위 이정표 옆으로 나 있다. 경사가 급한 데다 길이 분명하지 않은 곳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10여분쯤 걷다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길이 좁고 등산로에 나뭇가지나 솔방울이 많아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는다. 무덤 1기를 만나면 해발 400m쯤이다. 갈림길에서 무덤까지는 18분. 무덤을 지나 10여분쯤 가면 길이 흐려진다. 소나무,참나무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이 군락지를 지나서 계곡으로 내려선다. 제방을 지나쳐서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임도가 나 있다. 지름 10㎝의 송수관이 길을 알려주듯 임도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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